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만의 독특한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에드와르도 7세 공원/ 벨렝탑/발견 기념비/ 제로니무스수도원
벨렝 발견기념비/ 제로니무스수도원
6일 차 세비야에서 플라멩코의 긴 여운을 남기고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이동했다. 약 6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긴 여정이었다. 휴게실은 두 번 들렀고 구경하면서 선물은 무얼 살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스페인 국경을 넘어 포르투갈로 가는데 여권 검사는 없었다. “여기가 국경입니다.”라고 가이드님이 알려주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우리나라 국경도 언젠가는 아무런 제재 없이 자유롭게 건널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포르투갈 국토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인구는 천만으로 우리나라의 1/4이다. GDP 26,012달러로 세계 50위, 2008년 리먼브라더스 경제 위기 이후로 경제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대항해시대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차지하고 브라질을 식민지로 만들 정도로 번창했다.
가이드님은 매시와 호날두, 이강인과 박주영 등 축구와 축구선수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해 주었다.
‘파두 Fado’라는 포르투갈 전통민요도 들려주었다. 파두는 한번 바다로 떠나면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뱃사람들의 고독, 이별, 상실, 그리움 등을 표현했다고 한다. 파두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아말리아 로드리게스의 목소리는 날씨만큼이나 음울했다. 세비야에서 보았던 플라멩코는 빨라서 조금은 경쾌했다면 파두는 느리면서 애절하고 구슬프다. 우리나라의 정서인 아리랑의 한과 숙명과 닿아있다. 콜럼버스 관련 영화도 보여주었다.
아침 8시쯤 출발하여 점심때가 지나서 수도 리스본에 도착했다. 리스본에 들어가는 425 다리를 건넜다. 어디서 많이 본 다리 같았는데 샌프란시스코의 다리를 닮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다리를 건설한 ABC회사가 건설한 다리라고 한다. 다리에서 보는 리스본이 강을 앞에 두고 길게 펼쳐져있다. 창밖으로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다. 적갈색 지붕에 넓은 강이 새로운 풍경이다. 스페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동시간이 길어서인지 배가 고팠다. 리스본에서는 점심을 먼저 먹었다. 유명한 식당인지 식당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가득했다. 바깔라우라는 대구와 감자를 섞어 만든 포르투갈 가정식 요리를 먹었다. 담백하고 맛있다. 삐리삐리라는 매운 소스와 우리나라에서 가져간 고추장 소스를 비벼먹으니 더 맛있다. 오래간만에 먹는 고추맛이 입맛을 돋운다.
세비야 호텔 아침 세비야 호텔 아침/ 대구와감자요리 바깔라오/ 저녁 훈제 닭고기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폼발 후작 광장에 갔다. 17세기 포르투갈 대지진(9도) 때 부서진 탑이 그대로 있었다. 멀리 폼발 후작의 동상이 아련히 보인다. 폼발 후작은 17세기 대지진 때 폐허가 된 리스본을 재건한 인물이다. 눈을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야트마한 언덕 아래로 1km 잔디가 펼쳐진다. 기하학무늬의 정원 풍경이 특색 있다. 1902년 영국의 국왕 에드와르도 7세가 리스본을 방문한 기념으로 조성되었다. 포르투갈은 영국과 친밀한 국제 관계라고 한다. 정원은 꽃이 피면 더 예쁠 것 같다. 초록색 잔디와 나무 사이를 뛰어놀고 싶다. 푸른 잔디 너머로 시내가 보이고 하늘과 맞닿은 바다가 낮게 드리우며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공원 주변은 넓은 광장과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걸어보지는 못하고 눈으로만 잠깐 구경했다. 낮 기온이 14도인데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어 춥다. 어서 빨리 버스에 오르고 싶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밖으로 리스본 시내 모습을 보았다. 거리에는 지나다니는 흑인들이 자주 보였다. 포르투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브라질과 지금도 교류가 많다고 한다.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브라질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기 위해 포르투갈에 많이 온다고 한다. 눈으로만 보는 리스본 시내는 스페인과는 다른 분위기다.
리스본 시내를 한 바퀴 돌며 여기는 어디 어디라는 가이드님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버스를 타고 보는 것이라 거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 리스본 시내에 관광할 곳도 많았지만 다음 여행장소로 이동했다.
폼발 후작 광장 리스본 너머 하늘과 맞닿은 바다 에두아르도 7세 공원
리스본 시내에서 40여분 버스를 타고 벨렝지구로 갔다. 유명한 벨렝탑 Belém Tower이 보인다.
벨렝탑은 1515년에서 1521에 건축되었으며, ‘테주강의 귀부인’이라 불린다. 탑은 1497년 희망봉에 도달하고 인도 항로를 개척한 바스쿠 다 가마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탐험가들은 항해를 떠나기 전 벨렝탑을 바라보며 무사귀환을 빌었고, 돌아올 때도 이탑을 보며 안도했다. 스페인 지배와 프랑스 나폴레옹의 지배 당시에는 정치범이나 독립운동가들이 고통받는 곳이다. 만조 때 물이 차올라 수용자들에게 고통과 불안감을 주었다고 한다. 내부에는 성모마리아상, 총독의 방, 왕의 방, 예배당 등이 있고, 탑에 오르면 벨렝지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한다.
