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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곽지 바다

미친 바람이 며칠째 분다 (2025.3.4.)

by 소예

새 학년, 새 학기, 시작.

큰 애는 대학 1학년이 되었고,

둘째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나는 마흔다섯에 새 학기를 맞은 기분이다.

기대와 떨림보다 이거 이거 곧 오십이 되겠구먼,

두려움을 가장한 무덤덤한 말투로 시간을 재촉 중이다.


친한 언니는 중학교 입학한 아들의 키가 제일 작아서 걱정이었는데, 그 아들은 자기만 작은 게 아니었고, 친구들과 연락처도 주고받았으며, 중학 생활이 기대된다고 들뜬 마음으로 학교에서 돌아왔단다.

내 예상이 맞았다.

그 친구가 그렇게 씩씩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온통 잿빛(2025.3.4. 12:55)


칼국수를 먹는데 어금니 크라운 2개가 쏙 빠졌다.

아프지 않아서 당황했고 아무 느낌 없이 빠진 게 희한했다.

후에 생각해보니 연결된 게 끊어진거라 아플 일은 아닌 거 같다. 곧바로 다니던 치과에 전화했는데, 오늘은 예약이 다 차서 내일 오후로 예약을 잡았다.

뿌리밖에 남지 않은 이를 뽑는다는 생각에

내 머릿속도 오늘 날씨처럼 잿빛이다.

치과는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공간이다.

그래도 가야 한다. 피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나이니까.


아니, 바람이 이렇게 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제, 어제는 바람이 사방팔방 미친 듯이 불었다.

택배 접수를 하지 않는다는 건 오늘도 기상이 안 좋다는 말이다.


봄이 돼서 새 학기가 아닌가.

그냥, 3월이라서 새 학기인가.

화창하게 시작한 오늘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아이들은 날씨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쓸데없이 의미를 부여하는 어른들이나 그런 거지.

그런 어른이 되고 싶진 않았는데.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지만, 그냥 오늘만큼은

해가 반짝했으면 싶었다.


그래도 좋다.

시작이라는 단어가 주는 설렘이 뭔지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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