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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Oct 26. 2023

택배 배달 일지 1화("체험 삶의 현장")

"택배 기사로 돌아가다: 나의 택배배달 이야기"

브런치북 연재가 처음이라 기존에 썼던글을 포함하기 위해 1화를 4화로 붙여서 작성했습니다. 4화가 붙어있더라도 첫 연재인지라 양해 부탁드립니다!


1-1화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기 시작하면서 잘 나가던 인터넷쇼핑몰이 하락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점차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되어 일상회복을 하게 되어 밖에 나가게 되면서 인터넷주문보다 직접 물건을 보고 구매하고 확인함으로 인해 인터넷쇼핑몰은 타격을 입게 되었다. 물론 모든 인터넷 쇼핑몰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랬다. 그럼에도 조금 불안했지만 이내 회복 할 것으로 여기고 버텨보았지만 안되었다. 생각보다 여파는 컸고 불안정한 시간들이 계속 되었다. 학업과 글쓰기를 지속하기에는 역시 돈이 필요하기에 일을 해야 했다. 성공에 관련된 책들에서는 내 시간은 귀한 시간이니 좀 더 효율이 좋은 일을 하거나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했지만 역시 현실 앞에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내가 타협한 일은 택배배달 업무였다. 마침 집 주변에 공고가 떠서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지원을 하고 협의를 해서 일을 하게 되었다. 4년 전에 배워둔 택배일이 헛수고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비록 시간은 어느 정도 흘렀지만 몸이 기억하기에 다시 적응할 수 있었다. 물론 사용하는 시간 대비 효율은 좋지 않지만 불황을 겪고 있는 이때 일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물론 영원히 택배일을 할 것은 아니다. 당분간은 기존 회사의 일도 도와야 하기에 병행하면서 하기로 협의를 했다.


어차피 남의 일은 해줘봐야 내 것이 될 수 없고 택배 특성상 많은 돈을 벌기 힘든 구조란 것을 인정하는 바이다. 사람을 쓰면 남는 것이 없고 혼자 다하지니 힘이 부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일단 긴급 수혈을 위한 목적으로 급하게 뛰어들게 되었다. 택배하는 곳에서는 빚이 있거나 가족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한다는 말이다. 물론 나는 아직 빚은 없지만 딱히 그 말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었다.


과로로 인한 강제 업무 연장, 극도의 스트레스로 건강을 잃게 되면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싶었다. 돈에 쫒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궁지로 내몰고 상황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빚을 갚을 수만 있다면 좋을 것이다.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것이고 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영리한 사람들은 부당함만을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상황을 이용해서 돈을 번다. 물량을 많이 주지 않는다면 배송을 빨리해버리고 다른일을 하는 식으로 돈을 추가적으로 번다. 분명히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해내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 할수 있다. 애초에 그런 상황자체가 안나온다고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이건 내가 한게 아니고 그렇게 하는것을 본 이야기다.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 그렇게 남들보다 빨리 배달하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해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택배배달 일로 돌아가고 다시 업무를 배울 때 구역을 알려주던 친구가 인상깊었다. 그는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일하는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300개 이상을 혼자서 새벽3시까지 연달아 3일 동안 일을했다는 그의 끈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분명 가족이 있어서 어쩔수 없이 한 것도 있겠지만 본인 자체의 의지력이 대단하다 생각했다. 그렇게 많은 물량을 혼자서 해야 함에도 온지 얼마안되서 헤멜까봐 내 걱정을 하는 그 친구에게 고마움을 느낄 뿐이었다. 물론 이 글을 읽고 하루에 300개 이상은 나도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그건 다량이 나오는 아파트 지역이고 몇 개월 이상의 숙련된 경험이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또한 아무리 베테랑이라 할지라도 거의 대부분 그 이상의 물량은 두명이서 한다. 이 친구는 혼자서 하며 4,5년의 경험자이지만 해당 구역은 맡은 지 두 달 정도 되었다고 했다. 복잡한 코스가 많고 지도에도 안 나오는 곳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많은량의 택배배달을 하는것은 실로 대단했다. 권장 일일 택배 수량은 150개라 들었다. 물론 비대면으로 인해 빨라진 시간으로 200개 까지 되겠지만 거리와 물건을 놓는 시간을 타임 테이블을 계산하면 실수가 없음을 가정한 수량이라 예전에 들었다.


