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낭만적인 재테크라니

by 씀씀


재테크를 안 한다. 정확히는 못 한다. 부끄러운 소리지만 금융 쪽엔 일자무식. 공부하기엔 의지와 흥미가 없다. 돈은 많으면 좋겠는데 돈 버는 방법을 배우는 일은 하기 싫다니, 뭔 똥고집에 개똥철학인지 모르겠다.


재테크야 사적인 부분이니 디테일하게 말할 필요 없겠지만, 이미 내 입으로 재테크 안 합니다! 해버린 거, 오해 사기 싫어 과거까지 들춰보면 한 번 하긴 했다.


코로나가 터진 그 해. 모두가 주식 주식 거리기에 어떻게 저떻게 계좌를 만들었다. 허나 만들었다한들, 종목이란 걸 나 같은 깜깜이가 어찌 살까. 내 운을 대차게 믿던 당시의 나는 진정한 깜깜이가 되기로 했고, 눈 감고 리스트를 막 내리고 올리다 이거! 하며 멈춘 곳에 있던 회사를 샀다. 안 믿어도 어쩔 수 없다. 내 몫은 고백까지고 믿을지 말지는 상대 선택이니까.


어쨋건, 이 충격 실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위에 말했듯 왜 그런 거. 로또 살 때 갖는 나 될 것 같아 하는 근자감. 그렇게 픽 당한 회사들에 만기 된 적금을 넣었더랬다. 그래서 지금? 수익률 -89프로던가.


그렇다고 남들은 열심히 배우고 부딪히며 더 잘 살려 하는 세상에, 나라고 마냥 손가락 빨며 대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려 글을 쓰고 있지 않던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글쓰기로 하는 재테크, 글테크 중인 몸이시란 말씀.


글쓰기로 재테크한다는 것이 왕성한 브런치 활동으로 출판사 눈에 띄어 출간 한다거나, 다른 루트로 수익을 창출한다거나 하는 앙큼한 꿈을 꾼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면 좋겠단 마음이야 있지만, 사리분별 칼 같은 나는 그 시나리오가 심히 비현실적임을 아는 바. 해서 그 희박한 확률의 경제적 충만함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몹시 실현 가능한 나의 정서적 포만감, 정신적 만족감을 얻고자 글을 쓴다. 글쓰기가 내게 재테크인 이유다.


그냥 편하게, 글쓰기? 취미죠 하면 쉬울 것을 뭔 놈에 글테크? 왜 말을 어렵게 해? 생각할 수 있다. 그리 말하면 나도 쉬울 텐데, 내가 어지간해선 받기와 답하기 싫어하는 질문이 “취미가 무엇"이냐라 그게 안 된다.


여지껏 취미를 글쓰기라 해 본 적이 없다. 일단 그럴 만큼 자주, 즐겨 쓰질 않은 데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취미는? 글쓰기! 라는 이 연결은 뭔가 작위적인 게 작정하고 차려낸 대답 같달까.


거시기한 건 또 있다. 취미가 뭐냐, 글쓰기다까지는 할 수 있어도 그 뒤에 무슨 글을 쓰냐와 같은 질문이 들어올 경우, 굉장히 난감하다. 일기라 하자니 초딩 마지막 개학과 동시에 쓴 적이 없고 에세이요 바른말하자니, 그 순간 흐를 정적이 벌써 어색하다.


그래, 그런 거라면 브런치 하거든요 하면 간단할 걸 알지만, 나는 내가 브런치 하는 것을 지인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 문답 역시 성립되지 않는다.


아주 옛날, 꿈이 있었다. 일본어로 소설 쓰기. 어순이 같으니 배우기 덜 힘들 것 같은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소설을 쓸 만큼의 경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 후 내 글쓰기 솜씨를 보탠다. 캬, 말로는 얼마나 그럴싸한가. 이 난이도 최극상의 일이 그 시절엔 내 바람 몇 개 나열하는 걸로 이룰 수 있는 꿈이었다. 어린 나이의 창의력이 얼마나 무한한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금 내게 창의력이란 삶을 피곤하게 할 뿐인 옵션이고, 지금 내 꿈은 죽을 때까지 먹고 싶은 걸 그 순간에 먹을 수 있는 삶이니. 어디에서도 어떤 언어로 무얼 쓰겠네와 같은 낭만은 등 져 버린 지 오래.


이렇게 메마르니 갑자기 걱정이 들더라. 벌써 눈이 침침하고 손가락 마디가 쑤시는데, 노후엔 내가 글 쓰고 싶다고 해서. 한글 여전히 알고 생각할 수 있다고 해서 맘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열심히 쓸 수 있을까?


물론, 돈 벌어다주는 일이 환영받겠지만. 돈이 아니어도 세상에 벌어두면 좋은 건 많다는 낭만적인 해석을 들어, 나는 나의 글쓰기에 힘을 싣는다.


돈도 안 되는 소일거리에 웬 과분한 애정이고 열정이냐고? 전혀. 내가 쓰는 글은, 남는 건 너 뿐이라며 세계적으로 그 기록력과 보존력을 인정받는 사진도 다 담지 못 하는, 내 연대기 자체이기에 무얼 쏟아도 아까울 게 없다.


게으름으로든 소재의 부재로든 지금처럼 부지런히 안 쓰는 날이 오겠지만 괜찮다. 그 공백을 허송세월이 아닌 글감 모으는 시기로 보낼 나임을 아니까. 잘 살다 이제 어느 정도 취재가 됐다하면 그때 다시 쓰면 된다.


그러니, 누군가 옆에 있을 때 잘하라는 것처럼 글도 쓸 수 있을 때 열심히 써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는 말과 같이 글도 그렇게 써라. 한 번도 제대로 쓴 적 없는 것처럼.


돈은 못 벌겠지만 돈보다 더 귀한 걸 벌 수 있을 거다. 나는 그걸 아마도 잘, 많이 벌 수 있을 거고.


해피뉴이어가 이렇게 마음가짐 한 번에 또 왔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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