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진짜 요즘도 이런다.
제사 이야기가 나오면 남편과 나 둘 다 당황한다.
나는 지내본 적 없는 제사를 해야 돼서 난감하고, 남편은 이런 나를 보면서 난감하다.
나는 해외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명절에 제사를 지낸 적이 없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온 후 명절 때는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다녔다. 남편은 매년 제사에 참석 하지만 제사 음식을 한 번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결혼 후 설날과 추석을 두고 갈등이 생길 조짐이 보였다. 바로 제사. 사실 생각도 못해 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것에 동의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남편도 옆에서 같이 해. 남편 조상 앞으로 본인이 모셔야지.' 남편이 바로 수긍했을까?
남편의 첫마디는 "나는 괜찮은데 어른들이 싫어하실 텐데..."
납득할 수 없었다. 그저 본인은 평소처럼 남들이 차려준 밥상만 누리겠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뿐이다. 특정 성에만 지어진 그 짐을 그냥 두겠다는 거다.
그래, 제사는 좋다. 오랜만에 친인척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고 웃고 떠드는 좋은 문화니까. 근데 그 웃고 떠들기 위한 상다리는 모두 나이 든 여성, 젊은 여성, 어린 여성에게만 떠넘기면서 변명으로 둘러대는 건 정말 비겁하다. 차라리 대놓고 "그건 여자가 하는 거지"라고 말하면 상대라도 않겠는데, 애매하게 내 마음을 이해하는 척 말하니 내가 설득할 수 있는 상대인 것 같다는 착각에 더 답답했다.
그러니까 남편은 원래 우리네 부모님들이 그랬으니까 우리도 원래대로 가자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수많은 싸움을 반복한 끝에 남편도 제사 음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많은 갈등을 겪은 끝에 얻은 결론이다.
남편은 나랑 똑같은 사람 같은데 이런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아예 다른 세계에 속해있는 부류인 것 같아 정말 놀랄 때가 많다. 남편 역시 나를 보면 이런 생각일까?
이제 결혼한 지 몇 개월, 시간이 지날 수 록 놀랍고도 요상한 상황들과 마주하게 된다. 몇십 년 제사를 지내면서 음식 한번 안 해본 사람. 몇십 년 음식만 했지만 절 한번 못 해본 사람. 그리고 그 문화를 답습하려는 사람.
진짜... 언제까지 이럴 거야. 우리끼리는 이제 좀 그러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