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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닛 Nov 21. 2023

네가 느낀 아름다움은 사실

진짜 아름다운 사람

최근 학원에 변화가 있었다. 나보다 어린 S쌤이 그만둔 것이다. 그래서 S쌤의 수업은 남아있는 선생님들이 인수를 받았는데 나는 6세 4명 반과 5세 3명 반을 넘겨받게 되었다.


나는 사실 올해 들어 6세를 내 수업에서 보기 힘들었다. 책 읽기 싫어하는 S와 공룡을 좋아하는 M을 가르치긴 했지만 곧 그만두었고 H는 사정이 있어 하루 만에 그만두기도 했다. 아무튼 올해는 나랑 6세가 참 안 맞는다 느꼈던 참이다.


이번에 만나게 될 6세는 어떨까,라는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맞이한 4명의 아이들은 어땠을까.


내가 가르치는 수업은 책을 읽고 마인드맵을 하는 것인데 사실 이건 정말 단순하게 이 수업을 설명한 것이고 진짜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날은 펭귄에 대해 배웠는데 책도 재미있게 읽고 알게 된 사실을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Y가 갑자기 이런 말을 했다.


“예전 선생님이 더 좋았는데…”


앗… 순간 든 생각. 이 아이, 자기 얘기를 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내 실수인데, 너무 활발하게 이야기하던 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Y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Y의 이야기도 들어주며 수업은 나름대로 잘 마무리되었다.


나는 칭찬을 해줄 때 그 아이가 노력을 하고 열심히 했다면 인정을 해준다. H가 조금 느리고 쓰는 게 서툴러도 칭찬을 해주었더니 옆의 A가 “맞아, H는 잘했어!”라고 말했다. 부족해 보여도 일단 격려하는 모습을 보고 배워 따뜻하고 예쁜 말을 건네는 모습이 예뻤다. 이 말 한마디로 짐작할 수 있겠지만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선생님의 의도 아래 생겨난 분위기가 아니라 아이들의 내면에서 우러나온 분위기였다.


그다음 날이다. 나보다 전 선생님이 더 좋다더라던 Y의 어머니로부터 문자가 하나 왔다.



아이가 느꼈던 아름다움이란 무엇이었을까? 빈말로라도 내 얼굴 보고 예쁘다고 한 것 같지는 않다.(슬프긴 하다..) Y가 느낀 아름다움은 어른으로서 보여주었던 관대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사실 내 것이 아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볼 줄 알고 받아들였던 아이들 스스로의 모습이다. 이날의 장면은 내 마음 어딘가에 찍혀 간직되었다. 반짝반짝하고 예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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