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일하지 않아도 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어디 한번 싶어 지원자격을 살피니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두어 번 더 살펴봐도 같은 소리.
지원자격 : 관련학과 대학 졸업생 ~ 47세까지.
하!!! 47세! 47세까지만 이력서를 내란다.
45세도 아니고, 50세도 아니고 47세는 또 뭐래.
47세까지는 일 할 만한 나이고 넘으면 제대로 늙었으니 안 된다는 건가?
그러나 어이 상실 직전에 밀려오는 팩트 쓰나미.
아.. 이게 현실이구나. 요즘 말로 현실 자각 타임.
내 나이 오십.
그러니까 더 구체적으로 여자 나이 오십.
인내심과 욕심을 오가느라 한 길 꾸준히 파지도 못했고,
기막히게 뭐라도 잘했으면 좋으련만, 딱히 내세울 것 도 없는.
그 와중에 차곡차곡 잘도 쌓인 나이, 오십.
그러자니 불쑥 나대는 성질.
그게 뭐 어때서. 오십이 어때서?!!!
예전 같았으면 일관적으로다가 눈에 힘 빡 주고, 고개 빳빳이 들고,
나이가 어때서? 하면 하는 거지!!
이랬을 텐데, 갑자기 불쑥 나대던 성질이 확,. 꺾인다.
오십이 면,.. 좀 많긴 하지….
슬그머니 인정하려는 건가..
나라고 오십에 이런 걱정들을 또 할 줄 알았겠나.
-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 하면서 살 건지.
오십 즈음이면 틈만 나면 나를 흔들어대던 모든 불확실성이 잠잠해지고
만사가 명쾌해질 줄 알았다.
물론 그럼에도 나이 들어 다시 일자리를 찾다 보니 다행인 건,
펄펄 끓던 그 시절보다 ‘일’이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둘 줄 알게 되었다는 거다.
나는 무얼 잘했던 사람인지, 하고 싶었던 사람인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정리하며 되돌아보니 자연스레
무리하고 욕심부려야 한 번 터지면 복구가 힘든 몸과 마음만 상할 거고,
일 구덩이에 파 묻혀 대책 없이 불확실한 삶을 다시 살게 될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 오십에 더욱 주도 면밀하게 내 적성이 뭐였던가 되짚고,
진로를 다시 찾아볼 것이며,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 보겠다니
주변 대부분이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오십이어서 편한 건 이럴 때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과연 구직 도전 작업일지 말미에
구직 성공담이 등장할지 어떨지 모르겠다만
이제부터 서서히 몸을 풀면서 달릴 준비 시작이다.
나는 이제부터 중년 구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