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하자 2-1 이감독, 진짜 국가대표 되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에게는 뉴캐슬에서 뛰는 것이 꿈이었고 전부이기 때문이다.
- 앨런 시어러 -
이후 대표팀은 첫 승리를 거둔 벨기에전을 시작으로 몇 경기에서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최종 토너먼트에서는 레벨 6에 해당하는 VIASPORT QUAICH 컵을 두고 그리스, 슬로베니아, 호주, 스웨덴 등과 겨루게 되었다.
레벨 6은 남성부에 출전한 45개 팀 중 41위부터 45위를 결정하는 결승 토너먼트로 최하위 팀들이 모인 그룹이었다. 그러나 좌절하거나 실망할 필요가 없었다. 홈리스 월드컵의 취지와 정신은 모든 팀과 선수들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닌가. 모두가 홈리스 월드컵 정신을 실천한 덕분에 그 어느 팀과 선수도 포기한 내색을 보이거나 경기를 소홀히 하는 법이 없었다.
왜 항상 마지막이 되어서야 몸이 풀리는 것일까. 힘겨운 경기 끝에, 대표팀은 결국 레벨 6의 결승전에 진출했다! 우리와 결승에서 맞붙을 상대는 스웨덴 대표팀. 평균 연령은 우리와 엇비슷해 보였지만 바이킹의 후예답게 선수들의 몸집이 아주 컸다.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우리가 여름 내내 단련하고 준비한 것들을 경기장에서 모두 펼쳐 보인다면 그것이 바로 유종의 미.”라고 말했다. 이제 정말 승리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팀원이 우리와 상대 선수 그 누구도 다치지 않고 즐겁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점에 동의했다.
그러나 결승전 전반은 아주 일방적인 흐름으로 흘러갔다. 내리 4골을 실점하며 스웨덴 대표팀에게 리드를 빼앗긴 것이다. 전반 종료 직전에 한 골을 만회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후반전 마지막 7분을 앞둔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고, 점수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야속한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대회 내내 한 골도 넣지 못해 마음고생을 했던 김 선생님이 하프라인에서 시도한 슈팅이 골망을 흔든 것이다. 이 골로 경기 스코어는 4:2. 남은 시간은 5분. 컵을 따내려면 세 골이 더 필요하다.
1분 뒤. 대표팀은 스웨덴에게 추가 실점을 허용한다. 한 명에게 두명의 수비가 붙었는데 공이 빠져나간 것이 실책이었다. 4분이 남은 상황에서 3점 차. 공수 전환이 빠른 스트리트 사커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점수 차였지만 선수들은 유독 지쳐 보였다.
실점 후 30초가 채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기적이 찾아왔다. 대표팀의 막내이자 주장인 ’채 군‘이 만회 득점에 성공한 것이다. 이제 경기 스코어는 5:3. 여기서 대표팀에게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경기 종료 2분을 남긴 상황에서 페널티를 얻은 것이다.
페널티 키커는 이번 대회에서만 스무 골 가까이 득점한 에이스 채 군이 맡았다. 득점에 성공할 경우 스코어는 5:4가 되고 남은 90초 동안 동점을 노려볼 수 있었다. 아니, 동점은 물론 충분히 역전까지 가능한 시간이다. 하지만 채 군의 발을 떠난 공은 골키퍼에게 막혀 골대를 넘어갔다.
모두의 탄식이 쏟아지던 찰나,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렸다. 페널티를 막는 과정에서 스웨덴 골키퍼의 다리가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이 경우 페널티를 다시 차게 된다. 지난 실축을 만회할 절호의 찬스, 그러나 이번에도 채 군의 슈팅은 골키퍼에게 막히고 만다. 남은 시간은 1분 10초.
스웨덴 선수들은 리드를 지키기 위해 계속해서 공을 코너로 보냈고,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교체하며 공수를 강화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선택지는 오로지 하나. 누가 어떻게 뛰더라도 득점하는 것이었다.
지키려는 마음이 너무 컸던 것일까? 천천히, 그리고 안전하게 볼을 돌리며 시간을 보내려던 스웨덴 선수의 실수로 공이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 있던 채 군의 발에 떨어진다. 채 군의 왼발 슈팅이 골대 오른쪽 구석을 가르며 스코어는 5:4. * 남은 40초 동안 우리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 대한민국과 스웨덴의 QUAICH 결승전 전체 경기 영상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Homeless World Cup‘ 채널, 영상 제목은 ’Oslo 2017 - Men's Quaich Final - Sweden v South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