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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 기록 미쳤다? 고장인가? 내가?

풀 마라톤 도전하다



4분대/km 진입 환호하는 모습


지난주 토요일 하프 달리기 (22km) 달렸더니 이틀간은 아무 일도 않고 휴식만 취했습니다. 하프는 만만한 거리가 아닐뿐더러 쉬는 것도 오랜 시간 필요했습니다. 토요일 당일은 뒹굴뒹굴했고 일요일은 그나마 아이들 일정 덕분에 움직이기 시작했죠.


토, 일, 월을 쉬니 화요일, 어제는 달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마침 비가 와서 또 쉬었습니다. 3일만 쉬어도 몸이 알고 내가 알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합니다.


05시에 창문 밖을 보니 다행히 비는 멈췄군요. 그냥 아무 생각도 않고 준비하고 나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나섰는데도 달릴 수 있는 산책로까지 걸어서 가고 준비 운동 후 시간을 보니 6시 56분이 되어서야 스타트를 했습니다.


광명 안양천 달리기 전


오늘 저녁에 광명 마라톤 클럽에서 야소 800미터(처음 연습 예정)가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5km만 달리자고 마음을 먹었어요.


훈련부장님이 6분 50~7분 30초/km 기록을 보고는 5km 정도는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숨이 트일(소리꾼이 목청이 트이듯~ 비유 적절해서 이해 팍~ 갔음) 정도로 속도를 내어보라고 하더군요. 너무 즐겁게만 달린다면서요.


저는 무척 힘들게 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즐겁게만 뛴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이런 생각에 오늘은 속도를 내어보자고 하면서 슬슬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평상시는 7분 30분/km 전후로 시작했는데 1km에 6분 50초가 나왔습니다. 워밍업이 너무 빠른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2km부터는 더 속도를 내보려고 했어요.


6분 20초가 나옵니다. 이 속도는 제가 10km 달릴 때 마지막 스퍼트 하는 기록인데 이 속도로 달리다니 숨이 가빠서 5km 완주가 가능할까?


3km부터 몸이 가벼워졌습니다.


2km가 남았으니 스퍼트를 내보자는 생각에 정신없이 달렸죠. 숨은 규칙적으로 가쁘지 않게 쉬려고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너무 가쁠 때는 약 5초 정도 템포를 조금 낮췄다가 다시 속도를 냈죠.


계속 빠른 속도로 달리니 숨을 쉬기가 어려웠어요. 잘 조절하면서 달려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이 속도로 장시간 달리기는 아직 부족하겠네요.


4km 넘어서 있는 힘을 쥐어짜고 있을 때 방금 전 달리면서 저를 추월하신 어르신께서 땀범벅이 된 얼굴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인데 저에게 박수를 조용히 쳐주셨어요. 순간 눈물이 핑~

어떤 때는 아무 말하지 않아도, 소리 없는 박수만으로 그 마음이 전달되나 봅니다.

어르신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에너지를 받아서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했어요.




5km 즈음 " 거의 다 왔습니다" 음성 메시지 후 더 달려서 5.89km를 달렸군요.


5.89km 32분


5km도 30분에 달린 적이 없는데 5.89km가 32분이라뇨?


시계가 미치거나 내가 미쳤다!


허리에 매고 있던 핸드폰을 꺼내 보니 세상에... 와이파이를 켜지 않아서 구간 기록은 나오지 않습니다. 아깝다~


그러나 고장 난 기록은 아니었습니다.


5.89km 32분 달리기 기록



평균속도/km


평균 페이스가 5분 35초, 최고 페이스가 4분 33초입니다. 최고 기록입니다.


앗싸~


지난주에는 아무리 뛰어도 6분 20초/km 이하는 단축할 수 없었는데 일주일 사이 기록 경신을 하다니 놀랍군요. 평균 5분 35 초라니요? 물론 5km 짧은 거리니까 가능했겠죠.


7~8분/km를 전전하던 저는,


7~8분/km는 시작의 숫자라고 하죠.

6분/km만 나오면 아름다운 숫자 6이고요,

5분/km는 꿈의 숫자 5이고요,

4분/km는 별의 숫자 4입니다.


시작의 숫자 7, 8이 지나야 아름다운 숫자 6이 나옵니다. 시작을 하지 않으면 6이 나오지 않죠.


아름다운 시간들(=고통의 시간들)이 지나야 꿈의 숫자 5가 나옵니다. 풀코스를 뛰려면 꿈의 숫자가 간간이 연습할 때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풀코스를 뛰기 위한 사람들을 위한 꿈의 숫자 5입니다.


별의 숫자는 4는 꿈과 한계를 넘어서 별을 따는 것만큼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그 별을 따는 사람들도 많지만요. 저처럼 시작하는 초보라 너에게는 별의 숫자처럼 4가 보입니다.


오늘 꿈의 숫자 5와 별의 숫자 4가 반짝거리고 지나갔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자주 나오겠지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기록이 나왔습니다. 나의 잠재력을 내가 뛰어넘었습니다.


시작하지 않았으면 보지도 못하고 경험하지 못할 숫자 5와 4는 저에게 오늘 큰 힘을 주고 있습니다.


이미지 트레이닝 20221023 춘천마라톤 완주




시작부터 훌륭할 필요는 없지만,


훌륭해지기 위해선 시작해야 한다.

- 지그 지글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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