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를 자르다

어버이날에..

by 그사이


날이 따뜻한 봄날은 분갈이하기에 딱 제격이다.

조금 실수를 해도 식물은 소생의 힘으로 살아난다.

봄 볕으로..

봄의 힘으로..


팔을 양옆으로 벌릴 수 없는 공간에서 쪼그린 자세로 분갈이를 하는 일은 노동이다.

게다가 올해는 새 흙도 구입하지 않았는데 지난해 쓰던 흙이 영양가가 남아있을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분갈이를 시작한다.

분갈이를 한 그 밤. 좁은 공간의 불편했던 자세로 인해 자다가 종아리에서 쥐가 났지만 분갈이를 하고 식물들이 싱그럽게 보이니 보람을 느낀다.

며칠이 지나 뿌리가 잘 안정된 것 같으니 오늘은 가지를 좀 쳐야겠다.

가지를 늘리기 위해 성장점을 자르고, 길게 웃자란 가지는 썽둥 잘라준다.

그리고 시들어가는 꽃대도 잘라야 한다.

힘차게 꽃봉오리를 만들고, 화려하게 피어나 절정에 이르렀던 꽃.

그 꽃대를 잘라야 한다.

다 피고난 꽃대는 가차 없이 잘라주어야 새 꽃과 새 잎을 돋아나게 하는 데 영양이 집중된다.

알지만..

꽃잎을 하나씩 떨구며 가느다랗게 말라가는 안타까운 꽃대를 자르는 일이 쉽지가 않다.

꽃대를 자를 때 언제나 손이 떨려서 힘이 무척 세게 들어간다.

시들어 가는 꽃대 하나를 자르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물꽂이를 하기도 한다.

그렇게 미련 가득한 마음을 연장한다.


"늙은이가 얼른얼른 가야 또 젊은이가 사는 거야. 너무 서러워 마라."

"엄마는 무슨 그런 말을 해!"

그 말이 너무 듣기 싫고 야속해서 화를 버럭 냈었다.

엄마는 간병에 지쳐 시들어 가는 딸을 보기가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이란 자리를 물려주고 떠난 부모를 잃는 일이 10년이 되어가지만 아직도 어렵다.

'평생 못할 일 일수도 있겠지.'


해마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은 아직도 내가 부모입장이라는 것에 익숙해지지 않고, 여전히 자식이라는 생각에 머물러 있다.

쿵쾅거리며 뛰는 왼쪽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릴 봄 같던 부모님이 다 안 계시는데도..


하필 오늘 아침에 자른 꽃대가 아깝고 아깝다.

활짝 핀 아름다운 꽃
시든 꽃대를 자르다





[브런치북] 아는 식물. 각종 식물과 인생이야기가 담겨있어요.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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