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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늘 느낌

잘 지내시나요?

저는 잘 지내요.

by 그사이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

설원의 허공에 소리를 지르는 장면.

그리운 남자에게 안부를 묻는 청초한 여자의 모습이 남은 영화가 인상적이었을 뿐 나는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그런데 그 장면과 대사만큼 간절하게 안부를 묻고 전하는 것은 생각나지 않는다. 영원히 박제된 명장면이다.


오랜 시간 글을 발행하지 않고 있다.

처음엔 뭔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지만 어느새 익숙해지며 여느 SNS 속의 존재처럼 나는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거나 없었어도 상관없는 존재처럼.

모두가 마찬가지일 공간에서 혼자 무엇이 된 듯 기뻐하다가 갑자기 소외된 것 같은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섭섭하기도 하고 외로워지기도 한다.

그렇게 하이텔 시절을 시작으로 나는 아직도 여러 곳을 유령처럼 떠돌며 지낸다. SNS란 그런 곳이다.


알림!

라이테 작가님의 댓글을 읽고 잠시 멈추었다.

일면식도 없는 내게 안부를 물으시며 고운 말로 힘든 마음을 토닥거려 주셨다.

그 말 안에 걱정과 염려, 애정이 들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먹먹한 마음이 들어 시간을 두고 답글을 달았다.


'안부를 전해야겠다.'

브런치는 소통 게시판이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메일을 보내면 되지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연락하기는 부담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좋아하는 글을 열심히 쓰시던 분이 한참 동안 조용히 계시면 걱정이 된다.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짠 하고 책을 짓고 계셨다고 한다. 다행히 무소식이 희소식이 된다.


최근의 몇 개 글을 통해서도 보이듯이 부족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고, 여러 상황들도 녹록하지 않은 탓이다.

왠지 여름이 올 것만 같은 습하고 뜨듯한 바람이 부는데 이제야 봄맞이 청소와 빨래를 하고, 허겁지겁 식물 분갈이도 조금씩 해준다. 여전히 대충대충의 밥도 만들고, 맛없게 구워진 바나나빵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억지로 책도 조금씩 읽고는 있다.

집 밖, 이팝나무가 팝콘처럼 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하지만 비누는 이제 이틀 연속 산책을 나가는 것도 무리가 되어 보이며 의심스러운 생각도 들게 한다.

'비누가 산책을 좋아하나?'

날씨가 좋으면 비누에게 문안을 한다.

"어떻게 오늘은 산책을 나가시겠습니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다!"

"녜 녜..."


생활 전반이 그러하니 뭐 글을 쓸 거리는 점점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생각도 멈추었다.

걱정이 많이 되는 글인 브런치의 발행이 미뤄지는 것엔 익숙해지고 있다. 부담을 덜고 있는 과정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글을 쓰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언제나 강렬하고 계속된다.

써야 하는데 써야 하는데..

끄적끄적.. 옛 고향 같은 블로그에 짧은 글을 쓰고,

그럭저럭.. 지낸다.


그사이
그만하면 잘 지내고 있구나

분갈이도 해주고, 여름용 숏컷도 해주니 꽃 한다발이 나와 식물요정 토끼에게 선물
비누와 벤치에서..(기분 좋은거 맞음.)
오꼬노미야끼도 해먹고, 수제비도 해먹고.. 새 씩도 만나고.. 그사이는 바쁘게...


"그런 생각하는 분은 안 계시겠지만 저는 출간 준비를 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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