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 Han Feb 03. 2022

명상을 알려드리면.. 안될까요?

시리즈를 시작하며


명상을 안내합니다.


최근 나는 '명상 안내자'의 삶을 살고 있다. 말 그대로 사람들에게 명상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명상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명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고, 같이 명상을 하며 삶의 다양한 부분을 명상이라는 새 기준 아래 재편해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을 한다는 것에 대해 나 개인적으로는 일종의 소명의식까지 느끼고 있고, 아직은 아니지만 앞으로 전업으로 명상 안내자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래서 명상이라는 업계에 스리슬쩍 입주를 하게 되었는데..모든 일이 그렇듯 이게 만만치 않다..!



여러분은 명상에 관심이 '얼마나' 있으신가요?


사람들이 생각 만큼 명상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명상에 대한 대중적인 수요가 있는 건 맞는데, 아직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해서 끓어넘치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최근 명상이 마음챙김, 알아차림과 같은 용어로 새롭게 포장되어 한국에 역수입되기도 하고, 헤드스페이스, 캄과 같은 앱 서비스 들이 개발되며 보다 접근성이 좋아졌으며, 특히 코로나 시국에 집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면서 명상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했다. 


이렇듯 연속 호재를 맞으며 이제는 명상이 대중적으로 안착이 되나 싶었지만,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다들 명상에 대해 한번씩 찔러 볼 정도의 관심은 있는데, 정작 내 돈과 시간을 본격적으로 들이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다. 


대중들이 느끼는 명상에 대한 거리감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데는 명상이 안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도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고리타분한 철학적 개념, 어려운 한자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초연한 느낌이 명상이라는 단어에서 풍겨오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물며 요즘에는 몇 천년을 버티며 대중 사이에 자리잡은 종교조차도 최근에는 현실 감각 없음을 이유로 배척되는 인식이 일반적이다(요즘 사람들은 종교를 안믿는다나..) 대학원 시절 교수님도 명상에 올인하는 나를 보며, 명상이 좋은 테마이기는 하지만, 명상이라는 단어가 기존에 품고 있는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든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걱정 어린 코멘트를 해 주시기도 했다. 


명상이 주는 올드한 이미지


이런 올드한 이미지는 비단 명상만의 문제는 아니다. 과거 사람들이 제기하던 문제들을 잘 살펴보면, 결국  지금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행이 돌듯 문제제기도 도는 것이다. 


예전에 한창 유행한 신토불이(자기 땅에서 나온 음식이 자기에게 잘 맞는다는 말)라는 슬로건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최근 제기되는 식량문제, 길어지는 유통 체인과 그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 추가되는 식품 첨가물 등의 문제를 비판하며, 로컬푸드의 자체적 생산 및 소비를 실천하는 트렌드를 생각해보자. 사실상 같은 맥락의 얘기인 것이다. 하지만 신토불이가 로컬푸드의 전신이라고 해서, 신토불이라는 단어를 들고 지금 상황에 한 자리 차지하려고 한다면, 지금의 소비자들이 신토불이를 같이 껴줄 지는 의문이다. 

이 구수한 느낌...30년전에는 아주 힙했다구



명상을 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그렇다면, 명상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억울한 누명이냐? 하면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실제로 명상을 한다 하는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명상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만나게 될 다른 키워드로는 마음공부, 수행, 수련, 영성공부, 끌어당김 등등 같은 것들이 있다. 실제로 이런 키워드로 유튜브에만 검색을 해 보고 오시라. 단, 조심해서. 


금새 '영성공부하는 사람들'의 삶이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상식의 영역과 거리가 먼 지 직감할 수 있다. 


이 사람들은 왠지 모르게, 통장 잔고가 바닥나고, 구릿빛 피부에 주름살이 늘어도 'All is well' 만을 외치며 폭포수 아래서 방석도 없이 앉아 아득한 미소만 날리는, 삼성페이 안 쓸것 같고, 올리브영에 가본 적도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기 시작하면, 왠지 서프라이즈를 9시 뉴스처럼 보고 있을 것 같고, 동상이몽을 그것이 알고싶다처럼 보는 사람들일 것 같다(내 군대 선임중에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었다). 뭔가 핀트가 어긋난 이야기를 너무 과몰입해서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내 정신까지 아득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상식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고 과학이 모든 것을 담보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식을 부정하고 과학을 부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학이 무엇인지, 과학이라는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능력은 없으면서 비판이랍시고 과학을 물고 늘어지면 거기서부터는 더이상 이론이 아닌 음모론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물론 최근에는 명상을 주제로 많은 과학적 연구들이 진행되서 명상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물타기(!)된 상태지만, 명상 업계의 실체를 한꺼풀만 벗겨 봐도 근거없는 근거로 믿고 싶은 사람만 믿을 수 있는 뜨악한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돈과 행운을 끌어오는 명상 주파수라느니(일단 통장 잔고부터 유튜브 콘텐츠로 올리면 믿을 만 할텐데), 우리는 사실 가상현실 속에 살고 있으며 양자물리학이 그것을 증명한다느니(이것 때문에 한 1년을 물리학 전공 대학원생을 붙잡고 괴롭힌 전적이 있다), 특정 호흡법을 통해 인체의 잠재력을 해제한다느니(무슨 캐쉬템으로 캐릭터 해금하는것도 아니고) 등등 쏟아지는 콘텐츠들을 보고 있노라면 있던 정도 다 떨어질 판이다. 


