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후일담

축구하자 2-1 이감독, 진짜 국가대표 되다

by 이종인
하지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 거스 히딩크 -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소란이 있었다. 대표팀 선수의 개인 소지품인 축구공이 경유지인 두바이 공항에서 그만 압수를 당한 것이다. 공에는 홈리스 월드컵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의 사인이 남겨져 있었다.


당시 세계는 테러에 떨고 있었고, 경유지의 중동 항공사는 폭발 가능성이 있는 모든 것을 비행기에 가지고 탈 수 없다고 했다. 공을 잃어버린 선수는 축구공이 무슨 폭발이냐며 분개했지만, 공을 되찾으려는 노력과 코치진의 설명도 테러리즘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공을 빼앗긴 선수는 돌아오는 비행 내내 육두문자를 남발하며 툴툴거렸지만 우리는 그를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 그 공은 아마 평생토록 간직할 홈리스 월드컵의 기억이었을 테니까.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빅이슈 코리아 직원들과 이 트레이너님 등 반가운 얼굴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귀국 당일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고, 여독을 푸는 것이 먼저였기에 따뜻한 한식 한 끼를 함께 한 뒤 각자의 보금자리로 흩어졌다.


선수들과는 몇 주 뒤 열린 해단식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본행사에 앞서 공을 압수당하는 바람에 귀여운 난동을 부렸던 선수가 팀원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모두 그의 용기 있는 행동에 박수를 보냈다. 덕분에 해단식은 유쾌한 분위기로 시작되었다.


애석하게도 대표팀 모두가 함께 모인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해단식 이후 선수들은 빅이슈 코리아와 함께 직업 훈련 및 구직 활동을 시작했고, 일부 선수는 홈리스 월드컵 출전의 특전 중 하나였던 임대 주택 입주기회를 얻었다.


대회 이후 쉴새 없이 울리던 단체 채팅방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해졌다. 연말연시와 명절마다 반가운 인사말을 보내주시는 문 선생님과 같은 골키퍼 포지션의 정 선생님, 그리고 팀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했던 김 선생님과는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다른 선수들의 소식은 전해 듣는 것 외에는 알 길이 없었다.


이듬해에는 문 선생님으로부터 감독님과 매니저님이 빅이슈 코리아를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매니저님은 대니와의 결혼 생활을 위해 잉글랜드로, 감독님은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수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홈리스 월드컵의 모든 순간이 생생하다. 그리고 대표팀의 얼굴들이 그립다. 모두 건강하기를, 그리고 언젠가 다시 운동장에서 만나 공을 찰 수 있었으면.


* 2018 홈리스 월드컵은 멕시코시티에서, 2019 홈리스 월드컵은 웨일스의 카디프에서 개최되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두 대회 모두 참가해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0 홈리스 월드컵은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온라인 개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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