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프 달리기도 이렇게 힘든데 풀코스 가능할까?

마라톤 풀코스 도전하다

지금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니다.

지금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할 때다.


-헤밍웨이-(이민규 작가의 '생각의 각도' 236p)


마라톤 클럽 가는 길



지난주 토요일(8월 27일 ) 06시에 광명 마라톤클럽에서 모여 하프 (21.097km) 장거리 훈련이 있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느낌은 항상 설레고 에너지가 넘치죠. 장거리라 마음의 부담감을 가지고 갔어요. 하프는 쉽지 않은 거리니까요. 요즘은 언덕 훈련과 길어도 15km까지는 연습했지만 하프는 또 다르거든요.


지금까지 하프는 공식 대회 2회, 비공식 대회 1회, 실패 1회 총 4회의 경험이 있습니다.


첫 하프 공식 대회 후에는 어기적어기적 걷다가 고관절이 너무 아파서 버스를 타지 못하고 택시를 탔던 기억이 납니다. 2~3일 아무것도 못 했죠. 다시 달리기 안 한다고 했는데 이렇게 하고 있어요.


비공식 대회는 혼자서 달렸고 2회째 하프 공식 대회는 온라인 대회였는데 올해 3월 26일이었어요. 클럽 회장님과 훈련부장님 박 00님이 동반주해 주신 덕분에 매우 안정감 있고 편안한 레이스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 느낌, 감을 유지하려고 연습할 때마다 노력하죠. 혼자서는 아무래도 잘되지 않더라고요. 풀코스 경험 있는 분들은 역시 다르십니다.


하프 달리기 전 모습


시작 전이라 얼굴이 쌩쌩하네요. 05시 40분이어서인지 사람들도 하나 없이 맑고 고요합니다. 날씨는 참 좋은 날이에요.


클럽 멤버 4명이 오셔서 총 5명이 달렸습니다. 그중에서 풀코스 200회 달리신 분이 오셨어요.


와우~ 200회~


거의 주말마다 신도림에 00 마라톤에서 달리신대요.

저는 폴 코스 한 번 뛰겠다고 총집중, 이 연습인데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그분의 피지컬과 마인드가 어느 정도일까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즐겁게 뛰라고 하시면서 단톡방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사진 봤다고 하시더군요.


평온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모습에 보기만 해도 푸근해지는 분이십니다. 일이 있어서 3킬로만 뛰고 가신다고 해서 아쉬웠지만 만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날씨가 20도라니 와우~


이 정도면 최상의 기온이죠.

여름날, 겨울날에 비하면 더할 나위가 없죠. 그래서 추운 날도 더운 날도 달리기 해보라는 말이 이제야 와닿습니다.


3킬로까지 같이 달리다가 각자의 페이스대로 달리기로 했습니다. 역시 오늘도 꼴찌로 달립니다. 여자분이 없어서 또 아쉬운 날입니다. 몇 분 계시지만 일정상 나오지 못하셨죠.


마라톤은 혼자와의 싸움이죠. 누구를 의지하겠어요?


10km까지 뛰는데 목이 마르지 않고 땀도 별로 나지 않았어요. 날씨가 적당해서인지 그런가 보네요. 새로운 경험입니다. 눈 주위에서 땀이 나면 참 귀찮거든요. 방울방울 맺히면 무엇보다도 전 간지러워서 안 닦을 수가 없습니다.


목이 마르지 않으니 컨디션 조절이 잘됩니다. 워치에서 알려주는 km당 속도도 6분 50초 전후로 나쁘지 않게 계속 들려옵니다. 가뿐하지만 더 속도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유지합니다.


오늘은 하프니까 정신을 집중해서 페이스 유지하며 완주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달립니다.

날씨가 좋은 것 까지는 좋은데 해가 뜨겁기 시작합니다. 7시가 되기 전부터 해가 비치니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어제 끝난 mkyu 챌토링 독서모임 운영방법 2기 수강하신 9명이 떠올랐습니다. 11일 동안 운영하며 신경을 집중했던 터라 달리면서 계속 생각이 나더군요. 아쉬운 점, 잘한 점, 감사한 점, 이러저러한 생각이 막 떠올랐습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시간들이라서 애정이 생겼나 봅니다.



10km 구간 기록


연속 6분대가 10km는 처음입니다. 시작 1km는 워밍업이라 천천히 달린 것 빼고는 나쁘지 않은 기록입니다. 하지만 후반의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주기 때문에 "페이스 유지" 하고 속으로 말해봅니다.



10~11km 한강


한강이 보이니 슬슬 목이 마릅니다. 10km가 지났으니 목이 마를 만도 하죠. 수도가 왜 제 눈에는 보이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분명 6km 지점에 있다고 알려주셨는데 지나쳤나 봅니다.


