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성 호우

다 지나간다.

by 그사이


이른 아침부터 부릉거리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들어온다. 환기를 위해 열어둔 창문을 닫으려다 보니 잔디를 깎고 있었다. 앞서가는 사람이 잔디를 깎으면 제초기에 깎인 풀들을 뒷사람은 원통 같은 기계로 바람을 불어 산책로 옆으로 밀어내고 있다.

”저렇게 바람으로 날리면 풀이 다 어디로 가려나? “

가만히 보고 있자니 결국 잘린 풀이 다시 원위치를 하는 것이 조금 이상해 보인다.

요즘 날이 부쩍 더워져 여름 살림 모드로 전환되었다. 이웃 아침을 방해하지 않을 시간이면 여러 집안일들을 서둘러 하기 시작한다. 내 일과가 얼추 끝나니 바깥도 조용해졌다. 이른 아침 부지런히 시작한 잔디 깎는 작업이 끝난 모양이다.

창문을 다시 여니 매캐한 냄새는 사라지고 어떻게 올라왔는지 높은 창문까지 치솟아 올라온 풀내음이 느껴졌다. 풀풀풀~


잔디 깎기가 끝나고 정오를 지나더니 하늘이 슬며시 슬며시 어느샌가 어두워졌다.

후두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저녁 무렵엔 우르릉 쾅쾅 천둥 번개를 동반한 요란한 국지성 호우가 쏟아졌다.

예보에 없던 강한 비가 긴 시간 이어졌다.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늦어진 퇴근으로 아이들이 비를 맞지 않았다.

오전에 깎은 풀들은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그만하면 모두 다행이다.


내가 하는 몇 번째 대선 투표인지 모르겠다. 사전투표를 하고자 계획하진 않았다.

다만 일찍 눈이 떠졌을 뿐.

다만 날이 좋아서 바깥 아침 공기를 쐬고 싶었을 뿐.

어제 온 강한 비로 이리저리로 가버린 제멋대로 자라다가 깔끔히 잘린 잔디 조각들, 답답한 먼지, 소나무 노란 송홧가루까지 말끔히 씻긴 빨간 장미꽃잎이 반짝이는 것 같다.

날씨도 기분도 참 좋은 날의 시작이다.


우린 국지성 호우가 지나갔을 뿐이다.

장미의 계절이 오고 있다.



발행이 오랜만이라 조금 낯이 섭니다..

안녕하셨지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