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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향기로운 꽃

예쁜 말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by 그사이 Feb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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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최근엔 청첩장을 받거나 백일잔치, 돌잔치의 초대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금값은 어마어마해서 돌반지 한 돈 선물하는 것도 힘드니 ‘차라리 다행인 건가?’ 하는 속물적인 생각도 든다. 돌쟁이 아이의 열손가락에 금반지를 끼어주던 것이 마치 먼 옛날 고리짝 일이었던 것처럼 아득하다.

의식을 간소화하는 경향도 있지만 소식 자체가 잘 안 들려오는 걸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이 된다. (나는 걱정인형이니까..)

면구스럽게도 과년한 자식들이 있으나 기쁜 소식을 전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던 중 귀한 출산소식을 접했다.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경사가 있었다.

서로 가족처럼 지내는 우리는 좋은 기운으로 채우는 주간으로 정하고, 일주일간 예쁜 말만 하기 도전을 시작했다. 나는 일주일간 나쁜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내심의 목표로 했다.

위기는 바로 첫날에 닥쳐왔다.

온갖 잔소리를 하는 남편에게 화가 나서 하마터면 못된 말을 할뻔했으나 우리의 도전이 생각나며 입을 꾹 다물었다.

가뜩이나 연말부터 입에 붙은 온갖 험악한 소리들을 떼어내려니 인내심이 무척이나 많이 필요했다.

"합죽이가 됩시다. 합!"

첫날의 실패를 겨우 모면하고, 무사히 일주일을 지냈다.


예쁜 말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나쁜 말을 안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런데 그 시간을 보내고 나니 뭔가 순해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음은 어쩔 수 없더라도 입 밖으로 소리를 내지 않으니 마음이 디톡스 한 것처럼 맑아졌다. 그래서인지 난관에 봉착했던 글도 술술 써졌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말을 시한부 제한을 하는 것이 꽤 좋은 경험이었다.


무사히 일주일을 지나고, 드디어 아기가 태어났다.

열 달을 기다려온 어쩌면 아주 오래전부터의 간절한 마음에서 온 작은 아기는 영롱하다. 또렷한 이목구비와 열 손가락, 발가락, 귀여운 울음소리.

그리고 힘든 열 달을 지내고, 출산을 겪은 직후인데도 아름답고 고와 보이는 산모까지 모든 것은 신비로웠다.

눈물이 날 것처럼 벅차고, 심장이 두근두근한다.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작고 소중한 생명을 안아보고 싶단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아기가 태어나던 날 우리 집에선 작년 늦봄부터 기다려온 프리지아의 첫 꽃이 피었다. 신기하게도 프리지아는 매일 꽃망울을 하나씩 하나씩 터트리며 아기의 탄생 후 5일 동안 다섯 개의 꽃을 피웠다.

꽃을 보며 날마다 아기를 생각하고 건강하게 사랑받는 사람이 되길 기도했다.

노란 프리지아의 개화는 매일 계속되어 지금은 만발을 하고, 온 집안에 향기로움을 뿜어내고 있다.

꽃은 아기의 미래가 향기롭고 아름다울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 1년마다 한번 꽃을 피우는 노란 프리지아를 볼 때마다 아기가 생각날 것이다.

“기특하게 잘 자라 또 한 살을 더하는구나.”

순조로움을 기원하는 마음을 모으기 위해 했던 도전은 혼탁해진 마음을 맑게 디톡스 하고, 왠지 무거운 몸도 가벼워진 것 같았다. 가까운 곳에서 아기가 태어난 일은 나에게도 큰 변화가 생긴 일이라고 느껴졌다.


‘자손이 태어난다는 것은 어떤 감정일까?’

모르던 감정을 알아가는 일.

점점 감정이 풍부해지는 일..

'드디어. 태중에서 듣던 목소리를 들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마침내. 눈을 감는 순간엔 어떤 감정을 느낄까?’

인생은 감정을 차곡차곡 쌓다가 끝을 맺는 것인가 보다.


인생이란 꽃의 향기가 아름답기를 바란다.

첫날 한 송이
2일  두송이
3일 세송이,  4일 로벨리아 네송이
5일 다섯 송이^^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온 마을이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귀한 새 생명의 탄생을 함께 기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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