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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 남산 언덕 훈련, 풀 마라톤 도전기

풀 마라톤 도전하다

" I have met my hero, and he is me"

(나는 내 영웅을 만났다. 그는 바로 나였다.)

- 조지 쉬한 마라톤 이론가-



죽음의 언덕 훈련이라는 남산에 지난 토요일(8월 20일)에 다녀왔습니다.

남산을 구경하기 위해 차로, 걷기로만 다녀봤기 때문에 언덕이 그리 심하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하고 있었죠. 걸을 때와 달릴 때는 언덕의 각도가 달라집니다. 남산은 첫 훈련이라 아무 생각 없이 갔는데 체력의 한심함을 보고 왔습니다. 겸손해진다니 정말 겸손하게 만드는 남산 훈련이었죠.



토요일 아침 05시 30분에 만나서 남산을 향했습니다. 이른 시간에 출발했는데도 도착해서 준비하다 보니 6시가 훨씬 넘어버렸죠. 이미 다른 클럽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도로가 나무로 둘러싸여 있었고 아침이라 선선했습니다. 요즘 아침 기온은 너무 이뻐 죽겠어요. 아침 기온이 27~29도가 아닌 게 어디에요. 24~5도 정도는 정말 애교쟁이 기온입니다.


초반 남산 언덕 훈련 마라톤


1회째 왕복을 달릴 때는 ' 요 정도면 할 만하다'라는 생각으로 이 부장님이 사진을 찍어주셔서 웃으며 답할 수가 있었죠. 파이팅도 외쳐보고요. 갈 때는 같이 잘 따라갔는데 중반 이후는 도저히 따라잡지 못해서 제 페이스에 맞춰서 달렸습니다. 이런 녹색 풍경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한 거죠. 그냥 '한 발 한 발' 속으로 외칠뿐입니다.


남산 언덕 훈련에 고개 숙이다


언덕은 참, 밉더군요. 생각 같아서는 훌쩍훌쩍 뛰어넘을 것 같은데 발이 왜 그리도 껌딱지 붙은 것처럼 무거운지 언덕에서는 힘을 쓰지 못합니다. 고객만 푹 숙이고 겨우 한발 한 발 내디딜 뿐입니다. 헉헉 숨소리가 이제까지 달렸던 어떤 곳에서보다 크게 들립니다.


옆에서는 보라매 마라톤 팀이 우르르 달려갑니다.


저는 천천히 가는데 힘찬 발걸음이 부러웠습니다. 그만큼 많은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란 걸 알면서도 잠시 시기심을 가져봅니다.


저희 클럽에서는 7명이 갔는데 가다 보니 보라매 마라톤 팀이 5~6명 정도라 이 부장님이 저보고 인원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니 기죽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우리 팀도 그리 적은 팀이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죠. 안 오신 분까지 합치면 40명이 되니 적은 클럽은 아닙니다.


옆에서 뛰던 김 00님이 " 보라매 팀은 아마 뒤에 더 있을걸요".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20여 명이 저 멀리서 군단처럼 달려오더군요.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해 껄껄 달리면서 웃었습니다.


" 어쩐지 인원이 너무 적어 이상하더라"라는 이 부장님의 말씀.


더 이상 찍지 마오


이 부장님이 만날 때마다 사진을 찍어주셨죠. 언덕을 오를 때는 사진을 찍어도 숨소리가 헉헉 나기 때문에 찍지 말라고 했는데도 찍어주셨네요. 그때는 너무 싫었지만 지금은 사진 있어서 좋군요. 이렇게 달릴 때 전후가 아주 다른 게 마라톤입니다. 힘들면 눈에 뵈는 게 없거든요.


광명에서는 가림산 둘레길과 현충탑 언덕길을 연습했는데도 남산은 또 달랐습니다.


춘천 마라톤 코스 중 특히 사상 대교 언덕 27km에서 많이 사람들이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저도 차로 다녀왔는데 보기에는 그다지 경사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하프 이상 달린 후는 낮은 언덕이라도 평지와 달리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고수님들은 처음부터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지 말고 처음부터 페이스 유지를 해야 사상 대교를 잘 건널 수 있다고 합니다.


남산은 왕복 6킬로가 넘기 때문에 참 길어 보였고 가림산은 한 바퀴가 2.5킬로가 덜 힘들게 보였어요.


와~ 이제 보니 제가 킬로에 대한 감각이 생겼군요. 2.5 킬로가 어느 정도인지 감이 잡힙니다. 예전에는 전혀 없었죠.


다른 분들은 3~4회를 달렸는데도 저는 2회만 달렸습니다. 한 바퀴를 더 달리고 싶었지만 처음이라 무릎이 조금 아파오기 시작해서 욕심을 자제했습니다.


언덕 훈련은 처음에 힘들에도 2~3회 하다 보면 익숙어짐을 광명 가림산 둘레길과 현충탑에서 경험했습니다. 다음 남산 훈련에는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 오르막길에서 시각장애인과 시각장애인 페이스메이커가 서로 어깨에 끈을 묶고 달리는 모습을 봤습니다. 봉사하시는 분은 제가 보기에 20~30대로 참 젊어 보였는데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저도 풀코스 마라톤 후에 의미 있는 달리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은 나 자신에 대한 한계와 도전을 하기 위해 달리고 있는데 봉사로 달린다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제 몸부터 달리기에 단련해야겠습니다.


남산 언덕 훈련 13km


남산 언덕에서는 멋진 녹음 풍경과 마라톤에 진심인 사람들의 달리는 모습, 시각장애인과 페이스메이커, 언덕에서의 무거운 발걸음과 수많은 자아, 작은 영웅을 만났던 생각이 납니다.


남산 국립극장


귀가할 때 본 남산 주차장 국립극장 처마는 제 맘과 달리 참 이국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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