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짧게나마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hai park Jan 07. 2021

눈덩이

눈덩이를 굴린다

눈은 굴리는 대로 굴러간다

굴릴수록 커진다


나의 문 앞에

이름 모를 눈덩이가 굴러왔다

이름은 없고 냄새만 있다

고약한 악취


눈(雪)의 눈(目)을 들여다본다

이것은 오래전부터 내게 오기로 했던 것인가

뾰족한 가시 같은 결정체

그런 표정들의 덩어리


모른 척해버릴까

언젠가 녹아버리면

내 발이 젖을 텐데

그러다가는 이내 잠길 텐데


나는 하는 수 없이

온 만큼의 눈덩이를 더해

다시 굴려 보냈다


달아나는 그 덩어리는

못내 아쉬운 듯

꼬리도 참 길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해 아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