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리뷰
독일 작가 레나테 아렌스의 <<언니, 부탁해>> 장편 소설입니다.
편애하는 부모 사이에서 어린 시절의 상처가 커서도 결혼, 육아까지 영향을 준다는 말입니다.
스토리는 부부 관계가 좋지 않은 부모, 아빠는 공부 잘하는 딸을 좋아하고, 아내는 자신을 닮아 예술적 기질이 있는 둘째 딸을 좋아합니다. 아내는 큰딸로 인해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싫어했죠. 자매는 서로 좋아하면서도 시기 질투로 상처를 주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언니에게 7살 딸을 데리고 리디아가 오고 그날 쓰러져 병원으로 가면서 딸인 메를레를 언니 프랑카가 돌보게 되는 스토리입니다. 프랑카의 연인 얀은 피아노 교수이기도 하고 메를레가 피아노를 배우면서 재능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바흐 푸가, 슈베르트의 음악(42)이 나오기도 해서 유튜브를 찾아 들어보기도 했어요. 음악만으로도 소설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피아노가 소설 속에서 프랑카와 메를레, 얀을 이어주기도 하는 중요한 매개체입니다.
https://youtu.be/PhRa3REdozw?si=lVGAP8DI0ga9m2TM
https://youtu.be/pxDjmVh9DVk?si=g7aam1cNe05uBrdA
책은 어디에서 읽었느냐, 어떤 상황에서 읽었느냐도 아주 중요한데요. 입원한 상태에서 읽으니 소설 속 자매 중 병원에 입원해 있던 동생 리디아에게 공감이 많이 되더군요. 언니 프랑카는 저와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했어요. 드라마 작가이며 조금은 이성적이라서 리디아의 자유분방한 예술적 기질과는 상반된 성격이죠.
중간중간 보는 병실 밖 산과 햇빛이 저의 상황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하고 그저 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기도 했어요. 마운틴 뷰의 4인 병실이 깔끔해서 좋지만 저의 발목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좀 걱정되기도 했어요.
부모의 역할이 성인이 된 두 자매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남자를 사귀거나, 결혼 생활을 유지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아이를 낳기 싫어하는 등의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불안정한 마음이기에 자꾸 누구에게 기대고 싶거나,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내보이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결혼까지 이어지지 못하거나 자꾸 헤어지는 일이 생기게 되죠.
책 속 소설에 나온 과꽃이 나오기도 했어요. 과꽃의 꽃말이 ‘과꽃’의 유래가 남편이 죽어 과부가 된 사람을 위로하는 흰 꽃이었는데 나중에 남편이 살아 돌아와서 색깔이 바뀐다는 유래도 있더군요. 과꽃을 찾아보기도 했어요.
가족에게 받은 상처가 가족에게 받은 위로로 치유되는 것 같아요. 아픈 두 자매의 이야기는 작가의 짧은 문체, 비유적이거나 묘사를 하지 않는 간결한 문체가 더 흡인력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병실에서 소설에 빠져들어 잠시 현실을 잊게 하는 마법을 부려주어 고마운 소설이었어요. 그거 하나면 충분한 소설이었어요. 거기에 나는 어떤 부모일까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