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HR은 내게 서류 봉투를 주며 내일 펜타곤에 도착하여 그 봉투에 적혀있는 사무실로 찾아가 제출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Big days are coming”이라고 말하며 잘 다녀오라고 하였다.
워싱턴 National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출발하자 오른쪽으로 포토맥 강 너머 워싱턴 DC가 보였다.
얼마 전 HR와 걸었던 공원도 보였는데 그때와 오늘의 방문 목적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좀 씁쓸했다. 공항과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왼쪽으로 오각형의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택시는 내부로 들어갈 수 없어 차량 검문소 앞에 내려 신분증을 제시하자 친절하게도 내부 순찰 용 차량으로 내가 처음 들려야 하는 사무실로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출입구에 내려 주면서 들어가 두 번째 링에서 우측으로 꺾어 가다 보면 오른쪽에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차를 태워준 것 까지야 그렇다 하더라도 “굳이 사무실 위치 설명을…”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을 일식 시켜버린 내부 구조에 그의 안내가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통과할 복도 전 다시 한번 보안 검색이 있었고 복도 중간쯤에 위치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천정이 낮아서인지 약간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내 입장에서는 본사를 찾아온 직원이었다. 평상복을 입은 직원 한 명이 용무를 물었고 나는 뉴욕 사무실에서 HR가 준 서류 봉투를 건네주었다. 직원은 서류를 들고 사무실 끝에 있는 방으로 들어갔고 얼마 후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나오며 아주아주 반갑게 맞아 주면서 자기 방으로 안내하였다.
HR로부터 연락을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면서 일정표 같은 것을 주었다. 내용을 자세히 본 나는 교육 프로그램 같은 일정이 수록된 커리큘럼에 약간 혼란스러웠다. 그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 웃으며 내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국방부 장관 직속 부서들 중 ‘Defense Intelligence Agency(DIA)’라는 부서가 있고 신규 인원에 대한 초기 교육 과정을 시작한다고 하였다. DIA 본부는 워싱턴 DC 볼링 공군기지 내에 별도로 있으나 초기 교육을 펜타곤에서 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다섯 명의 신규 인원들 중 추천을 통한 두 명 중 HR가 나를 추천했다고 하였다. 황당한 나머지 잠깐 ‘Black out’ 즉 내 신경 계통이 잠시 멈추었다고 할까 찰나의 순간이지만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교육과 인원은 삼 개월 전에 준비된 일정이었다고 설명해 주었다. 나는 인도 작전에 대한 문책으로 감봉과 함께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만 하는 시기가 공교롭게 겹쳐져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교육, 토요일과 일요일은 노동형 벌칙을 수행하는 특별 프로그램 당첨자가 되었다고 하였다.
목요일 사무실을 나올 때 HR이 말한 “Big days are coming.” 의미와 휴일 없는 노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묘한 감정이 일었다.
동료들 중 제일 빨랐던 Handler 자리도 그렇고 지금까지 나의 위치가 국방부의 외인부대 소속 같았다면 이제는 정규부대로 소속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또 다른 설렘과 함께 반항의 마음은 수그러들고 의지는 더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나에게 또 다른 기회의 출발점이 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