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 인터뷰 #4 - 염지나
어떤 단어라도 단어를 듣자마자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분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수영장? 해변의 카페? 그게 아니라면 여행과 액티비티?
브런치 목요 위클리 매거진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의 공식적인 마지막 연재이자 네 번째 인터뷰를 통해 소개할 염지나 님은 여행으로 돈을 버는 회사에서 일하며 여행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여행을 소개하는 여행 디렉터입니다.
직업 덕분인지 지나 님의 SNS는 언제나 흥미로운 삶과 여행 이야기로 가득한데요. 그래서 저는 더 궁금해졌습니다. 그녀의 진짜 노마드 라이프는 어떤지!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현재 인도네시아 길리 트라왕안에서 디렉터 겸 여행 기획자로 살고 있는 염지나입니다. 네, 맞습니다. 윤식당 촬영지로 유명해진 바로 길리섬이에요!
Q. 동남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도시를 거쳐 지금은 인도네시아에 계신데요. 어떤 이유로 한국을 떠나 머나먼 타국 땅에서 지내고 계신 건가요?
A.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서 인도네시아 지사를 설립하게 되어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살롱 드 노마드(Salon de Nomad)'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의 디렉터 겸 인도네시아, 태국 지역의 여행 기획자로 일을 하고 있고요. '살롱 드 노마드'는 상반기에 춘천에서 먼저 오픈을 할 예정입니다!
Q. 길리 이전에는 어떤 삶을 사셨는지도 궁금합니다.
줄곧 이 회사에서 여행과 관련된 업무를 했어요. 처음에는 춘천 본사에서 일했고, 서울을 거쳐, 지금은 이곳 길리까지 오게 된 거죠.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고 해외여행 박람회에 참가해 영업을 하기도 했고요. 주로 국∙내외 영업과 여행 서비스 기획 및 마케팅 업무를 맡았고 회식 자리에선 가끔 주정뱅이 역할을 하기도 했네요...;
Q. 몇몇 사진에서 본 밝은 표정을 근거로 감히 상상해보자면 지나 님은 열정과 활력이 넘치는 사람 같아요! 혹시 지나 님에게는 '에너지의 원천' 같은 것이 있나요?
카메라가 보이면 자동 반사적으로 사진용 미소(!?)가 나와요. 얼마 전 인도네시아 '이젠 화산'에 다녀왔는데요. 그 당시에는 유황가스 때문에 눈을 뜨는 것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모두 눈은 반쯤 감은 채 웃으면서 브이를 하고 있더라고요! 어떻게든 사진에 잘 나와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나 싶기도 해요.
사실 이 질문을 받고 '정말 밝은 표정의 사진이 많은가?'하고 제 앨범을 다시 봤어요. 활짝 웃고 있는 사진들의 대부분이 스포츠를 즐기고 있거나 즐긴 후, 그리고 여행 중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더라고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기운을 얻는 것. 그게 바로 제 에너지의 원천인 것 같아요!
Q. 정말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시는 것 같은데요. 마라톤, 클라이밍, 승마, 아이스하키 등. 늘 새롭고 다양한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이유도 궁금합니다.
평소에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에요. 한국에 있을 때에도 주말마다 새롭고 다양한 활동들로 여가시간을 보내곤 했어요. 운동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 오래가는 것 같기도 하고, 취미가 같다 보니 마음 맞는 사람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고요. 특히 직장 때문에 춘천에 살면서 시작하게 된 아이스하키는 외로웠던 타지 생활을 극복할 수 있었던 큰 원동력이었어요. 서울에서 지낼 때에는 제가 가입한 러닝 크루 멤버들을 보며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아직도 해보고 싶은 스포츠나 액티비티들이 너무 많아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액티비티들을 다 경험해보는 것이 제 작은(?) 꿈입니다.
Q.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 스타일은 언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그리고 노마드 라이프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알게 된 것은 해외 출장 중에 만난 친구 때문이었어요. 그 친구는 온라인으로 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여행하면서 동시에 일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 이런 삶을 사는 친구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런 친구들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르더라고요.
