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있는 신체가 탄력 있는 의식을 만든다
- 최진석 교수
'탄력 있는 신체가 탄력 있는 의식을 만든다'가 무슨 말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운동이 의식을 탄력 있게, 성숙하게 만든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면서 제 자신도 정리해 보는 시간이 될 것 같아서 흥미로운 글쓰기 주제군요. 운동의 의식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으로 비추어 운동이 제게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제일 먼저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셋째를 낳은 지 6개월이 되던 40세였어요. 허리가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결국 병원을 전전하다가 요가를 시작했어요.
1. 운동을 하면서 마음이 치유되다
요가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좋아진 것은 마음의 안정과 마음의 치유였어요. 워킹맘에서 전업맘으로 바뀌어서 많이 우울했었던 것 같아요. 일에 대한 열정이 컸던 터라 아이가 소중했지만 집안에만 있는 게 아주 갑갑했던 시기였고 몸도 약해져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니 만사가 귀찮고 짜증도 늘고 몸도 아프기 시작했죠. 마음이 병이 신체 통증까지 몰고 온 것 같았어요.
요가를 하다 보니 요가 강사님과 하는 명상이 아주 도움이 되었어요. 명상과 신체 수련인 요가를 같이 하다 보니 마음이 밝아졌고 몸도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죠. 요가 강사님이 요가할 때는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자신과 만나라고 하는 말에 눈물이 저절로 흐르기도 했었어요. 몸이 건강해지니 마음도 단단해지고 힐링되는 느낌이었어요.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우울증도 줄어들었고 제 자신에게 집중하게 되었어요. 몸과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요가를 통해 배웠던 시기입니다.
2. 자신감, 자존감이 높아지다
마라톤을 하면서 자존감이 아주 높아졌어요. 3km도 달리지 못한 제가 5km, 10km, 하프, 풀코스를 달리면서 내가 할 수 있구나, 못 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구나, 내가 잠재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노력하지 되는구나 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졌어요.
다른 일을 하면서 실망이나 좌절을 당했을 때도 풀코스 뛸 때에 비하면 그리 큰일도 아니었어요. 풀코스 뛸 때 마지막 10km는 죽을 만큼 힘들어도 완주했느니 이 정도의 실수, 실패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3. 긍정적 사고로 변하다
독서를 하면서 긍정적이어야 한다는 글을 많이 읽어서 의식적으로 긍정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마라톤을 하면서 더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긍정적이지 않으면 마라톤을 할 수가 없죠. 완주한다는 자신을 믿어야 하고, 완주할 수 있다는 자신을 믿어야 하고, 훈련의 힘을 믿어야 하니까요.
거리가 늘수록 성취감이 생기니 할 수 있다는 마음과 함께 해낸 경험이 합쳐지니 힘들어도 해낼 수 있다는 마음으로 변하게 되었어요. 나 자신을 이겨본 경험은 다음의 큰 시련이 와도 이겨낼 힘을 주더군요. 긍정적인 사고 없이는 완주하기가 어려운 마라톤입니다.
4. 시간의 중요성을 느끼다
운동은 얼마나 운동을 했느냐에 따라 몸이 변합니다. 마라톤을 얼마나 훈련했느냐에 따라 기록이 나오고 근력이 생깁니다. 훈련의 시간이 운동의 성과를 나타내주는 아주 정직한 일이 운동이었습니다. 특히 마라톤에서 자기 기록 경신을 1초만 앞당겨도 아주 성공적인 훈련, 성공적인 대회가 됩니다.
평상시에는 무시했던 1초, 10초가 훈련할 때와 대회 때는 어찌나 소중한지 모릅니다. 완주하기 전 몇 초, 몇 분은 또 얼마나 힘들던지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은 항상 꾸준하게 움직일 뿐 빨리 가지도 느리게 가지도 않습니다. 그걸 조절하는 것은 마음뿐이었어요.
꿋꿋하게 평정심을 가지도 달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힘든 순간에도 시간의 힘을 믿는 마음이 생겨났죠. 시간의 특징을 알고 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씩 생겨남을 배웠습니다.
5. 운동으로 몸이 변화되고 내가 변화되다
운동으로 근육이 없던 다리에 근육이 붙고 4~5시간을 달릴 수 있는 몸으로 변화되었습니다. 몸이 변화되었다는 것은 나의 존재가 변화되었고 성장했다는 뜻입니다. 몸이 변할 동안 나의 의식과 나의 존재가 달라졌으니까요.
몸뿐만 아니라 의식, 사고, 시선, 경험, 통찰 등 모든 부분에서 달라졌습니다. 힘든 운동으로 자신을 이겨냈던 경험을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르게 하고 상황을 인지하는 방향도 다르게 만드니까요. 존재의 특징은 변화이고 성장인데 몸이 변화되니 존재도 변화하고 성장했습니다.
마라톤을 하기 전과한 후의 저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자신감, 자존감, 사람들을 보는 시선, 상황을 보는 시선, 시간에 대한 개념, 남편과 아이들을 보는 눈높이 등 모든 부분에서 달라졌기에 존재 자체가 변화, 성장했다고 생각합니다.
6. 운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다
운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어요. 운동하는 사람들의 마음, 훈련하는 시간, 양 등에 대해서 알지 못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고단하고 숭고한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마라톤 대회, 운영, 참가자, 자원봉사자, 시스템,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운영, 보스턴 지역 응원 문화 등으로 저는 전혀 다른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제가 보는 세계가 한 층 더 넓어졌습니다. 마라톤을 하지 않았으면 그런 세상이 다른 세상의 일처럼 여겨졌겠죠.
7. 뇌의 효율성을 경험하다
무엇보다도 운동 후 독서, 글쓰기, 일을 하게 되면 집중을 잘하게 됩니다. 아이디어도 많이 나오게 되고요. 생각 정리도 잘됩니다.
운동 후 세로토닌, 도파민 분비로 기분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일에 집중하게 되면 몰입하게 되고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니 시간도 단축됩니다.
일이 풀리지 않을 때나 고민이 있을 때는 걷기를 하거나 달리곤 했습니다. 그러면 방법이 생각나거나 우선순위를 정해서 정리하곤 했죠. 별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자주 들기도 했어요.
중요한 것만 남겨지고 후순위 일은 사라지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지 결정력, 판단력이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이상으로 7가지를 정리해 봤는데 탄력 있는 신체가 탄력 있는 의식을 만들고 변화했군요. 운동으로 의식이 바뀌고 존재 자체가 바뀐 경험입니다.
요즘은 매일 30~1시간 이상 아침에 걷고 있습니다. 하루의 활력은 운동에서 시작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아침에 기분이 좋아지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