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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책상은 밤에 무슨 생각을 할까?



나의 책상은 밤에 무슨 생각을 할까 ?



큐리어스의 <<글쓰기 좋은 질문 642>> 책에 나온 질문입니다. 질문들이 아주 생소하고 흥미롭습니다. 오늘은 그 많은 질문 중에 이 질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의 책상은 밤에 무슨 생각을 할까?



이런 생뚱맞은 글쓰기 주제가 흥미로워서 저도 모르게 글을 쓰게 됩니다. 어떤 내용의 글이 나올지 저도 궁금할 정도입니다. 


11시쯤에 잠자리에 들면 요새는 많이 뒤척이는 편입니다. 발목 골절 수술로 많이 나아졌기는 했지만 돌아누울 때 상처 부위가 아물었는데도 느낌이 편하지 않습니다. 2개월 넘게 수술 부위를 조심해야 한다는 무의식이 있어서인지 아직도 나도 모르게 조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뒤척이는 저의 모습을 보고 책상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하산하다가 넘어져 퉁퉁 부은 발, 수술하고 퇴원한 발, 목발 짚고 다니는 모습, 가족들이 밥을 침대까지 가져다주는 모습, 목발 없이 재활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겠지요?


점점 나아지고 있어서 일상으로의 복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고생했다고, 사람의 재활 과정이 참 신비롭다고 하지 않을까요? 그 와중에 매일 침대 모서리에 앉아서 아령 하는 모습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다시 마라톤 다시 하겠군' 하고 생각했겠지요. 아니면 책상 위에서 하루 종일 책 읽고 글 쓰고 노트북과 pc를 보며 살던 사람이 2개월 동안 의자에 잘 앉지도 못해서 섭섭했을까요?


침대 위에서 미니 책상을 펴고 노트북으로 꼭 필요한 작업만  했던 터라 책상 위에는 오늘 아침 오랜만에 앉았습니다. 이제는 앉아도 혈액순환이 잘 되어 가렵거나 아프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책상에 앉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반갑다고 했을 거예요. 





책상은 스탠드 옆에 놓여 있는 정호승 시집, 마키아벨리 어록, 테슬라 폭발적 서장 시나리오 책 3권을 잘 간직했다가 아침 06시에 펼쳐주려고 할지도 모릅니다. 우리 쥔장은 요새 이런 책을 읽는구나 하고 같이 생각하겠지요. 책상과 독서토론을 하고 싶군요. ㅎㅎ





그 옆에 있는 '김민들레 긍정 확언'을 책상은 항상 품고 있어서 저에게 아침마다 잘 전달해 주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밤새 좋은 기운으로 갖고 있다가 아침에 읽을 때마다 물끄러미 쳐다볼 것 같습니다. 특히 '나를 나는 믿는다' 그 하나로 자신감과 회복탄력성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것을 믿고 있겠지요. 





긍정 확언 옆에는 마라톤용 워치가 걸려 있습니다. 2개월 동안 달리지 못했고, 올해 안에 뛸 수 있을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상황에서 걷기라도 제대로 하면 너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상도 어여 저 워치를 손목에 차고 땀에 절은 채 다시 걸리기를 바라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2개월 동안 제 책상은 순간적으로 정지되어 있었습니다. 


인연인지, 우연인지 모르게 책상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 블로그를 쓰고 있으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면서 성찰하고  돌아봅니다. 


통증으로 아팠던 순간, 점점 나아지는 순간들, 가족들의 도움, 좌절하고 실망스러운 감정들, 서운했던 감정, 다시 용기 내던 모습,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들이 저를 새롭게 만듭니다. 글쓰기야말로 자신을 바라보는 최고의 거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상의 생각이 곧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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