그걸 계기로 '나도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야지!'라고 결심한 것은 아니고, 제가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굳이 꼭 사무실에서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오히려 이곳저곳을 다니며 보고 느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노마드의 삶을 살게 되었어요.
Q.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지나 님에게도 타지 생활에서의 어려움이 있을까요?
아직 크게 힘들거나 어렵다고 느낀 부분은 없어요. 추위를 많이 타는 저에게는 하루 종일 쨍쨍한 동남아시아의 날씨도 견딜만하고 음식도 딱히 가리는 것이 없기 때문에 잘 먹고 있고요. 하루에 5번씩 길리 섬 전체에 울려 퍼지는 무슬림의 기도문 소리도 이제는 음을 따라 할 정도로 익숙해졌어요.
이곳의 슬로우(slow) 문화가 이따금씩 답답할 때가 있지만 이것도 '로마법'이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려 해요. 물론 단점이나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것들을 상쇄할 수 있는 장점들이 더 많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Q. 노마드 라이프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하나만 꼽아주세요!
저는 여행이 곧 업무잖아요. 돈 버는 일을 하면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해보지 못한 액티비티들이 지구에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예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스포츠를 좋아하는 저에게는 어쩌면 디지털 노마드가 최적화된 삶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Q. 동남아시아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이유는?
세계 여행을 하며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여행자들도 많이 만났지만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바로 여행 중 저에게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에요. 아무래도 낯선 곳에서 곤경에 처하면 더 조급해지고 당황하기 마련인데 그때마다 운 좋게도 현지 분들로부터 크고 작은 도움을 받았어요.
특히 인도네시아 짱구(Canggu) 지역에서 저에게 도움을 주었던 현지인 아저씨 세 분이 더 생각나는데요.
Canggu에 머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길을 잘못 찾아 셔틀버스 픽업 시간에 늦은 상황이었어요. 버스를 놓치면 배도 놓치게 되고 하루의 일정이 다 꼬여버리기 때문에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죠. 그때 마침 주변에 있는 분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영어를 못하셨던 이분은 영어가 가능한 다른 친구 분을 데려와서 어떻게든 저에게 도움을 주려고 여기저기 연락하며 알아봐 주셨어요.
다행히 그분들 덕분에 다른 픽업 장소를 알 수 있었고 20kg이 넘는 제 배낭을 싣기 위해 오토바이 두 대를 나눠 타서 픽업 장소까지 데려다주셨어요. 저 하나 때문에 아저씨 세 분, 지나가던 여러 현지인분들이 도움을 주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무한 감동을 느꼈던 경험이었어요. 아, 지금도 울컥하네요!
Q. 여행 중에 HIVE, HUBBA 등 여러 코워킹 스페이스를 다니셨는데, 코워킹 스페이스 디렉터로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였나요?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ubud)에 있는 'Outpost'를 꼽고 싶어요. 접근성과 시설이 모두 완벽한 곳인데요. 특히 냉방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이용객들의 숫자도 적당해서 일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고, 직원들도 대부분 친절했습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Q. 지나 님을 움직이는 좌우명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혹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고 싶나요?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저는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고 활동적인 성향이라 반복되고 안정적인 것보다는 늘 새롭고 다양한 것들을 추구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회사 취업이나 공무원 준비보다는 스타트업 취업을 선호했고 덕분에 제 성향에 맞는 라이프를 살고 있기도 하고요.
사실 아직까지 가보지 못한 곳, 배우지 못한 것,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X3 많은데 지금 삶에 만족하고 안주하며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10년이나 20년 후, 언젠가 할머니가 되어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사는 '멋쟁이'가 되고 싶어요.
Q.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의 공식적인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지나 님의 꿈이나 목표는 무엇인가요?
지금 당장의 목표는 코워킹 스페이스 디렉터, 그리고 여행 기획자로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을 성공시키는 것이에요. 우붓 하면 'Hubud'이 떠오르듯이 길리 하면 '살롱 드 노마드'를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