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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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해를 맞으며 차가운 바람과 맞서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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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시인의 '빈집' 시가 산책길에 세워져 있다. 오늘은 지나치지 못해 한참을 쳐다본다.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기형도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들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엷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어떤 마음으로 썼을까?

사랑을 잃고 썼을까?

삶을 잃고 쓴 것 같은 절망감도 보인다. 겨울 안개, 촛불, 흰 종이, 눈물, 열망이 빈집에 갇혀서 나가지 못하는 형국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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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으며 나도 써본다. 잎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가지에 빠알간 보리수 열매만 그득하다. 가지만 앙상한 나의 삶에도 빠알간 열매들이 송골송골 많이도 맺혀있다. 내가 사랑을 잃으면 어떻게 쓸까


사랑을 배우고 나는 쓰네



김민들레



잘 가요.

이렇게 상상만 해도 먹먹하오


열렬한 그리움에 사무칠 때도

고운 눈빛과 목소리로 다독여주었소


누군가 갈라놓을 때도 기다리며

무릎 꿇고 기도한 적도 있다 했소


뭔가 잘못할 때도 지긋이 바라보며

스스로 뉘우칠 시간을 주었소


언덕에선 손을 잡아주고

내리막길에선 희망을 주었소


세 아이들에게 없는 인내심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내가 죽는 날 한 가지 후회할 일은

그대를 더 사랑하지 못해서일 거요.


삶의 시련과 고통을 이길만큼

나의 천운은 당신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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