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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숙녀 Jan 23. 2024

사람을 안 믿는 건 귀찮은 일이라서


인간이 절망인 동시에 희망인,

엿 같은 세상.


오늘도 절망에게서 희망을 봤다.


겉으론 허허실실 하며 속으론 무슨 셈을 할지 모를, 피 한 방울 안 섞인 타인을 앞에 두고


참을 인 대신 안 믿어를 세 번.

안 믿어, 안 믿어, 안 믿어. 왰지만

역시나 무용지물.


사람을 안 믿는다는 건

내게 너무나 귀찮은 일.


믿으면 그걸로 든 게 그만인데.

상처 받기도 손해 보기도 싫어

쉬지 않고 의심하고 셈하고 간 보고

그러면서 불안하기까지 해야 하는,

참 못나고 모냥 빠지는 루틴.


사람을 안 믿는다는 건,

내겐 너무도 참 손이 많이 가는 일.


아예 가리면 가리고, 시작도 안 하면 안 했지

기에 인맥 인복 타고난 빛 좋은 개살구,

연출된 인싸 돼보겠시고 허례허식 차리면서 굳이 인연을 찾고 싶진 않다.


라고 외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사람이 유일한 치유지라

아무 말 아닌 대화에 스르르 경계가 녹고, 아무 값어치 없는 시간동력 삼아

또 사는 거 보면 기가 찰 노릇.


서는, 오늘도 고 말았으니

이 유약한 작자를 어쩌면 좋을까.


어제까지 모르고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 나타나서는 거창하게 희망씩이나 돼준 걸 보면.


나에겐 절망인 사람도

저기 어디서 누군가에겐 빛이라는 얘기일 터.


 이치라면 오늘은 누군가가, 얼마간엔 암흑으로 드리울 수도 있단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것은 세상에 완벽하게 무해하고, 완전하게 유해한 사람은 없다는 얘기인가 싶어져 어렵만,


오늘 밤의 결론은.

러니 조심하고 주의하자가 아니라.

그럴 날이 오기 전까지 희망은 희망으로 두자. 웃고 즐기자. 지난 날의 데이터를 대입해 지레 쫄지 말자.


기어이, 마침내 희망이 절망이 돼버리 말면 그때 가서,  칠흑같은 어둠에 손도 못 쓰고 마냥 까만 한이 있더라도, 지금은 일단 넋 놓고 눈 부셔보자.


변심과 흑심은 어차피 내 몫이 아니니까.


살아보니.

다는 건 좀 뻔뻔해야 하는 거더라.

내게 절망인 인간들을 보니 보통 그렇더라.


그래서 나는 일단 뻔뻔하게,

어쩌면 곧  절망일 수 있을 너를 알고도

모른 척, 뻔뻔해보겠다.


어떤 식으로든 이젠 편해지고 싶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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