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를 뚫고 출근하는 길

by 도시 닥터 양혁재

분명 새벽녘에 잠시 눈을 떴을 때는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아직 시간이 여유가 있음을 확인하고, 잠시 눈을 더 붙이고 방에서 나오니 어느새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는 몹시 요란했다. 오늘 같은 날, 자칫 늦게 집을 나섰다가는 지각을 면치 못하리라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 정갈한 아침 밥상을 차려주기 전에 서둘러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마쳤다. 오늘은 도저히 아침을 먹고 갈 여유가 없음을 아내에게 알리고 차에 올랐다.


차에 타니 비가 더 거세게 내리쳤다. 비가 많이 오니 차는 평소보다 더 막혔다. 이른 아침부터 회진을 돌아야 하는 상황인데, 마음이 급했다. 눈을 뜨자마자 아침을 먹고, 담당 의사인 내가 오기만을 기다릴 환자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자꾸만 조급해졌다. 하지만 도로 위의 차들은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평소보다 30분이 더 걸려서야 간신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둘러 주차를 하고, 가운을 입고, 손을 씻고 병동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일찍 나선 탓에 환자들과 약속했던 회진 시간을 어기진 않았다. 분주하게 움직인 티를 내지 않으려고, 병실 문을 두드리기 전에 호흡을 가다듬었다.


'똑똑똑'


세 번의 노크를 하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자분들께서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이른 아침인데도 다들 붓기 하나 없이 얼마나 아름답고 멋지시고 건강하신지. 아침저녁으로 회진 때마다 얼굴을 마주하지만 다들 얼마나 반가운지. 나는 환자분들 한 분 한 분의 손을 꼭 잡아드리며 응원을 건네고, 치료 부위에 문제는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한 다음 외래 진료를 위해 계단을 내려왔다.


비의 기세는 조금씩 약화되기 시작해, 이제는 부슬비가 내리는 수준이다. 날씨가 조금씩 좋아지니 환자분들의 발걸음도 더 이어지는 듯하다. 오늘 오후에는 또 새로운 환자분들의 진료 예약이 많이 잡혀있다. 짧은 시간 내에 더 많은 분들을 살피고, 치료해 드리려면 점심을 든든히 먹고 에너지를 한가득 충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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