2024년 1월 1일.
만 나이법 덕분에 한 살을 더 먹지 않아도 되는 새해라니. 나이스.
작년 마지막날, 그러니까 바로 어제 ’역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은 딱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이기적인 기도를 하고 말았다. 워킹맘, 아내, 딸, 동생 뭐 하나 녹록지 않은 역할들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큰 행복을 누리는 사람은 고통을 그럭저럭 견뎌내면서 하루하루 묵묵히 사는 사람”이라던 최근 읽은 책의 한 구절로 위로받는 2023년이었다.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이 무탈한 하루를 보냈음에도 잔소리를 쏟아내는 엄마,
걸핏하면 아픈 엄마에게 짜증 내는 딸,
내 삶이 바쁘다고 애써 외면하는 동생,
여전히 존재론적인 고민을 헤매는 남편이 가끔 이해 안 되는 아내,
출퇴근길 인파 속에 몸이 기억하는 지하철 플랫폼번호 앞에 선 회사원. 이 모든 게 나의 행복인 걸까.
365일을 한 겹 한 겹 벗겨보니 견디고 버틴 날들의 과정 속에 좋았다 생각했던 날들이 알알이 박혀있다. 하루하루 쌓아갈 2024년은 좀 더 충만하게 꽈악 채워보고 싶다. 미루지 않고, 고민은 좀 덜하고, 일단 해보며, 실패도 기록하고 배움으로 남기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견디기보다는 무엇이든 해보는 한 해이고 싶다. 아직 먹지 않은 한 살의 나이가 채워질 때쯤, 좀 더 성숙해진 나를 마주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