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에서 황수정을 만나다

(단편소설) 친절 대마왕 - 11

by 하기

11.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자 주방 쪽에서 음식을 하는 진희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진희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진희는 내가 들어온 것을 이미 눈치챈 듯 “자기 왔어.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하며 음식을 계속했다.


나는 거실 쪽으로 나와 가방을 소파에 던지고 외투를 벗어 옷걸이에 걸었다. 항상 퇴근 후면 텅 빈 원룸에 외로움이 몰려왔는데 진희가 음식을 하는 모습을 보자 신혼집 같은 따뜻함이 방에 가득했다. 진희가 부침개를 부치는지 기름 튀기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다.


진희는 식탁에 부침개를 접시에 담아 놓으며 나에게 먹어보라고 한다.


“맛있는데. 배고파 죽을 뻔했는데 고마워.”


“현기 씨 기쁜 소식이 있어. 내가 저번에 세종시에 있는 중학교에 전근 신청을 했다고 했잖아. 이번에 허가가 나왔어. 3개월 후에 발령이야. 자기랑 근처에서 같이 지낼 수 있게 됐어.”


“그래 굿 뉴스인데. 이 참에 우리 결혼하고 합칠까?”


“나도 그러고 싶긴 한데 새로운 학교에 적응도 해야 하고. 자기도 고충위원회에서 자리 잡아야 하니까 나는 당분간 학교 관사를 이용할 생각이야. 그리고 집도 구해야 하고.”


나는 부침개를 먹다가 자연스럽게 진희의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진희는 부침개 냄새가 난다며 나를 밀어냈지만 나는 더 세게 진희를 끌어안으며 진한 키스를 하였다. 진희도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나를 받아 주었다. 나는 우리의 사랑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뜨겁게 진희의 온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진희는 주말 내내 나와 함께 있다가 일요일 오후에 KTX를 타고 귀경했다. 우리는 양가 집안에 이미 인사를 드려 결혼을 허가받은 사이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진희를 오송역에서 배웅하고 나는 혼자서 원룸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고충위원회 사무실에 찾아온 여성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강경아라고 하는 민원인은 마음상담소장 황수정을 빼다 박은 모습이었다. 아니 황수정 본인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얼굴이었다. 나는 황수정이 저번에 망우동 골목길에 남겨 놓은 메모지를 꺼내 보았다. 조만간 우리 다시 만날 것이라는 예언이 적혀 있던 메모지는 이미 금박이 없어져서 빈 종이가 되어 있었다.


“최현기 조사관님 안녕하세요. 제가 국세청과 관련된 고충이 있어 관련 고충을 전담하시는 최조사관님을 찾아왔습니다.”


“네 제가 담당자가 맞습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일단 소파에 앉으시죠.”


나는 인터뷰실에서 그녀를 마주 하고 그녀가 가져온 서류의 내용을 검토하였다. 서류의 내용보다도 서류 속에 그녀의 어머니로 명시된 이름에 내 눈길이 고정되었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보니 민원인 강경아는 황수정의 친딸이었다. 내가 더욱 놀란 것은 그다음 쪽에 있는 황수정의 사망증명서와 제적등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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