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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ntie J Oct 30. 2019

어땠을까?! (Feat 박정현)

“Great moments are born from great opportunity.”


…. 위대한 순간은 최고의 기회에서 나온다…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앞 남자가 메고 있는 배낭에 쓰여 있던 글귀다.

기회라…

어지간히 깊은 땅 속인지 한참을 올라온 것 같은데도 꾸역꾸역 더 올라가야 했다.

올라가는 내내 딱 내 눈높이에 있던 글귀.

다 올라와 배낭 주인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데 배낭 속 문구는 자꾸 맴돈다.

기회라….

놓친 기회, 잡은 기회, 다가올 기회, 아쉬운 기회… 먼저 ‘놓친 기회’가 떠오르는 걸 보니 나에게 기회란 아쉬웠던 기억이 더 많은 단어인 모양이다.


푹 자고 일어난 휴일 아침. 뜬금없이 이부자리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자긴 어때? 놓친 기회가 없는 것 같아?”

“왜 없겠니.”

“막 후회돼?”

“생각 안 하려고. 생각하면 뭐 하냐. 이미 지나간 걸.”

“그럴 줄 알았어. ….. 근데,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 그러면 뭘 하고 싶어?”

“…….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어. 지금 하는 일 말고.”

“……………. 이해해.”

“그런 넌?”

“나도 놓친 기회.. 있지 왜 없겠냐… ….. 자!! 이제 일어나자!!”


이야기를 시작하면 더불어 도배될 핑계들이 기억날 것 같아 그만 마무리.


나 역시 그렇다.

시간을 돌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편처럼 다른 일을 선택해 볼 것 같다.

삼십 대 중반을 넘기고 소모적인 구성작가 일에 넌더리를 내며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한창 자판을 두들기던 시절이 있었다. 같은 방송 바닥이더라도 아예 다른 판인 드라마 현장으로 어떻게 하면 들어가 볼까 하다가 어찌어찌 운 좋게 아침 드라마 보조 작가 자리를 소개받았다.

그러나 노동 강도에 비해 택도 아닌 급여에 먼저 놀랐고, 드라마 메인 작가를 상전처럼 보좌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다. 게다가 아직 학교도 가지 않은 딸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해 속이 상하다 못해 문드러지겠는데 드라마가 시작되면 24시간 집에 못 들어갈 날이 부지기수겠다 싶었다.

굳이.. 굳이 내가… 그래서 접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 지나기도 전에 알았다.

그때 그 기회가 지금과는 다르게 살게 해 줬을지도 모를 기회였다는 걸.


그 이후, ‘도전’에 고개 돌리고 현실에만 집중하자 기회의 기준이 달라졌다.

지극히 현실적인 기준. 지금보다 덜 일해야 하고, 더 많은 수입이 보장되어야 하며, 더 많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겠고, 주말엔 웬만하면 쉬었으면 좋겠고…

그러니 더 이상 ‘기회’가 생길 리가 없었다.

(고백한다. 언제부터였나.. 순수한 도전과 언제든 성실하겠다는 원칙을 조금씩 접고, 뭐라도 가지고 있는 걸로 승부를 보고, 꼭 성실하지 않아도 잘만 살더라는 생각을 한편에 붙들고 살게 되자, 뭐라도 자꾸 더 하라는 주문이 싫어졌다. )


물론 지나간 그때 그 기회를 잡았다고 모두 잘 됐으리란 보장은 없다.

오히려 예상대로 몸은 망가지고, 부모로서 최선을 다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리며,

내 능력에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벌러덩 나가떨어졌을 수도 있다.


그렇다. 안 해봤으니 이랬다면, 저랬다면 어땠을까 오만 가지 미련이 남는 거다.


그저 그런 결과밖에 안 남더라도,

하다가 자빠지더라도 시작했더라면 미련도 없었을걸 말이다.

이제 예전만큼 ‘기회’가 오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이럴 땐 기회는 오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믿는 게 정신건강에 좋겠다.

그러니 그냥 노래나 부르자.


~ ♩♪♬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빈 잔에 붓는다. 잔이 차고 넘친다. 그 기억은 쓰지만 맛있다.

…. 왜 그랬을까… 어땠을까, 어땠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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