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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야, 자니?

비누와 봄꽃놀이

by 그사이

요즘의 비누는 하루에 3분의 2쯤 아니 4분의 3쯤을 잔다.

참 잘 잔다.

어느 땐 먹지도 않고 종일 자는데 간혹 코를 씰룩거리고 꼬리도 흔들며 잘도 잔다.

신기한 것은 분명히 깊이 잠들어 있다가도 옆에 내가 없어지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눈을 떠 큰 소리로 짖는다.

비누의 코가 살아있나 보다.

무엇이라도 기척을 느끼는 것은 참 다행이다.


흔들흔들 비누를 흔들어 깨운다.

"비누야, 날이 정말 좋아. 우리 꽃 보러 가자."

우연히 벚꽃이 한창인 날의 봄꽃도 보았고,

요즘 진달래와 철쭉, 개나리가 한창이니 나가보자.

올해도 함께 봄꽃놀이가 가능했음에 비누에게 오랫동안 고마운 생각이 들 것 같다.



나이답게 여기저기 톡방마다 꽃사진으로 가득하게 향기가 난다. 이팝나무와 조팝나무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작년에 비누를 안고 조팝나무 앞에서 찍은 우리 둘이 담긴 셀카 사진 한 장을 보냈다. 내가 보아도 참 행복하게 느껴진 순간이었다.

사진 속 내 마음이 전해졌는지 사촌언니가 사진을 보니 떠오른 시라며 보내주었다.

또 울컥하고 행복해진다.

작년 봄. 조팝나무앞에서..

[내 사랑이 참 좋던 날]

-용혜원-


온 세상을 다 얻기라도 한 듯

두 발은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오르고

설레고 부푼 가슴을 어쩔 수가

없어 자꾸만 웃음이 나온다.


날마다 핏기 하나 없는 얼굴로

초라해지기만 하던 내 모습을

바라보기 싫어 울고만 있었는데

내 사랑의 심지에 불 붙인 그대에게

내 마음을 다 주고 싶어 가슴이

쿵쿵 뛴다.


외로움의 덩어리가 다 사라져 버린

텅 빈자리를 가득 채워주는

내 사랑이 꿈인 듯 내 안에

가득하다.


나를 끌어들인 그대의 눈빛에

정이 깊이 들어가는데

늘 가슴 저리도록 그리워지는 것은

내 맘에 가장 먼저 찾아온

나만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이 서로에게 맞닿아

세상에 부러울 것 하나 없어

멋지고 신나는 기분에 빠져들게 하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내 사랑이 참 좋다.

“비누야, 올 봄도 함께여서 좋았어”
함께 보는 하늘에도 어느새 봄이 가득하다

집에 오니 발 씻고, 금방 또 숙면..


완료된 브런치북 <비누를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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