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사람 믿기 특기는 상처받기

by 씀씀


취미와 특기를 일삼은 결과. 내 좌우명은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누울 자리 보고 발 뻗자.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같이, 불안장애를 조장하는 것들.


하지만 그런 부작용에 아랑곳 않고 나는 취미생활을 영위한다. 믿어선 안 될 놈 천지더라도, 게 중에 나와 취미 같은 사람 한 명쯤은 있을 거라고 여기기 때문. 아쉽게도 그 귀인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알 수 없으니, 끊임없이 믿어보고 상처받는 중이랄까.


본인 마음을 담보해야 하는 이 방식이 꼭 리스크만 있는 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 볼 줄 아는 눈이 생기기도 하고. 무소불위의 돈도, 아직까진 경험 앞에선 깨갱. 적지 않게 꼬리 내리니 마냥 의미 없지만도 않다.


물론 세상이 워낙 지랄 맞으니까, 자기 방어기제를 연중무휴 ON 해두고는 선 긋고 벽치고, 많은 것들로부터 멀찍이 거리 두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러자니 우리 능력이 자기 방어가 다가 아니라는 게 걸린다.


무슨 소리냐면, 우리는 무려 자가치유능력을 보유한 기술자들인데. 그 가공할 초능력을 겨우 방어기제 같은 비겁한 기술 쓰자고 썩히는 건 어후, 너무 아깝지 않은가. 땅도 비 온 뒤에 굳는 마당에 시련쯤, 내공 쌓자며 얼마든 일부러 겪을 수도 있는 거지.


그러니까 사실 이것은 말이다. 어제 함께 야근한 동료에게, 세상 안 하던 속얘기를 대대적 오픈하여 고민상담 후. 왜 그랬을까. 믿을만한 대나무 숲일까. 내 고민이 나 모르게 공론화되는 건 아닐까 등등의 후회와 걱정으로 괴로운 작금의 내 마음을 합리화하는 글이다.


아울러 어제의 나란 녀석은 자기 방어는 개뿔. 자기 어필 어필 대어필을 한 바. 만에 하나 어제의 일이 어떤 식으로든 시련이 되어 돌아온대도 좌절 않겠다. 상처받지 않겠다며, 애초에 소진됐을지 모를 자가치유능력을 미리부터 탈탈 털어 모으고 있는 현장인 것이고.


이 순간 그 말이 스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거짓말 1위. "이거 너한테만 하는 말이야"


어제의 동료님이시여. 전 거짓말 아니고 진짜 당신에게만 한 말이었습니다. 그러니 어디에서도 "이거 너한테만 말하는데"하며, 저와의 대화를 다른 이와 비밀 삼지 말아 주세요. 물론 당연히 그러실 거라고 믿습니다.


해 바뀐 지 얼마나 됐다고. 나 벌써 새해 취미생활 스타트를 끊어버린 거 실화냐. 이미 벌어진 일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굳이 삽시간에 막 내 특기까지 재능기부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간곡하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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