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트라우마로 다시 산에는 못 가시겠네요?"
"그럴까요?"
광명 마라톤 클럽을 3개월 만에 걸어서 훈련에 참여했어요. 물론 발목 골절 수술 후라 걷기만 가능합니다. 요즘 걷기를 매일 1시간씩 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갔더니 이렇게 질문하셨어요. 저는 어떻게 대답했을까요?
넘어진 경험이 좋은 자산이다
2023년 울릉도 마라톤 풀코스 참여했다가 넘어진 적이 있어요. 19.8km 지점에서 혼자 넘어졌고 선글라스가 부러지고 양쪽 무릎, 어깨, 왼쪽 얼굴이 긁혀서 119를 타고 병원으로 갔었죠.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무릎 상처가 아무는 1개월 동안 러닝 하지는 못했어요.
아스팔트가 무서웠다
1개월 후 다시 러닝 할 때 아스팔트가 무서웠어요. 대회에서 넘어질 때 주변 환경 때문에 넘어진 게 아니라 2개 언덕을 뛰어서 넘은 후 다리에 힘이 빠져서 혼자 넘어진 거거든요. 훈련할 때 내가 다시 뛰다가 넘어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도 들었죠. 평지를 뛰다가 넘어진 적은 5년 동안 한 번도 없었음에도 다시 뛰려니 겁이 났습니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 직면해야 이긴다
상처가 아물고 다시 혼자 천천히 뛰었고 마라톤 클럽에도 합류해서 잘 이겨냈습니다. 1~2개월이 지나니 넘어진 트라우마는 없어졌어요. 트라우마는 트라우마에 직접 부딪혀서, 직면해서 이겨내야 함을 배웠습니다.
이번에도 그러려고 합니다.
넘어진 산이 그리 험한 산도 아니고 얕은 산이어서 발목이 회복되어 뛸 수 있다면 다시 뛸 생각입니다. 그래야 산에 대한 두려움,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힘든 마라톤을 왜 다시 하려고?
누구는 이제부터 러닝 그만두라고 합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그만 뛰라고 하고 풀코스 5회 뛰었으면 되었으니 편한 운동으로 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매번 도전하는 마라톤이 매력이 있습니다. 매일 저에게 도전이고 힘들고 성취감과 성장을 주는 어려운 운동이기에 재미가 있어요.
매일 1시간 걷는 것도 도전입니다. 걷기가 수월해야 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조급하게 빨리 나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잘 회복해야 잘 뛸 수 있는 걸 알기에 발목과 몸의 컨디션을 보면서 운동량을 조율하고 있어요.
나에게 주는 완주의 보상
혼자 러닝 할 때 마지막 1km는 항상 힘이 듭니다. 빨리 끝내서 좋아하는 카페라테와 마이구미 먹을 생각만 하면서 뛰었습니다. 완주하고 먹는 간식은 얼마나 맛있게요?
걷기도 마찬가지라서 1시간 걸은 후 카페라테와 마이구미를 오랜만에 사서 먹었습니다. 뛰는 것만큼 쉽지 않은 걷기 재활입니다. 여전히 맛있었어요. 맛있어서 맛있는 게 아니라 완주했기 때문에 맛있는 거겠죠.
해내게 만드는 챌린지의 힘
단톡방에서 매일 운동 챌린지와 매일 블로그 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 10분 이상 운동하기지만 처음에 10분이었다가 이젠 1시간 걷기가 가능해졌어요. 2주 차가 되어갑니다.
매일 블로그 쓰기 200일 챌린지는 175일 차를 맞이했습니다. 175일 동안 쓰고 싶을 때도 있었고, 쓰기 싫은 날도 있었는데 같이 하는 분들 덕분에 잘 써가고 있습니다. 글이 쌓일수록 자신감, 자존감, 성취감, 성장함을 느끼고 있어요.
3개월 만에 찾은 광명 마라톤 클럽 덕분에 다시 재활해서 멋지게 뛸 날을 기다리며 열심히 걷기를 하고 있습니다. 같이 뛰는 상상은 혼자 뛰는 것보다 더 의미가 있고 서로 동기부여가 됩니다.
트라우마는 트라우마로 극복하고 챌린지는 함께의 힘으로 극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