비유나 예시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내용들을 죽자고 믿으며 근거로 들이미는 사람은 여기서는 착한 사람이다. 문제는 자기 말이 맞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논리와 경험, 상식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듯해 보이는 근거들을 교묘하게 짜집기해서 어렵게 말해놓고,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들어 자신만의 이익을 편취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정신승리 정도의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면 무시라도 하겠지만, 자신만의 세력을 확장해 세상에 어거지를 부리거나, 남들 돈으로 자기 배를 불리는 식으로 이른바 혹세무민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최근에는 조회수, 구독자가 짭짤한 돈이 된다는 것을 알고 이런 사람들이 유튜브에도 하나둘씩 진출하고 있다). 


비단 명상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심리학 전공자로써 인간이 근거없는 믿음들에 얼마나 취약한지 지겹게 배운 터라 놀랄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일반 사람들이 명상을 접하는 데 분명한 진입장벽으로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명상의 본질


나는 늘 차크라, 기, 파동, 우주와 같은 것들은 명상의 본질이 아니다. 이것들은 다 기믹(예전 말로는 방편 이라고 한다)에 불과한 것이고, 명상의 본질은 따로 있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꽤 오래전 부터였다. 새롭게 만나는 사람에게 '혹시..명상 아세요?' 라고 운을 떼며 이야기를 시작하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시도때도 없이 명상을 어필하던 때가 이때였다. 


그러면서 알게 된,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위에서 말한 저 장애물을 헤치고 내 말을 들으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게 첫번째 문제였고, 어찌 저찌 힘들게 명상의 세계에 발을 들이민 사람이 '그래서 명상의 본질이 뭡니까?' 라고 내게 물어볼 때, 그들의 기대를 충족할 만한 자명한 답변을 줄 수 없었다는 게 더 큰 두번째 문제였다. 대학원에서 초심자를 위한 명상 연구를 하겠다고 그렇게나 난리 법석을 떨었음에도, 나 역시도 아직 명상을 안내할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명상 가이드북을 썼습니다.


그래서 육하원칙으로 말하는 명상 시리즈를 브런치에 쓰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명상만 생각하면 생기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머리 떼고 꼬리 떼고, 사족도 떼가면서 정말 하나씩 하나씩, 명상이 무엇인지 소개해 보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동안 하고 싶지만 들어주는 이 없어 쌓여있던 말들이 내 안에서 터지기 일보직전이었다. 


그래도 글을 써 놓으면, 누군가 명상에 관심있는 사람이 명상에 대한 잘못된 통념도 타파할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나처럼 명상은 좋아하지만 기존의 명상 업계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 것 아닌가.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하소연하고, 같이 명상하고 싶었다. 사전 작업으로 내 생각부터 까놓기 딱 좋은 플랫폼이 브런치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상한 사람들과는 명상하고 싶지 않아!


육하원칙으로 알아보는 시리즈를 완성하는 데 1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 나 스스로도 이 시리즈를 쓰면서 명상과 관련해 한 단계 성장했음을 느꼈고, 이제는 사람들에게 이 시리즈를 바탕으로 내가 생각하는 명상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어 기쁜 마음이다.


명상의 본질 이라는 거창하고도 거만한 주제로 시작되었기에, 사실 걱정이 남산만한 것은 사실이다. 진짜 명상의 고수가 와서 판을 엎어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도 되고.. 하지만 일단 급한 건 나고, 아무리 찾아봐도 내 마음에 차는 명상 가이드북은 없었기에, 죽이 되는 밥이 되든 일단 한번 상을 차려봤다.


부디 이 시리즈를 읽는 여러분들이 명상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며, 내용과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든 열려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