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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파는 소설가 이미예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by 하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 한국의 해리 포터를 꿈꾸다

이미예 소설가,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달러구트라는 꿈 전문가가 운영하는 꿈을 파는 백화점에 취직한 페니가 겪는 에피소드를 묶은 이야기이다. 이런 내용의 소설이 1권과 2권을 합쳐 100만 권이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독자들이 이 소설에 열광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야기는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을 위한 면접을 보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겪지 못할 일들을 체험한다고 하더라도 꿈은 절대 현실이 될 수 없어요!"
페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만 남들과 다르게 대답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달러구트가 그것을 원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만약 서류를 통과한 것이 달러구트가 말한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당돌한 한 구절 때문이라면,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달러구트 꿈 백화점 본문 29페이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한 것은 우리들이 꿈을 꾸면서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꾸고 싶은 꿈을 백화점에서 사서 꿀 수 있고 현실의 어려움을 꿈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는 상상은 정말 매혹적이다. 그토록 매력적이기에 꿈은 가장 위험한 것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그 생각을 고용주인 달러구트에게 진술하고 취직에 성공하는 페니!!!


"저는 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이 질문을 떠올려요. '사람은 왜 잠을 자고 꿈을 꾸는가?' 그건 바로, 모든 사람은 불완전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어리석기 때문이에요. 첫 번째 제자처럼 앞만 보고 사는 사람이든, 두 번째 제자처럼 과거에만 연연하는 사람이든, 누구나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기 쉽죠. 그렇기 때문에 시간의 신은 세 번째 제자에게 잠든 시간을 맡겨서 그들을 돕게 한 거예요. 왜, 푹 자는 것만으로도 어제의 근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오늘을 살아갈 힘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바로 그거예요.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든, 여기 이 백화점에서 파는 좋은 꿈을 꾸든, 저마다 잠든 시간을 이용해서 어제를 정리하고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잠든 시간도 더는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게 되죠."
달러구트 꿈 백화점 본문 32페이지


꿈 백화점 주인장과의 면담에서 꿈의 한계와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런 주장이 먹혀들어 페니는 달러구트의 마음을 얻어 취직을 하고 달러구트, 웨더와 함께 1층 프런트의 직원이 된다. 백화점에 취직해서도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꿈에서 만족하려는 고객에게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페니. 노련한 달러구트는 조급해하는 페니에게 충고한다.


"그러니까 말이에요. 그것만으론 사랑이 시작되지 못하잖아요. 꿈은 꿈일 뿐인데...."
페니는 잔뜩 들떠서 꿈을 사 가던 여자 손님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렸다. 하지만 달러구트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그 끝이 짝사랑이든, 두 사람의 사랑이든, 우리의 역할은 그걸로 충분하단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본문 87페이지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는 꿈의 장인 달러구트가 트라우마를 꿈으로 만들어 파는 이벤트를 기획한다. 사람들의 상처를 꿈으로 만들어 팔려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페니. 손님들도 트라우마 꿈에 대하여 환불을 요구하는 등 불만을 제기한다. 민원을 제기하는 구매자들을 설득하는 달러구트의 모습을 바라보며 페니는 다시 한번 그의 그릇의 크기를 깨닫는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은, 거꾸로 생각하면 온 힘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 나가던 때일지도 모르죠. 이미 지나온 이상,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랍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이렇게 건재하게 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손님들께서 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달러구트 꿈 백화점 본문 144페이지


꿈 제작자들의 워크숍에 웨더를 대신하여 달러구트와 동행하게 되는 페니. 그 자리에서 말로만 듣던 전설 같은 꿈 제작자를 여러 명 만나게 된다. 나는 이 장면이 유명한 소설가들의 모임 같았다. 특히 요즘 사람들이 다른 것에 빠져서 잠을 자지 않아 꿈이 안 팔린다는 제작자들의 하소연이 넷플릭스와 유튜브 때문에 소설이 안 팔린다는 소설가들의 하소연같이 들렸다. 이런 불평에 달러구트는 짧지만 명확하게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런 재미나는 것들보다 더 즐거운 꿈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요? 난 우리 제작자분들께서 그 정도의 실력은 가지고 있는 줄로 믿고 있소만."
달러구트 꿈 백화점 본문 186페이지


그리고 꿈 백화점의 마지막 손님이 찾아온다. 병으로 5살 아이를 잃은 젊은 부부. 둘만 늙어가는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느껴져 빨리 죽은 딸에게 가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달러구트의 꿈 선물이 도착한다.


아이는 버둥거리며 부부의 품속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부부를 보며 귀여운 얼굴로 똑 부러지게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 나중에 천천히 만나.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부부는 눈물이 나오려다가 잔망스러운 딸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알았어. 천천히. 그래도 꼭 만나자."
"응, 잘 놀고 있을게. 착하게 잘 있겠다고 약속할게."
부부는 이게 전부 꿈이라는 걸 알았지만 진짜 딸을 만난 것처럼 벅찼다. 오늘처럼 꿈인 걸 알면서도 꿈을 꾸는 경우는 좀처럼 없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본문 276페이지


이미예 작가는 부산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 책을 전자책으로 출판하고 소설가로 데뷔한 신예 소설가이다. 첫 소설이 밀리언 셀러를 기록하게 될지 그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오로지 세상에 자기의 자식 같은 소설을 내고 싶은 마음에 전자책 출판을 하지만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종이책이 출간되고 100만 부 이상이 팔리면서 한국의 해리 포터 같은 전설을 만들고 있다.


유튜브와 웹툰이 콘텐츠 시장을 점령하고 영화와 드라마에게 독자를 빼앗겼다고 작가들은 한탄하지만 재미있고 감동적인 소설은 꾸준히 독자의 사랑을 받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작가들에게 일깨워준 이 소설이 나미야 잡화점과 해리 포터의 판매고를 추월하여 한국소설의 전설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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