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미 국방부 핸들러 업무

웹 소설 같은 논픽션 에세이 _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

by 김성원

1989년 새해 첫 출근 날 모든 동료들을 보기 원했지만 나를 포함 총 7명만 출근한 상태였다.

HR은 나머지 5명은 더 이상 우리와 함께하지 못한다는 말을 하였다. 17주 훈련 기간 동안 내내 얼굴을 보며 지냈었지만 뉴욕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후에는 서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적었던 탓인지 아쉬움이나 보고 싶은 마음은 덜 했던 것 같다.


좋은 소식은 출근한 7명 모두 국방부의 정식 직원으로 우리는 모두 Handler가 되었다.

기본적인 업무가 변경된 것은 없지만 각자에게 추가되는 업무들이 주어졌다.


HR은 고성능 컴퓨터에 대한 수출 정책과 상황에 대한 내용으로 오전 회의를 주관했다.

이제 슈퍼컴퓨터로 통칭되던 단어가 고성능 컴퓨터(High Performance Computer)로 세분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유럽은 독일, 영국, 프랑스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에 힘쓰고 있었고 그밖에 인도, 중국과 이스라엘도 자체 개발에 노력하고 있었다. 대내적으로는 미국 컴퓨터 생산 업체들의 수출 해제 요구가 거세지고 있었다. 특히, 로비 단체 등을 통해 의회를 설득시키는 과정에서 향 후 여러 개의 청문회와 같은 소위원회와 회의가 잡혀 있다고 하였다.


국가안보와 국익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일이야 정책 결정자들이 할 일이고 우리는 줄어든 인원 대비 업무의 양은 많아졌다. 그동안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슈퍼컴퓨터를 구매한 결과였고 남미의 브라질도 보유국이 되었다. 나는 기존의 Handler 업무와 함께 HR이 지시한 다른 업무에도 투입되기 시작하였다.


Sun Microsystems(선마이크로시스템즈)의 슈퍼컴퓨터는 우리 입장에서 Cray 제품보다 업무적으로 간단하고 용이한 부분이 많았다. 성능 까지는 알 수 없으나 외부 저장장치 연결이나 페이저로 받는 암호 입력도 앉은자리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가끔 출장지 관할 직원이나 관계자로부터 많은 질문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라 우리 입장에서는 스트레스를 덜 받는 아주 고마운 일이었다. 상무부와 국방부의 허가 비율만 보더라도 전체 수출의 70% 이상이 SunMicrosystems(선마이크로시스템즈) 제품이었다. 이외에도 Mini Supercomputer라 불리는 저 사양급의 수출 물량도 늘었으나 저 사양급은 관리는 우리가 하지 않았으나, 안 하는 것인지 다른 방식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주 사용처가 일반 기업으로 당시 미국이 보유한 인터넷 기술을 통해 충분히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 본다.


나는 Handler로서는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벨기에, 노르웨이와 핀란드까지 주로 새로이 보유국이 된 유럽 쪽 출장을 담당하였고 사무실 복귀 후에는 동료들의 출장 보고서를 취합하여 정리하는 업무를 시작하였다. 출장 보고서에는 출장지 통보 이후부터 외부 저장장치 전달 까지를 가능한 5W1H(육하원칙)별로 작성하게 되어있었다. 컴퓨터 소재지 직원이나 담당자는 물론 현장의 분위기 같은 내용까지도 포함하고 있었다. 이런 내용들은 작성자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과 입장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여러 데이터를 가지고 비교한 후 가장 객관적인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나의 또 다른 업무이었다. 이 보고서를 기준으로 다음 출장 때의 행동 지침이 정해졌고 일정과 인원 배치를 하는 기준이 되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출장지에서 일정 시간 이상을 머무르게 못하게 하고 같은 인원을 동일 출장지에 계속 보내지 않는 것과 같은 일종의 보안을 위한 대비책이었다.


펜타곤에서의 교육을 실전에 사용하는 좋은 계기는 되었으나 나를 위한 여가 활동을 가질 만한 시간적 여유는 찾을 수 없었다.


본연의 업무와 관련된 보고서 만으로도 벅찬 가운데 HR은 출처가 지워진 보고서를 일주일에 한 개씩 주었고 요약을 지시하였다. 펜타곤에 가기 전 주었던 지역별 보고서보다는 더 구체적인 국가별 그리고 상황 별로 세분화된 내용들이었다.


읽었었던 Eastern Block’ 관련 내용에서는 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Eastern Block


예를 들자면 일반 사람들 즉 대중이 알게 되는 사건이나 문제들은 일정 부분 결과가 나온 다음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를 가지고 잘잘못을 따지던 평가를 하던 식의 절차를 밟는다. 당시 내가 접한 내용들은 대중이 접하기 이전의 사실들이었고 나보다는 HR이, HR 보다 그 누군가는 특정 이슈에 대한 결과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것이었거나 그 결과를 이끌어 내도록 명령하였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HR은 내가 제출한 요약본 내용을 다시 내게 주면서 마지막 페이지에가장 기본적인 것을 건드릴 것' 이란 문구를 적어 놓았다. 이 말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첫 번째 접근 방식이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고 필요 대상을 포섭하기 위한 첫 번째, 인간의 기본 욕구를 건드리는 것으로 이는 우리에게도 해당된 사항이었다. ‘돈, 마약,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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