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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J Jun 24. 2019

나는 이제부터 중년 구직자.

 

하루 종일 일하지 않아도 되고, 재택근무도 가능하고.

어디 한번 싶어 지원자격을 살피니

이 무슨 시대착오적인 발상인가.

두어 번 더 살펴봐도 같은 소리.


지원자격 : 관련학과 대학 졸업생 ~ 47세까지. 


하!!! 47세! 47세까지만 이력서를 내란다. 

45세도 아니고, 50세도 아니고 47세는 또 뭐래.

47세까지는 일 할 만한 나이고 넘으면 제대로 늙었으니 안 된다는 건가? 

그러나 어이 상실 직전에 밀려오는 팩트 쓰나미. 


아.. 이게 현실이구나. 요즘 말로 현실 자각 타임. 


내 나이 오십. 

그러니까 더 구체적으로 여자 나이 오십. 


인내심과 욕심을 오가느라 한 길 꾸준히 파지도 못했고,

기막히게 뭐라도 잘했으면 좋으련만, 딱히 내세울 것 도 없는. 

그 와중에 차곡차곡 잘도 쌓인 나이, 오십. 


그러자니 불쑥 나대는 성질.

그게 뭐 어때서. 오십이 어때서?!!!

예전 같았으면 일관적으로다가 눈에 힘 빡 주고, 고개 빳빳이 들고,

나이가 어때서? 하면 하는 거지!! 

이랬을 텐데, 갑자기 불쑥 나대던 성질이 확,. 꺾인다. 


오십이 면,.. 좀 많긴 하지…. 

슬그머니 인정하려는 건가..


나라고 오십에 이런 걱정들을 또 할 줄 알았겠나.

- 내가 뭘 하고 싶은지, 할 수 있는지, 하면서 살 건지.

오십 즈음이면 틈만 나면 나를 흔들어대던 모든 불확실성이 잠잠해지고 

만사가 명쾌해질 줄 알았다.

물론 그럼에도 나이 들어 다시 일자리를 찾다 보니 다행인 건,

펄펄 끓던 그 시절보다 ‘일’이 중심이 아니라 ‘나’를 중심에 둘 줄 알게 되었다는 거다.

나는 무얼 잘했던 사람인지, 하고 싶었던 사람인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정리하며 되돌아보니 자연스레

무리하고 욕심부려야 한 번 터지면 복구가 힘든 몸과 마음만 상할 거고,

일 구덩이에 파 묻혀 대책 없이 불확실한 삶을 다시 살게 될 거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이 오십에 더욱 주도 면밀하게 내 적성이 뭐였던가 되짚고,

진로를 다시 찾아볼 것이며, 여기저기 이력서도 내 보겠다니

주변 대부분이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러나 오십이어서 편한 건 이럴 때다.

누가 뭐라 하든 말든! 


과연 구직 도전 작업일지 말미에

구직 성공담이 등장할지 어떨지 모르겠다만

이제부터 서서히 몸을 풀면서 달릴 준비 시작이다. 


나는 이제부터 중년 구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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