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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간MD Feb 28. 2022

[아버지의 서재] 와인이야기 마지막

드디어 마지막입니다. 별다른 소개 없이 바로 붙입니다.





[와인 마실 때의 의식儀式과 온도適溫]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빼낼 때 치르는 격식이 있다. 우선 칼로 마개의 겉을 싸놓은 캡(포일)을 벗겨낸다. 이때 다 벗겨내지 말고 이물질에 드러나지 않도록 볼록한 병 입구가 약간 드러나게 자른다. 오래 묵은 와인일수록 캡의 내부에 이물질이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코르크 마개를 빼낸 다음에 웨이터는 호스트에게 글라스의 바닥이 안 보일 정도로 약간의 술을 따라서 와인이 상했는지를 테스팅하는데, 이때 술을 맛본 호스트는 근엄한 표정으로 웨이터를 쳐다보며 한마디 해야 한다. “트레 비엥 Tres Bien!”또는 “베리굿 Very Good”이라고. 호스트가 먼저 와인의 맛을 보는 이 의식의 근원에 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 번째는 이 의식이 중세시대부터 비롯되었는데, 당시에 호스트가 손님의 술잔에 독을 넣어 독살을 꾀하던 일이 비일비재하여 서로 적대적이던 영주와 화평의 정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주인 측은 술에 독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의무가 있었다. 두 번째는 와인을 마실 때 이 술이 상했는지 호스트가 확인을 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와인을 마실 때는 적, 백 혹은 샴페인이나 로제 와인에 따라 그 술의 체온을 적당한 온도(適溫)로 유지해야 한다. 이를 테면 화이트나 샴페인 같은 발포성 와인이나 로제 와인은 차게 마셔야 제 맛을 느끼기 때문이다. 차게 마실 때의 적온은 섭씨 7도 정도로, 손님에게 내놓기 2~3시간 전에 와인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그 온도가 된다.  아이스 버킷 Ice Bucket에 물과 얼음을 반반씩 넣어 채울 때는 약 15분 정도면 충분하다. 뱅 루주 Vin Rouge, 즉 레드 와인은 실내온도로 마셔야 그 특유의 풍미를 맛볼 수 있다. 요즘의 가정이나 호텔의 중앙난방의 실내온도는 23°C 전후가 된다. 그러나 예전 유럽의 실내온도는 이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당시 실내온도는 18°C 전후였다고 하니, 굳이 실내온도를 고집하여 뜨듯한 레드와인을 마시지 않겠다면, 냉장고에 5분 정도 넣어 18~20°C의 온도를 얻을 수 있다. 와인을 보관할 때 지하실 주고 酒庫의 온도는 13~16°C 라야 하며 계절이 바뀌더라도 15°C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요사이는 와인셀러가 있으므로 레드와인을 보관하는 상부와 화이트를 보관하는 하부의 온도를 설정할 때 이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장진주사 將進酒辭]

와인을 마시기 전 이 만큼은 알아야겠다고 정리한 내용이 필자의 실력 부족으로 양이 많아져 잔이 넘친 듯한 느낌이다. 이외에도 나라별 와인의 분류법과 특색 있는 와인에 관한 몇 가지 더 정리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으나 생략하고자 한다. 대신 우리 선조들이 술을 즐긴 격조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맺으려고 한다. 먼저, 세르반테스는 술을 어째서 마시느냐는 우문에 돈키호테의 입을 빌어 답했다. “까닭이 있어 술을 마시고 까닭이 없어서도 마신다. 그래서 오늘도 마신다.” 

우리의 선조 송강 정철은 다음과 같이 읊조리셨다. 한잔 먹새 그려, 또 한잔 먹새 그려. 곳것거 산노코(꽃잎으로 수를 세고) 무진무진 먹새 그려. 이 몸 죽은 후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주리혀(줄을 이어) 매여가나. 유보소장의(화려하게 꾸민 상여) 만인이 우려네나(울어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못 白楊수페(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숲에), 가기곳 가면 누른해 흰달, 가난비 굴근눈 쇼쇼리 바람불 제(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자 할 고. 하물며 무덤위에 잰나비 바람불제(잔나비 파람 불 제야) 뉘우친 달 어이 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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