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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Jul 13. 2020

001_사랑은 여름

사랑에 관해 이야기할 무수히 많은 것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불현듯 내 머릿속에서 떠올랐고 현실에서 펼쳐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브런치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매거진을 만들었고 이렇게 첫 문장을 시작하고 나서야 
사랑에 관해서 아무런 말도 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달리기를 시작하자 오늘은 달리기를 할 컨디션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것처럼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글쓰기와 사랑은 그런 점에서 유사하다. 


나는 사랑이라는 말에 대해서 잘 모른다. 

오랫동안 그 단어에 대해 생각해봤지만

나의 마음에 남을 정돈된 의미를 찾지 못했다. 

사랑은 그게 사랑이냐라고 의심하게 했고

결국 사랑은 아니었구나라는 말로 끝나게 했다.

지금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내게 떠오르는 건 하나밖에 없다.

여름.


여름은 아쉽게도 계절이 아니라 사람의 이름이다.

그녀는 자신을 여름이라고 부르길 바랬고 나는 그녀를 여름이라고 부른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그러하다.

지금 나에게 가장 두려운 게 있다면


여름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이다.

여름이 상처받는 일이다.

여름이 다치는 일이다.

여름이 불행한 일이다.

여름이 싫어하는 일이다.


언젠가 나는 여름에게 너의 살을 꼬집을 거라고 말했다. 

여름은 나에게 그러지 못할 거라고 말했다.

자신을 아프게 하는 일을 내가 하지 못할 거라고.

음 그래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사랑에 대해 쓰려고 할 때 나는 여름에 대해 쓰게 된다

여름에 대해 쓰려고 하면 사랑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사랑이란 말이 내게는 너무 과하고 낯간지러워서 

그렇게라도 사랑은 여름이라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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