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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남쌈

너도 좋고 나도 좋자

by 그사이


< 월남쌈 >


“나 오늘은 열기구 안 쓴다!”

비장하게 선언을 한다.

오늘 메뉴가 월남쌈이란 뜻이다.

폭군 같은 요리사가 선언해 버렸으니 채소가 싫은 사람도 불만이 있어도 입을 열 순 없다.


월남쌈은 레시피 랄것이 없이 냉장고 속의 채소들을 모두 썰면 된다.

오이를 썰고, 당근을 썰고 깻잎, 피망...

양배추를 써는 일이 좀 귀찮게 생각되지만 그래도 불 안 피우는데 그까짓 거 일도 아니지. 잘 드는 칼로 샤샤샤삭 양배추를 썰어 생수에 잠시 담가둔다.

그리고 사과나 방울토마토, 천도복숭아도 썰어준다. 그것도 귀찮으면 캔 과일을 사용한다.

푸릇푸릇 채소를 모두 썰고 나면 뭔가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든다.

‘어떻게 불고기를 좀 볶아?’

아니 아니. 그건 아니다. 불 피우지 않기로 한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한다.

“오호, 냉장고 속에 딱 마침 맛살이 있군.”

맛살을 쪽쪽 찢어 준비한다.

오늘은 소스 만드는 일도 쉽게 쉽게.

샐러드용 고소한 참깨 드레싱과 달콤한 칠리소스에 매콤한 스리라차 한술 섞어 쓰기로 한다.

전기포트로 뜨거운 물만 끓이면

식사준비 끝.

오손도손 모여 앉아 알록달록 예쁜 쌈을 싸서 우물우물 먹는다.


시원하게 만들고
시원하게 먹으니
너도 좋고
나도 좋고
금상첨화

오늘 한 끼 잘 먹었으니
이게 행복이지.



< 데마끼 >

이 채소 재료들로 얼렁뚱땅 데마끼(셀프 김밥)도 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불(화기)이 좀 필요하다.

위의 채소 재료에서 과일은 제외하고, 시소와 무순이 있으면 아주 좋지만 없어도 괜찮다. 우린 깻잎이 있으니까.

연어회가 있으면 더욱 그럴듯해지지만 연어회가 어디선가 짠하고 나타날 리가 없으니 새우를 삶아 식히거나 그도 귀찮으면 자숙 새우를 준비한다.

한국인의 사랑 식재료인 스팸을 길쭉길쭉 단무지처럼 잘라 굽거나 물에 살짝 데친다.

은 식초, 설탕, 소금을 1:1:1로 넣어 단촛물을 만들어 밥에 섞어 비비고 한 김 식힌다.

김밥김은 대각선으로 4 등분한다.

소스는 간장과 고추냉이(와사비)를 준비하면 끝.

삼각형 김의 가운데에 기다랗게 밥을 조금 깔고, 그 위에 재료들을 넣어 돌돌 고깔처럼 만들면 된다.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넣는다. (개인적으론 오이 많이 새우 두 개 정도 넣는 걸 좋아한다.)

역시 오순도순 앉아서 각자 먹고 싶은 대로 넣어 셀프로 말아 고추냉이 간장에 콕 찍어먹으면 된다.

“저게 뭐야. “ 싶지만 생각보다 맛있다.

얼렁뚱땅 데마끼라고 보이지만 이래 봬도 일본인 아이친구인 스즈키 엄마한테서 배운 거니 먹어보면 제법 괜찮다.

이 간편 데마끼를 배우고, 나는 순두부찌개 레시피를 알려줬다.


스즈키에겐 나이차이가 나는 어린 동생이 있었는데 정말 예쁜 아가였다. 이름이 정확지 않지만 푸카(?)라고 했는데 그 뜻이 “봄바람에 날리는 벚꽃잎”이라고 들었다. 정말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이름이었다.

우리는 3년간 연을 맺고 두 집을 오가며 둘 다 잘 못하는 제3의 언어로 서로의 문화와 정을 나눴다. 스즈키네가 먼저 나고야로 돌아갔고,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혹시 아이가 스즈키와 연락이 닿고 있는지 물어봐야겠다.

예쁜 아가였던 푸카는 어떻게 자랐을까?

나는 데마끼를 아직도 기억하는데 스즈키네도 매콤한 순두부 찌개를 해먹으며 살까?


음식은 언제나 추억이 떠오르고,

몽글한 추억은 맛있는 음식이 된다.

데마끼에 어울리는 유부 미소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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