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7일
번호 없는 부재중 전화를 받을 때. 너무나 차가웠던 나의 목소리에 놀란 상대방이 느껴졌을 때. 괜히 당황 스러 미안함을 전했다. 요즘 세상에 가장 무시당하는 것들 중 하나. 부재중 전화.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빠가 삐삐를 사줬다. 1997년쯤이었던가. 핸드폰은 어른들이나 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사실 연락 올 곳도 없는 초등학생한테 삐삐를 사준 우리 아빠. 돈이 넘쳐 났을 때였나 보다. 친구들한테 자랑용으로 차고 다녔었다. 연락도 안 왔는데 괜히 연락 온 척하면서 수신함을 확인했던 허세왕이었던 어린 시절의 나. 요즘엔 번호만 저장해도 카카오톡으로 누군지 확인할 수가 있는 세상에 모르는 번호는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누구지?' 궁금함을 가지며 문자도 보내보곤 했지만 이젠 누군지 궁금하지도, 궁금해도 되걸 수 없어진 모르는 번호라는 것. 메신저의 탄생으로 통화도 중요하지 않아 졌으니 더더욱. 등기를 받을 게 있었던 터라 부재중 전화가 왠지 기사분의 연락인 것 같아 되걸어 보았다. 예상치 못한 여성분의 목소리에 '아... 스팸전화였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고 팍 식어버린 내 목소리에 놀란 상대방이 주춤대는 것이 수화기 너머로 느껴졌다. 알고 보니 퍼블리싱에서 전화를 주신 거였고 아는 분이었다. 순간 너무 죄송해서 광고 전화인 줄 알고 대답해주고 끊으려 했다고 서둘러 웃으며 말을 했더니 둘 다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렇게나 다른 목소리였다니. 나도 나 자신에게 놀랐다고 해야 할까. 내 목소리가 너무 차가워서 자신이 무언가 잘못한 줄 알았다고 했다. 지인 아닌 경우 다른 번호는 다 광고인 요즘 세상. 이 얼마나 삭막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