한강 편의점에 들러서 물과 초코파이를 먹고 반환점을 돌자는 생각으로 편의점 근처에 갔는데 먼저 가신 분들이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어주십니다. 감사하죠. 저는 마라톤 풀코스 도전 글을 쓰는 사람인데 사진이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혼자 뛰는 하프 코스에 실패한 이유는 사진이었습니다. 뛰다가 사진 찍다가 하다 보니 페이스 유지 실패로 막판에 걸어 들어왔죠. 마라톤 함부로 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한 날이었습니다.


어쩌나


편의점 세 군데가 8시 전이라 그런지 모두 닫혀 있었습니다. 수돗물이 있는 위치를 알려주셔서 다행히 물만 먹고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한강 하프 달리기 도중 찍은 사진


스마트워치가 있음에도 항상 핸드폰을 허리에 차고 달립니다. 스마트워치에 사진촬영 기능이 얼른 있으면 좋겠어요.

최소한 사진 1~2장은 있어야 글을 쓰기에도 편하고 보기에도 좋으니까요. 다행히 오늘은 사진을 찍어주셨지만 저도 얼른 꺼내어 찍어 봅니다. 2~3장만 찍고 얼른 집어넣습니다. 오래 지체하다가 페이스가 말리면 낭패니까요.


한 번 물을 먹기 시작하면 자꾸 먹는 버릇이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목이 마른 건지 힘들어서 목이 마르다는 핑계로 쉬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목마름 해결이 안 되면 뛰기가 무척 힘들어요.


14km 지점에 다시 물을 찾기 시작합니다.

오던 코스는 수돗물이 별로 없어서 건너편 코스로 돌아가기로 맘을 먹고 찾아봤는데 없습니다.


이미 페이스는 흔들리기 시작한 듯합니다.


멀리서 화장실이 보이길래 들어가려고 하니 문이 잠겨져 있군요. 네 번째 문이 잠겨져 있는 모습을 보는 아침입니다.


무작정 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가다 보니 다시 화장실을 발견해서 수돗물로 목을 축이고 갑니다.


처음에는 수돗물도 미심쩍어서 먹지 못했는데 이제는 화장실 수돗물도 잘 마십니다. 우선 살아야 하니까요. 그 후에도 지나가다 2번이나 더 화장실 수돗물을 먹으면서 목마름을 달랬습니다.


아마도 저의 습관이 아닐까 싶어서 고쳐야 할 것 같죠?


대회가 있거나 아는 코스는 어디에 물이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조절이 가능한데 이렇게 처음 뛴 코스는 물을 찾아 이리저리 찾게 되어 시간 낭비를 하게 됩니다. 다음부터는 수돗물이 어디에 있는지 잘 확인하고 달려야겠습니다. 준비 소홀 체크V


방황의 몇 km를 보내고 18km에 정신을 차리자고 생각을 했어요. 자꾸 7분 후반대를 기록하게 되니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쳐있었지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최고 페이스, 평균 페이스( 목표는 6분 50초 평균 페이스)


언덕 훈련할 때보다는 훨씬 편한 평지인데 이 정도는 쉬운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언덕 훈련은 정말 마음은 움직이는데 달리가 안 움직이는 갑갑한 제자리걸음 느낌이지만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니 얼마나 좋은지요. 엄살 할 평지가 아닙니다. 엄살 하지 말라고 속으로 외쳐봅니다. 달랬다가 경고했다가 혼냈다가 서너 가지를 바꿔가며 자신에게 말해봅니다.


20km 넘어서면서 2km가 남았기 때문에 스퍼트를 해보려고 했는데 에너지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6분대로 뛰어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는데 되지 않더군요.


마인드의 문제일까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11~22km 구간 기록



하프도 이렇게 힘든데 내가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하다니 완주나 할 수 있을까?

지금 달려온 거리를 한 번 더 달려야 42.195km인데 덜컥 겁이 났습니다.


그나마 얻은 소득은 지난번 하프 달리기 했을 때는 무척 다리가 아팠는데 이번에는 아프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계속 연습을 해온 덕분인지 체력이 많이 생겼습니다.


하프 거리, 시간


21.097km가 하프인데 22.33km를 달렸습니다. 1.2km를 더 달렸군요. 2시간 30분에 들어온 셈입니다.

지난번 온라인 대회에서 2시간 38분이니 7분 정도가 앞당겨졌습니다. 7분 단축이 이렇게 긴 연습을 해야 가능하다니 7분이 다시 보입니다.


3월 이후 하프를 처음 뛰어봤는데 이 정도면 만족합니다. 조금 부족함이 있었지만 체력이 어느 정도 비축되었다는 것과 풀코스는 멀었구나 하는 두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합니다.


나머지 남은 시간에 연습을 하면 잘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도 나를 믿어야 하겠습니다.


잘하고 있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