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세무서
22년전 이곳에는
일곱명의 청년이
신규발령장을 받기 위하여
모여 있었지
2년의 초임지 근무를 마치고
그들은 헤어졌지만
20년 만에 이곳에서
다시 만났네
그 시절 자주 들르던
상봉역 고깃집에서
갈비를 뜯고
지금은 이름이 바뀐
추억의 그린주점에서
한잔을 하네
총각이던 그들은 모두 결혼을 하고
적당히 대출이 낀 30평대 아파트와 마이카를 가진
무늬만 중산층
전직과 현직, 세무사 개업
가는 길은 달라도
자식 학원 걱정, 대출이자 걱정에 노후 걱정
고민은 비슷하지
20년 후에는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두려움이 생기지만
우리에겐 추억, 신규에겐 미래가 될
이곳에서 사람들은 계속
그들의 이야기를 써 나가겠지
20년, 30년 후에도...
옛날엔 우물가에서
물 떠주다가 정분났지
요즘엔 헬스장 생수기앞에서
물 마시다가 눈이 맞는다네
옛날엔 마님 보라고
한겨울에 웃통벗고 장작패다가
감기 걸려 생고생
요즘엔 그녀 앞에서
역기들고 힘자랑하다
근육파열 파스로 칭칭나네
옛날이나 요즘이나
똑 같은 건
나만 빼고 다
남녀상열지사
이거 참 씁쓸하구만
너를 보고 싶어
너를 안고 싶어
너에 대해 알고 싶어
너의 옆에 있고 싶어
너를 갖고 싶어
너가 되고 싶어
너의 이름은 미인!
그 많던 너는 어디로 갔니?
수챗구멍이 말한다
답답해 뚫어줘
거기서 발견한 너
하얀 종이로 고이 싸서
묵념을 한다
부디 오늘 밤 환생해서
내게 다시 돌아 오렴
우리딸이 좋아하는 간식
훈제란, 포카칩, 삼각김밥
우리딸이 좋아하는 음료
포카리, 이프로, 하늘보리
우리딸이 좋아하는 말
알았어 알았어 내일 할게
엄마 : 연서야 숙제하고 공부 좀 해라
우리딸 : 알았어 알았어
엄마 : 연서야 방청소 좀 해라
우리딸 : 내일 할게
영화 ‘사랑의 블랙홀’처럼
모녀의 대화는 오늘도 무한반복 중
배당금을 받으러 법원에 간다
판사는 사건번호를 부르고
순위에 따라 배당표를 교부한다
1순위는 갑중의 갑 당해세와 체납처분비
2순위는 언제나 은행과 금융기관
국세는 기타채권자들과
법정기일을 가지고
3순위 경쟁을 해야 한다
모든 채권자들에게 배당이 끝나면
잔여액은 제로
그 집에서 집들이와
안녕을 기원하는 고사를 지내고
사랑하고 감사하며
가족과 함께 살아온 세월 30년은
배당표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주인에게는 배당없는 배당표만
덩그러니 남는다
우리네 인생은 가불인생
공부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으로 가불
쇼핑은 백화점에서
신용카드로 가불
자동차는 캐피탈에서
할부금으로 가불
아파트는 은행에서
담보대출로 가불
자식 대학등록금은 직장에서
퇴직금담보로 가불
가불금을 갚기 위하여
한달 내내 열심히 일하면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텅빈 지갑 속엔
휑한 바람만 분다
우리네 인생은
죽을 때까지 가불인생
체납전담팀 4년차
오늘도 나는 체납자의
탄원서를 처리해야 한다
변명없는 무덤 없다고
사유도 가지가지
명의대여로 자기딸을
신용불량자로 만든 아버지는
딸이 자살하지 않게 모든 세금을
본인 명의로 돌려달라고 탄원하고
조상무덤이 있는 선산을
공매의뢰당한 후손은
조상 뵐 면목이 없다고
선처를 호소한다
교통사고로 죽은 아들의
체납세금을 납부하러 온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신장이식수술을 받기 위하여
보험금 압류를 해제하여 달라는 민원인
비트코인으로 30억을 벌었다는
체납자는 가산금을 깍아주면
세금을 완납하겠다고
큰 소리 뻥뻥
모두 탄원서 한 편에
해결의 희망을 품고 오지만
모두의 탄원을 수용할 수 없는
나는 머리가 지끈지끈
나의 두통은 누구에게
탄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책상 위 탄원서는
어서 결론을 내라는 듯
내 얼굴만 빤히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