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배적 지위를 활용할 (갑)에게 (을)이 대적할 방법은 오직 2가지
"재훈, 내가 왜 이렇게 절실하게 집 나간 '협상'이를 찾아 헤매는지 알지? 주인인 나의 삶이 힘들어질수록
나는 "협상"이의 도움이 절실해. 왜냐고? 나는 이 사회에서 너무나도 전적으로 (을)이기 때문이야. 힘없는 사회적 약자. 난데없이 찾아온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벌써 실업자 생활 8개월째야."
"이런 주인님을 버리고 '협상'이가 나가버리다니. 왤까?"
"나는 8개월째 긱-워커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 "초단타 독립형 일꾼"이란 뜻이야. 그래서 매번 하루 이틀 정도 하는 일거리가 들어올 때마다 내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인건비 가격)과 (조건)들을 협상해야 하는데, "갑"에게 "을"인 내가 부당하게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면 우리 집 "협상"이는 자신의 협상 내공을 발휘해서 주인인 나를 돕기는커녕, 매정하게 가출을 해버려."
"(갑)과의 협상이 제대로 안 되고 항상 손해 보는 협상 결과라는 거지?"
"맞아, 재훈. 난 정말 내가 키우면서 의지하고 있는 우리 "협상"이의 도움으로 인생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어."
"그럼 있잖아, 내가 앞서 제8장 "겸손한 (갑)을 만나면 더 조심해야 한다" 편에서 설명했던 이야기의 연장선 상에서 (을)이 취할 수 있는 두 가지 비법을 알려줄게."
"정말로? 재훈, 고마워. 카페인 왕창 들어간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 더 시켜줄까?"
(을)을 위한 협상 - (을)이 (갑)에게 활용할 수 있는 항변 2가지.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활용하는 (갑)에게 협상을 깨지 않으면서 (을)이 저항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오직 2가지밖에 없다.
협상의 내용을 문서화하는 계약서를 작성할 때 협상의 쌍방 주체들을 우리나라에서는 (갑)과 (을)이라고 표현한다. 영미권에서는 협상의 쌍방 주체를 표현할 때 (갑)과 (을)이라는 표현은 없다. 그냥 동등하게 "양측은" 이란 의미로 (Both parties)라고 하거나 "상대방은" 이란 의미로 (the other party)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갑)이라고 표현하는 상황은, 협상의 쌍방 주체들 간의 힘의 우열을 따져볼 때 "협상력 (bargaining power)"이 더 우월하거나, 시장 지배적 지위를 향유 (abusing market dominant position)하는 힘센 상대를 (갑)으로 표현하곤 하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약자의 입장에 있는 협상 주체를 (을)로 표현한다.
이러한 문맥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예를 보면, 신문지상에서 자주 언급되는 (갑질)이란 단어는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자가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면서 제멋대로 구는 짓" 또는 "힘의 우위에 있는 갑이 권리관계에서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여 년간 미국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항상 ("을" 입장에서의 협상)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조금 과장을 덧붙여 말하자면, (갑)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협상의 전략이나 스킬이 필요 없다. 시장 지배적인 지위를 활용해서
"우리 회사가 제시하는 협상 조건들이 싫어? 그럼 관둬. 당신네 회사 말고도, 우리 회사와 거래를 하려고 줄 서있는 회사들은 많으니까."
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협상조건을 관철시킬 수 있는 시장에서의 힘이 (갑)에게는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을)의 입장에서는 (갑)이 협상과정에서 제시하는 일방적이고 부당한 또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건들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바로 이때 필요한 것이 ("을"을 위한 협상 전략과 스킬)이다.
이 부분에서, 현장에서의 소중한 경험치가 부족하거나 또는 실무 경험 없이 협상 이론만을 책으로 배우거나 연구한 분들은 (을)을 위한 다양한 협상 스킬들을 소개하곤 한다.
- 좋은 형사, 나쁜 형사 스킬 (Good Cop and Bad Cop)
- 자리 박차고 나가기 스킬 (walk out)
- 빨간 청어 스킬 (red herring)
- 떠보기 스킬 (trial balloon)
- 형사 콜롬보 스킬
- 협상 장소 선점 스킬 (take him to your turf)
- 앵커링 스킬 (anchoring)
- 프레이밍 스킬 (framing)
- 탐사성 질문 스킬 (probing questions)
그러나, 협상을 주 업무로 해온 그의 소견상, 시장 지배적인 또는 시장 독점적인 (갑)이 (을)에게 매우 불리한 조건들을 제시하며 관철을 요구할 때, 이 협상을 깨지 않으면서 (을)이 그 조건들을 정중히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은 현실적으로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는,
"힘없는 (을)로서 (갑)님이 요구하는 그 조건들을 수용해서 계약하려 해도, (갑)님이 제안하는 그 조건을 수용하면 법적인 이슈로 인해서 (갑)님과 저희 (을) 모두 법적인 제재를 받거나 큰 법적 리스크에 노출됩니다"
라는 식으로 "(갑)의 주장이 수용된 채로 계약되었을 때 (갑)에게 발생할 법적 리스크"를 부각하고 이해시켜서 저지하는 방법.
둘째는,
"힘없는 (을)로서 (갑)님의 그 조건들을 수용해서 계약하려 해도, (갑)님이 제안하는 그 조건을 수용하면 계약의 내용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습니다. 왜냐면 계약의 내용들이 이행될 때 말씀하신 조건에 의해서 발생하는 중복 또는 이중 해석 때문에 이러저러한 자체 충돌 (conflicts)이 발생하거나, 또는 그 조건들 때문에 이 계약서가 커버할 수 없는 누락되는 경우의 수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행 불가능한 모순이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협상에 강한 (을)이 될 수 있는가? 그의 세계관에서의 정답은 (을)에게 허용된 위의 두 가지 협상 방법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고 내공을 쌓아야 한다.
먼저, 첫 번째 방법인 (을)의 입장에서 (갑)이 짜 온 판에서 발생하는 불법성에 관한 리스크 (risk caused by potential illegality)를 잘 파악하고 (identify) 이해시키려면 리걸 마인드셋 (legal mindset)을 키우는 노력이 기업차원에서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있는 협상 담당 직원들을 고용하거나 또는 사내 교육을 통해서 기존 협상 담당 직원들에게 이런 능력을 고양시켜줘야 한다.
두 번째 방법인 "(갑)이 짜 온 전체 계약 구도와 판에 대한 객관적인 모순 (conflicts)과 이행 불가능성을 캣치 (catch)해 내서 이해시키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그가 앞서 글에서 설명한 미씨 (MECE), 즉 (상호 배제와 동시에 전체 포함)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 개념을 실습을 통해서 체질화해야 한다.
(*걱정하지 마시라. 이 MECE 개념은 이 책의 제14장 "수학을 포기한 사람, 즉 (수포자)도 협상 고수가 될 수 있다. (집합)과 (경우의 수)만 알면 된다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 인공지능 AI가 한국적인 상황에서의 (을)이라는 느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소위 말하는 "회사생활에서의 짬밥 (현실적인 조직 경험 디테일과 눈치 또는 센스)"이 특정 특이점 (singularity)를 넘어서야 분위기와 눈치로 알 수 있는 개념인데, (갑)과 (을)의 정서적 느낌과 힘의 역학관계를 과연 인공지능 AI가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도 나도 모두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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