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결코 인생이 만만하지 않은 것인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 화해와 갈등, 원망과 그리움, 상처와 치유, 이상과 현실, 시작과 끝, 그런 모든 반어적인 것들이 결코 정리되지 않고, 결국엔 한 몸으로 뒤엉켜 어지럽게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란 것쯤은, 나는 정말이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다.
어떻게 그 순간들을 견뎠는데, 이제 이 정도쯤이면, 이제 인생이란 놈도 한 번쯤은 잠잠해져 주겠지, 또 다시 무슨 일은 없겠지, 나는 그렇게 섣부른 기대를 했나 보다.
이런 순간에, 한없이 막막해지는 걸 보면.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유죄> 중에서.
때로 위로라고 하는 것이, 옆을 지켜 준다고 하는 것이, 어려워도 같이 가자고 하는 위로가 참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뭐랄까...
나는 정성들여 준비했는데, 누구 앞에 내놓기에 너무나도 작고 보잘 것 없어 한 없이 미안한.
그런 느낌...
그래서 내가 더 비참해지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나, 이래서 내가 어떻게 누구를 책임지나.
저 사람이 나를 보고 실망하면 어쩌나...
이럴 때 그 사람의 믿음마저 얇아지면 어쩌나. 초조하고, 어렵고, 힘들고, 맘에 못 견디게 괴로울 때가 있다.
애를 쓰다가 쓰다가 내가 너무 초라하고 미안해서 차라리 입을 닫고픈 날들. ...
그래서..
영원히 그 말을 할 수 없게 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