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미국 펜타곤 투어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Defense Intelligence Agency(DIA)에 일종의 입소를 위한 절차를 마치고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참가자들은 우리의 안내를 담당하는 육군 상병과 함께 펜타곤 투어를 시작하였다.


2차 대전 초기 전시 중인 관계로 최소한의 철강을 사용하여 16개월 만에 지어진 연면적 620,000 제곱미터의 건물은 비록 낡았지만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며 그 군사력으로 전 세계를 통제하는 컨트롤타워이다. 면적으로 비교하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3배라고 하였으나 그 크기에 대한 감은 오지 않았다. 오각형 한 면의 길이가 약 280미터이니 그저 거대하다 란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 거대함을 실질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 준 것은 사무실 찾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었다. 워낙 넓고 특이한 내부 구조로 인하여 자칫하면 특정 층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고 하였다.


공식적인 자료에는 지상 5층 지하 2층으로 되어 있고 건물 전체를 5쪽(wedge)으로 나누고 각 층은 안쪽으로부터 A~E까지 5개의 겹(ring)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이것들을 연결할 수 있는 통로(복도)가 10개가 있어 방마다 부여된 독특한 주소로 가까운 통로를 이용하면 쉽게 갈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방 주소가 ‘3B1065’ 라면 3층 B링 9번과 10번 사이 통로에 있는 65호 실이라는 의미이다.

Pentagone


그 상병은 우리를 식당으로 안내하면서 ‘내부에 폭스바겐이 있는 유일한 식당’이라고 하였다. 입구로 들어서면서 크기에 놀랐고 주방을 보면서 정말 폭스바겐의 비틀 자동차 만한 크기의 거대한 조리 기구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더 놀랐다. 펜타곤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부서의 장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펜타곤 시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했다.


건물의 한가운데를 중정처럼 만들어 놓았고 그 정 가운데에 핫도그를 판매하는 매점이 있었다. 그 매점의 별칭은 핵폭탄이 터지는 지점이라는 의미인 ‘Ground Zero’로 아마도 소련의 핵 공격 1호 좌표로 지정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어쩌면 24시간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득 찬 곳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든 만큼 제한적이고 폐쇄적인 곳임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일반 사무실이 있는 구역은 출입에 제한이 없었으나 특별 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은 복도 바닥에 색으로 줄을 표시하여 출입에 제한을 두었다. 어느 층의 어떤 쪽(wedge) 보라색과 빨간색이 있고 더 가면 보라색만 있다면 빨간색 표시가 되어있는 신분증을 가진 자는 더 이상 출입이 금지되는 방식이었다.


투어를 마친 우리는 상병의 안내로 우리가 30일 동안 머물 숙소로 갔다.

삼십삼 만평이 넘는 펜타곤 전 지역을 경비하는 펜타곤 경찰의 숙소로 체력단련실 등을 갖춘 나름의 첨단 시설이었다. 지역 내에서 이동할 수 있는 장점은 있었지만 나에게는 일 년 전 호주 지하 벙커 시절의 경험이 떠 올랐다. 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은 정규 교육 과정을 소화하고 주말인 토, 일요일은 벌칙인 재고 조사를 위해 빛이 없는 지하 창고에서 9시간을 보냈다.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24시간을 지하에서 보낸 경험에 비하면 앞으로 지낼 열흘쯤 이야 새 발의 피도 아닌 새 코의 땀 이란 생각이 들었다.


나를 제외한 4명의 교육생들은 나름 주말을 즐겼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도착한 다음 날인 토요일부터 창고에 들어가 재고 조사를 시작하였다. 어느 방향 인지는 모르겠으나 펜타곤 지하 창고에는 미국 연필을 대표하는 노란색 연필부터 양변기 뚜껑까지 실로 다양한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30여 전 구입한 연필, 10여 전 구입한 군복과 군화도 있었다. 물론, 적합성 실험을 위한 구매였었는지 샘플인지 알 수는 없었으나 내 입장에서 판단한다면 말도 안 되는 ‘Bull Shit’이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국의 국방 예산 집행도 비슷하다.

‘Color of Money’ 란 말 그대로 ‘돈의 색깔’이다. 색깔에 맞게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색깔을 벗어나는 순간 그 돈은 그 의미를 상실하는 것이다. 국방부 내에서 전체 예산을 부서와 독립된 기구에 상관없이 주어진 회계 연도 내에 사용하면 편하겠지만 미국 의회는 그와 같은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 해에 신청하고 허락받은 예산은 무조건 모자라게 써야 그다음 회계 연도 예산에 적응시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었다.


창고가 건물 전체에 비해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보관되어 있는 품목들의 수는 수천 가지는 되는 것 같았다. 이 많은 품목과 수량 조사를 8번에 모두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첫 번째 조사를 끝내고 작성한 목록을 제출한 후 식당으로 가보았다. 어제 투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고 저녁 시간에 맞춘 탓인지 국방부답게 육, 해, 공군 군복을 입은 사람들과 일반 복장을 한 사람들이 뒤섞여 주말 저녁임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었다. 다른 공공 기관 구내식당과 유사한 수준의 메뉴들이었지만 가격이 약간 비싸던 것 같았다. 나중에 누군가에게 들은 바로는 백악관보다 10~15% 비싸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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