강물이 들고나가는 잔잔함이 더해 희고 검은색 탑벽에 부딪힌다. 물때가 낀 탑 아래는 노란 듯 연한 갈색빛이다. 물 위에 떠 있는 모습이 독특한 탑은 우아한 궁전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감옥이었다고 하니 일제 강점기에 있던 서대문 형무소가 생각나서 조금은 으스스해진다.
벨렝탑 주위로 흐르는 강물(테주강) 너머 멀리 세비야에서 리스본으로 건널 때 보았던 425 다리가 보인다. 맑은 하늘아래 보면 더 예쁠 것 같은데 날씨가 흐려서 아련하다. 바람도 많이 불고 춥다.
넓게 조성된 공원에는 잔디와 나무들이 있다. 공원 주변에는 노점상인들이 주전부리를 팔고 있다. 리스본이 항구라는 것이 실감 날 정도로 많은 배가 정박해 있다. 리스본 어디를 가도 가까이에서 바다를 만난다. 비행을 준비하는 듯한 비행기 모형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모형인 줄 알았는데 대서양을 횡단했던 비행기라고 한다. 날아볼까?
벨렝탑 대서양을 건넌 비행기
버스에 올라 몇 분(걸으면 12분 정도)을 가니 발견 기념비 Padrão dos Descobrimentos에 도착했다.
넓은 광장에 멀리 긴 칼을 찬 듯한 탑. 검이 하늘을 가르며 당당하게 서있다.
기념비는 해양왕 엔리케 사후 500년인 1960년에 건축되었다. 바스쿠 다 가마가 항해를 떠난 자리에 세웠다. 길이 46m, 넓이 20m, 높이 52m, 깊이는 20m이다. 항해 중인 범선 '카라벨'의 모양이다. 꽤 큰 기념비다.
기념비 동쪽에는 앞에 해양왕 엔리케가 있고 뒤를 따르는 아폰수 5세, 바스코 다 가마가 있다. 이외에 브라질을 발견한 페드루 알바르스 카브랄, 최초로 세계 일주를 한 페르디난드 마젤란, 최초로 희망봉을 항해한 탐험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 선교사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등이 조각돼 있다.
서쪽에는 주앙 1세의 아들 코임브라 공작 페드루가 있으며 다음은 항해사를 주제로 한 서사시를 쓴 루이크 카몽이스, 화가 누노 곤살베스, 여행가 페루 다 코발량이 있다. 그 외 항해사, 선장, 도선사, 수학자, 지도 제작자 등이 조각되어 있다. 바닥에는 전성기 포르투갈이 지배하던 나라를 표시한 세계 전도가 있다.
탑은 바다를 정복하고 신세계를 호령하던 포르투갈의 희망 혹은 야심을 표현했나 보다.
발견 기념비 멋진 검이 하늘을 가른다
발견 기념비에서 보면 멀리 웅장하고 큰 성이 보인다. 지하도를 통해 이동하면 눈앞에 크고 웅장한 성 같은 수도원과 마주한다. 길이가 어찌나 긴지 끝까지 가보지도 않았다.
제로니무스 수도원 Jerónimos Monastery이다. 수도원은 1499년 바스쿠 다 가마의 귀환을 기념하기 위해 마누엘 1세의 명에 따라 수도원이 세워졌다. 항해가 엔리크가 세운 암자가 있었던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마누엘 1세의 이름을 따 마누엘린 양식이라 하는 고딕 양식과 이탈리아, 스페인, 플랑드르(벨기에) 디자인을 병합한 건축 양식이다. 바스쿠 다 가마는 인도로 출발하기 전 이곳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수도원에는 마누엘 1세와 조앙 3세, 바스쿠 다 가마, 페르난두 피소앙(시인)이 묻혀있다. 고고학 박물관과 해양 박물관이 있으며 지금도 수도사들이 살고 있다.
주변은 넓은 광장이 잘 조성되어 있다. 수도원 건너편에 서면 멀리 발견 기념비가 보인다. 수도원과 기념비가 마주하고 있다. 수도원 앞 벤치에 앉아 시내를 달리는 전차를 보고 관광객들의 모습을 눈으로 좇는다. 수도원 전경을 보고만 있어도 중세 시대에 들어가는 듯한 감상에 젖는다.
여기서 잠깐! 에그타르트 먹고 가실게요~
수도원에서는 계란 흰자로 옷을 빳빳하게 다리고 남은 노른자는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고 한다. 수도원 옆에는 유명한 에그타르트 가게가 있다.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가이드님만이 아는 방법으로 사 와서 하나씩 맛보았다. 노란 겉면이 살짝 탔는데 어쩐지 장식 같고 입맛을 더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먹던 에그타르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음~ 겉 바삭 속 촉촉.
발견 기념비에서 바라본 제로니모스 수도원 도로 건너편에서 본 제로니모스 수도원 수도원과 성당 한눈에 보는 전경 제로니모스 성당 입구 수도원 오른쪽 성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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