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호모사피엔스만이 인류의 유일 종인가?
2024년 12월은 아내와 내가 결혼한 지 25주년이 되는 은혼식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25년간 함께 한 세월, 내 개인적인 삶의 기준으로 보면 부모님과 함께한 세월보다 아내와 함께한 시간이 더 오래된 시간이었다. 사랑한 사람과 부부가 되고,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낳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지키고, 가꾸며 살아온 25년이었다. 삶의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리고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함께 하는 순간 감당해야 할 수많은 것들을 부딪치고, 깨지고, 이해하면서 살아온 세월이었다. 평범함을 지키기 위한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부단한 노력이 뒤따랐다. 25주년 은혼식을 기념하며 여행 간 날도 의견 충돌이 있었지만, 바로 신혼여행온 사람들처럼 가족 여행을 즐겼다. 부부, 가족 그 어쩔 수 없음을 옛 어른들이 말했다.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고... 그 말에 공감을 한다.
최근에 청첩장을 받는 경우는 대부분 지인, 선배의 자녀 또는 직원이었거나 어린 후배들인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도 결혼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만 살 수 없는 삶임을 알아가겠지만, 결혼식 그 순간만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고 그 기억과 다짐이 삶의 굴곡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말해주곤 한다. 그래서 가능하면 결혼식 당사자를 잘알 고 있을 경우에는 꼭 결혼식에 참석하는 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랑한다고 모두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도 많은 부부들이 이혼을 하고 남남이 된다. 이혼을 통해 감정적 소모와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
왜 사랑하는 남녀가 또는 좋은 감정을 가진 남녀가 함께 살아가는 데 결혼이라는 법, 제도가 만들어진 것일까? 그리고 살다가 헤어질 수도 있는 데, 이혼이라는 역시 법, 제도를 왜 만든 것일까?
인간의 본능에는 동물과 같은 짝짓기와 양육의 욕구를 갖고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느린 성장 속도로 인하여 양육의 지속성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진화과정에서 장기적 짝짓기 전략이 생존에 유리했으며 함께 살아가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초기 호모 사피엔스 사회(약 30만~1만 년 전)에서는 엄격한 부부 개념보다는 느슨한 짝짓기와 유연한 가족 구조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호모 사피엔스 이외의 인류를 생각해 보면 그들도 결혼이라는 것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Chat GPT는 호모 사피엔스 외의 고 인류(예: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에게 ‘결혼’이라는 명확한 제도적 흔적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도 짝짓기, 양육, 협력 등의 생존 전략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크고 그들의 삶은 본능과 생태적 필요에 더 충실했다고 한다.
생물학적 본능인 짝짓기, 양육은 호모 사피엔스를 비롯한 모든 인류 종의 공통된 특징이다.
이러한 본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각 집단의 생태환경과 사회 구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실제로 호모 사피엔스 사회 중에서도 결혼이라는 제도적 형식에 의존하지 않은 사례들이 존재한다.
예컨대, 트로브리안 제도나 중국 윈난성의 모서족(摩梭族)과 같은 모계 중심 사회에서는 ‘아버지’의 개념이 희박하며, 양육은 여성의 가족 공동체에서 이루어진다. 또한 아마존 일부 부족이나 폴리네시아 지역은 성적 독점이 강하지 않으며, 배우자 관계가 비배타적이고 유연한 성 구조를 유지한다. 반대로 히말라야 고산지대 일부 부족에서는 일처다부제(형제간 공유 결혼)라는 독특한 형태가 존재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생물학적 본능(생식과 양육)을 다양한 환경적 조건에 적응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사랑을 느끼고, 결혼이라는 제도를 갖고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결혼을 하게 되는가?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생물학적 본능 이외에 호모사피엔스에게는 또 다른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서 결혼이 무슨 의미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각 나라별 결혼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권에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가장 본능적인 의미로 짝, 쌍의 개념으로 자연적, 생식 중심의 사고방식을 나타낸 곳은 아랍어 (zawāj), 산스크리트어 (vivāha)이었다. 그리고 출산, 모성 중심의 여성 역할 강조된 구조적 어원은 스페인어 (matrimonio)이다. 사회적 제도로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의 의미를 종교적이거나 법적 계약 개념을 지닌 영어 (marriage), 독일어 (Ehe), 프랑스어 (mariage), 여성을 취득・소유 개념으로 남성 중심의 혼인 행위로 해석된 시대적 배경이 된 어원으로 러시아어, 일부 고대 유럽어 등이 있다. 그리고 가문・집안 연합으로 유교 문화권의 집단주의 가치 반영을 반영한 한국, 중국, 일본 등이 있다. 결혼의 어원도 본능적인 것에서 소유, 욕구, 사회 질서와 문화 등 그 시대를 반영한 어원들이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결혼은 본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으면서도 사회적 욕구, 욕망 그리고 정치권력과 경제적 부를 축적하고 이어갈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된 측면이 있다. 그래서 호모 사피엔스에게 결혼은 사랑을 전제하지 않아도 할 수 있으며, 결혼은 사회적 본능(권력, 경제, 계승 등)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결혼이란, 생물학적 본능과 사회적 본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간 고유의 문화 장치다.
나를 비롯한 평범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하기에 결혼한다. 그리고 사랑하기에 사는 하는 동안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위로하며 살아간다. 부부로 살아가다 보면 생물학적 본능과 사회적 본능을 넘어 희생과 배려가 생겨나게 된다. 이것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부부로 가족이 되면서 발전하는 호모 사피엔스의 숭고한 감정이다.
어쩌면 왜? 호모사피엔스만이 인류의 유일 종인가? 의 답을 얻을 수 있는 열쇠는 호모 사피엔스가 결혼하는 이유들을 살펴보면 있을 듯하다.
결혼 50년이 되면 금혼식이라고 한다.
앞으로 25년 후 내 나이가 80을 훌쩍 넘어서는 시간이다. 아내와 나는 은혼식 여행에서 금혼식 여행을 계획하였다. 우리의 금혼식 여행은 함께한 삶을 뒤돌아 보며,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여행으로 이야기 나누었다.
내가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 안에 아내와 가족이 있다. 그리고 우리를 좀 더 이해하고 싶은 생각에 호모 사피엔스를 찾는 여정을 나는 하고 있다. 이 여정이 끝날 무렵 나는 나를, 아내를, 사람들을 좀 더 이해하는 모습이 되어 있길 나 자신에게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