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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인현 Jul 17. 2020

003_다른데 같다고 말한다

사랑은 다른데 같다고 말하게 한다.


사랑이 시작될 때

나는 너와 같다고 말한다. 

너의 뜻에 따르고

너의 감정을 나도 느낀다고 말한다.

네가 행동하고 싶은 대로 나도 행동하고 싶고

네가 느끼는 대로 나도 느낄 것이라고 말한다. 


이건 일종의 시한폭탄이다.


우리는 어떤 타이밍에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은 처음부터 달랐다. 

웃어도 우리는 다르게 웃었다. 

울어도 우리는 다르게 울었다.

다르게 안타까워 하고 다르게 서운해 하고

다르게 사랑했다.


우리는 앞으로 다르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할 것이고

그때 폭탄이 터질 것이다.


쉽게 동의해서는 안된다.

쉽게 동감한다고 말해서는 안된다.


여름은 내게 자신이 겪었던 어떤 일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녀는 그 일로 정말 깊게 상처를 입었다. 

어쩌면 마음의 상처에 계속 피가 흘렀고

그녀는 마음에 희미한 색들을 계속 덧칠해야 했고

언젠가 그녀의 마음을 돌아봤을 때 마음은 그저 시커먼 색 뿐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이해한다고 절대 말할 수 없었다. 

나는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리가 애초에 달랐기에 이해하려고 애쓴다.


같은 것보다 어떻게 다른지를 우리는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고 

다르기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고.

우리가 어떻게 다른지를 두고두고 써내려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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