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를 굴린다
눈은 굴리는 대로 굴러간다
굴릴수록 커진다
나의 문 앞에
이름 모를 눈덩이가 굴러왔다
이름은 없고 냄새만 있다
고약한 악취
눈(雪)의 눈(目)을 들여다본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내게 오기로 했던 것인가
뾰족한 가시 같은 결정체
그런 표정들의 덩어리
모른 척해버릴까
언젠가 녹아버리면
내 발이 젖을 텐데
그러다가는 이내 잠길 텐데
나는 하는 수 없이
온 만큼의 눈덩이를 더해
다시 굴려 보냈다
달아나는 그 덩어리는
못내 아쉬운 듯
꼬리도 참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