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마음을 표현해 주세요" "사랑을 표현하세요".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 언급하는 것조차 다소 민망하다. 표현이라는 것은 인간관계에 있어 꼭 지키고 실행해야 하는 절대 규칙과도 같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을 누구나 다 당연하듯이 하는 것은 아니다. 굉장히 쉽게 하는 사람이 있고, 아주 어렵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입에 침이 마르게 얘기하는 것이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것이다. 제발 당신의 마음을 표현해 달라고.
나는 이 표현이 결국 마음을 기록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마음속에 일어나는 화학작용들을 말로 전하고 때로는 글로 전할 때, 너와 나의 마음속 어딘가에 깊이 새겨진다. 물론 표현이 서투른 사람도 있다. 서투른 표현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면 그마저도 우리는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잘못된 기록은 고쳐서 다시 쓰면 되니까.
이러한 기록은 궁극적으로 나를 알아가는 수단이다. 삶의 지속만큼 쌓여가는 기록은 과거의 나를 통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나를 대비하게 만든다. 오고 가는 표현 속에 투영된 나의 모습들은 부끄럽지만 가장 솔직한 나의 모습이다. 우리가 표현의 기록을 게을리한다면 수십 년을 살아도 진짜 내가 누군지 정확히 알 수 없을 것이다.
말이 서툰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글이라도 써보자. 둘 다 서툴다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감명 깊게 본 책의 글귀들을 모아 전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할 때면 참 많은 표현들을 한다. 온 맘 다해 나의 사랑을 전하려 노력한다. 많은 것들이 각자의 삶 속에 기록된다. 물론 이별의 찰나에는 그 기록이 매우 아프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언젠가 먼 훗날 인생의 길이 고단하여 잠시 쉬고 싶을 때. 그럴 때 가끔 꺼내어보면 작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을 하면서 사랑의 표현을 게을리한다면. 훗날 위안을 줄 기록이 없음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으며 남겼던 기록은 예술가들의 손에 의해서 아름다운 결과물로 탄생하기도 한다. 수많은 시와 노래들. 소설, 연극, 영화, 미술. 개인의 기록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하여 수천 년의 인류 역사에 위대한 기록을 새겼다. 모세나 다윗이 없었다면 우리는 창조주의 위대한 사랑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의 기록은 때로는 이렇게 개인 이상의 의미를 남기기도 한다.
우리가 설령 위대한 예술가가 되지는 못할지라도 기록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 나를,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나'라는 예술작품을 나의 삶에 오롯이 새기는 일이다. 나의 마음이 표현될 때마다 그것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나의 가족, 친구,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보는 소설과 영화가 된다.
나는 그들에게 최대한 아름다운 작품이고 싶다. 서투르지만 한 자 한 자 정성껏 기록하고 싶다. 아직도 많이 서투르기에 기록하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아마도 죽는 날까지 계속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라도 했으면 좋겠다. 힘든 노력이어도 기록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