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은 여름이었다.
여름과 나는 별똥별을 보러 갔다.
아마 우리가 죽기 전에는 다시 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똥별이 내리는 날이었기 때문에.
돗자리를 챙겨 야트막한 산에 오르니
운동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별을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도 한 구석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하늘을 쳐다봤다.
도시의 빛으로 가장자리가 새파래진 하늘을 올려보다가
들여다보다가 짙은 남색 사이로 별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왔고,
자세히 들여다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세상에 이렇게 많다는 것에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우리는 별똥별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여름이 조용히 물었다.
- 너의 가슴속에 있는 나무는 어떤 나무야?
(여름은 나중에 자기가 이런 말을 하기도 했냐며 킥킥거렸다.)
나는 나와 비슷한 키에 가지와 열매가 많이 달린 나무라고 답했다.
- 그건 왜 물어봤어?
여름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나무를 떠올려보았다고 했다.
자기의 나무는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너무 작고 앙상해서
처음엔 마음이 아프다가
이내 그 나무에 물을 주고 잘 가꿔 언젠가는 멋진 열매가 맺어지는 일을 상상했다고 했다.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상관없으니
언젠가는 열매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때, 그녀가 열매 이야기를 끝맺었을 때,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눈 깜빡할 사이에.
저래서는 소원 빌 시간도 없겠다며 나는 푸념했고 여름은 웃었다.
몇십 분을 더 기다렸지만 그게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우리가 볼 뻔한 별똥별이었다.
- 별똥별이 다 떨어지기 전에 소원을 빌어야 이루어지는 거 아냐?
- 우리 눈에 안 보여서 그렇지 지금도 떨어지고 있을 걸? 지금이라도 빌어.
그렇게라도 나는 우리가 하늘을 보며 나눈 이야기들이 다 이루어질 거라고.
어쩌면 그날 밤하늘을 보던 모든 사람의 소원이.
나는 여름의 마음 속 열매를 두고두고 생각했고,
사랑이란게 다른 사람의 마음 속 나무를 그려보는 일이라고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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