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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작가의 소설 '흰' 후기, 삶과 죽음 넘나드는 시집


한강 소설 '흰' 후기, 삶과 죽음 넘나드는 시집 같은 소설책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을 소개합니다. '애도와 부활 인간 영혼의 강인함에 대한 책'이라고 띠지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저만의 소개로는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시집 같은 소설'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단편적인 65편의 글로 어머니의 유산, 상실감에 대한 느낌을 흰 물건을 상징으로 삶과 죽음을 철학적으로 사색한 스토리입니다. 



1장 나

2장 그녀

3장 모든 흰



1장 '나'에서는 흰 것에 대해 쓰겠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백지, 흰 개, 백발, 수의


이렇게 나열하는데요,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하얀색'과 '흰 '의 어감이 많이 다른데요.' 하얀색'은 맑고 깨끗한 순수한 어감과 백지상태의 느낌이 드는 반면' 흰 '은 무거운 하얀색이라는 느낌이 들어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작별하지 않는다','채식주의자' 소설을 읽은 후 시집 '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시는 간간이 읽어나갔어요. 마지막으로 읽은 소설이 '흰 '입니다. 이렇게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흰 '소설에서 앞서 읽은 소설과 시집을 아우르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삶과 죽음, 눈, 수의, 배지, 파도, 얼음, 배내옷, 강보 등의 이미지들을 다른 소설에서 만날 수 있었어요. 


'흰 '은 조금 더 밝은 스토리일 것 같았으나 역시나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적인 사색으로 어렵게 읽어 내려갔습니다. 마치 어려운 시집인 양 읽고 또 읽고 되새기고 또 되새긴 책이었어요. 


며칠 전에 읽었지만 어떻게 후기를 써야 할지 막막한 소설이기도 했습니다. 한강 작가는 각 소설마다 형식이 다 달라서 읽을 때마다 기존과 다른 다양성에서는 놀라면서 읽었어요. 내용 자체도 무겁고 아리고 아파서 읽다가 덥고, 읽다가 덮었다는 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요. 



한강 소설 '흰 ' 후기, 삶과 죽음 넘나드는 시집 같은 소설책 11 p



시간의 모서리라는 표현이 참 새롭습니다. 삶의 모서리와도 같은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 삶의 모서리에서도 허공에 발을 내딛는다고 표현합니다.  힘든 와중에,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앞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나타내고 있는 듯합니다. 


한강 작가의 글은 해석하기에 따라 여러 각도로 조명이 가능합니다. 마치 시처럼요. 내가 이렇게 읽고 느낌이 이랬다면, 다른 사람은 다른 느낌으로 다른 해석이 가능하죠. 독자에게 각자 느끼라고 던져준 느낌입니다.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저는 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소설이나 시집들이 한결같이 어렵고 곱씹어야 하는 표현들이 많았습니다. 


한강 소설 '흰 ' 후기, 삶과 죽음 넘나드는 시집 같은 소설책 95 p



2장 '그녀'의 일부분입니다.


빛의 섬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시 같죠? 95p 내용 전부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 표현이 마치 시적 표현입니다. 보통 소설은 스토리로 이끌어가는 반면에 이 소설은 시적 표현이 이끌어가는 느낌입니다. 스토리는 정확하게 구성되어 있지 않고 안개 낀 인물들이 등장과 표현만을 할 뿐입니다. 


읽으면서 한강 작가와 가장 비슷한 소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너무나 닮아 있거든요. 내용도 실제 어머니의 유산 이야기를 쓰기도 했고 하는 행동들이 마치 작가와 비슷합니다. 소설은 자기의 삶을 반영할 수밖에 없지요. 인터뷰할 때도 무대를 어둡게 해 달라는 요청을 한대요. 그 이야기를 듣고 이 부분이 확 와닿았습니다. 


밝게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상황이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듯 조용조용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작가의 현실 모습과도 오버랩이 되는 장면이었습니다. 


3장 '모든 흰 '에서는 당신의 눈, 수의, 언니, 백지 위에 쓰는 몇 마디 말처럼, 소복, 연기, 침묵, 아랫니, 작별, 모든 흰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유산으로 죽은 언니를 아버지가 배내옷과 강보를 싼 채로 묻는 장면과 소복에서 상견례를 할 때 돌아가신 부모님에게는 비단옷 대신 소복을 선물해서 태운다고 합니다. 아랫니는 '언니'발음과 비슷하다고 하고요. 


언니 대신 살아남아 자신에게 연결된 듯 한 이야기합니다. 주변에서도 유산되거나 사산되어 태어난 이야기를 가끔 듣거나 뉴스로도 보게 됩니다. 누구에게는 쉽게 버려지는 아기가 누구에게는 아기를 갖고 싶어 몇 년간, 수십 년간 애쓰기도 합니다. 아이러니죠.



한강 소설 '흰 ' 후기, 삶과 죽음 넘나드는 시집 같은 소설책 121 p



아마 이 소설을 쓰게 된 스토리가 된 일화가 아닌가 합니다. 


저의 형제는  6남매인데 한 명이 유산되었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은 적 있었지만 흘려 들었습니다. 아주 옛날에요. 저는 아마 언니가 하나 더 있을 수 있었겠지요. 갑자기 그 생각이 났습니다. 그래도 아직 어머니에게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아픈 상처가 될 것 같아서요. 


살아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래서 아마 어머니는 절에 가서 그렇게 기도를 했나 봅니다. 왜 그렇게 절에 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요. 이런저런 아픔을 달래고 기도하러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시집 필사& 출간 10기를 운영하는 리더로서 한강 작가의 시집과 소설은 아주 시적 표현이 많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어느 때는 너무 어두워서, 마음이 가라앉아서 잠시 멀리하기도 하면서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더군요. 


'흰 '을 마무리하면서 이제는 다른 책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제정신건강을 위해서요. 


그러나 11월 북클럽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 두 권을 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은 북클럽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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