"나를 채용한 사람이 말한 '늦음'의 기준이 높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직접 동승해보니 그렇지 않았다. "분명 밥 먹는 시간은 있었지만, 그 친구는 가끔 밥을 못 먹는다고 했다." 아무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300개 정도는 누구나 한다고 들었을때는 사실 누군가 도와주니까 그렇게 하겠지 하면서 의문을 품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친구는 분명 혼자서 하는것을 보았다. 거기다 최근에는 대면 배송으로 바뀌어가는 형국이라 더욱 시간이 걸린다. (고가의 제품은 무조건 대면배송해야 한다. 연락받고 어디 둬도 불안하다.)


아마 그렇게 되면 수수료를 올려주던가 해야 한다. 수지 타산이 안 나오면 이직하는 건 시간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처음 왔다고 반겨주는 그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맡은 구역만큼은 열심히 해야 했다고 생각했다. 사실 서로 개인사업자라 챙겨줄 이유도 없는데 다양한 내용을 가르쳐 줄 때 대한민국의 형동생 문화는 그때 만큼은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 회사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 섣부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좋게 생각하고 싶다. 일을 하기에 글 쓰는 시간과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감수해야 한다. "대리사회”라는 책에서는 남의 욕망으로 먹고 사는 사회를 언급한다. 나도 그러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쉽지만, 무언가를 진행하려면 우선 가장 문제되는 일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늦어질 수 있지만 반드시 그것부터 허물고 시작하라 했다.내가 주문할 때는 몰랐는데 그 상황이 되어 배달을 하는 입장이 되어 보니 택배기사님들 입장을 존중해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가가 많이 올라 사회가 많이 힘들지만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해 본다.


1-2화

 

저녁12시에 배달이 끝났다. 택배 특성상 화요일이 물량이 많은것도 있지만 그동안 무난히 배달을 하게되어 더 많은 지역의 물량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량의 물량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떻게 하면 시간을 단축할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그래서 지역팀장에게 여러가지 팁을 물어 진행하게 되었고 새로운 방법은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기존에 내가 하던 방법은 사진을 찍고 대조하고 스캔하는 것에 비해 새로운 방법은 일단 물건을 집앞까지 배달후 일괄전송하는 식이다. 처음에는 스캔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서 빠르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니 오배송 연락이 자주왔고 그로 인해 재배송 시간이 늘어나면서 평소하던 속도보다 더 많이 늦게 되었다. 


처음에는 실수니까 다음에는 괜찮아 라고 생각하고 지나갔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오배송이 자꾸만 나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시간에 쫒기면서 일하게 되었다. 4개월정도 한 경력이 있는 내게는 실로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왜 이런걸까? 하고 생각해봤다. 잠들기 전에 생각해보니 갑작스런 실수는 스캔방법의 차이임을 깨닫게 되었다. 전에 했던 한건 한건 스캔을 찍으면서 사진과 대조하던 그 방식은 처음에는 느리지만 확인작업을 함으로써 오배송을 체크하고 그 순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하게 된다. 또한 그 스캔시간안에 오배송 문의 전화 확률이 높아 그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처리하기에 이동시간마저 단축할수 있다. 이러한 점검체계를 무시한 내게 오늘의 결과는 참혹했다. 늦은밤중에 고객에게 전화해서 불편함을 느끼게 했고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다친 결과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원래했던 방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오배송은 없어졌다. 확인하는 습관은 배달정확도를 올릴수 있었고 가끔씩 걸려오는 CS조차 무사히 해결할수 있었다. 고객이 잘못을 했는지 내가 잘못했는지의 판단유무는 중요하다. 내가 아무리 좋은말과 웃음으로 포장해봐야 실질적인 잘잘못이 정해지지 않는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러한 막무가내식에 응대하기 위해서는 증거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갑자기 태도와 상황은 급변한다. 주소는 정확히 되어있는지 혹은 자기가 주문한 물건이 맞는지 판별유무는 꽤나 중요하게 여겨진다.


1-3화

다른 구역의 인수인계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차를 대놓기 좋은 곳으로 알려줘서 다행이라 생각 중이다. 아무데나 세워두면 딱지 떼거나 곤혹을 치룰 수도 있을 텐데 위치 선정이 좋은 것 같다. 내 배송건은 많지 않아서 같이 한 번 돌아보고 내일 코드와 함께 물량을 받기로 했다. 생각보다 지역이 넓어서 어느 정도 수량을 해야 기름값 빼고 이것저것 제하면 뭐 남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기왕지사 일단 하는 거 부딪혀 보기로 했다. 비가 온다 했는데 생각보다 안 오는 것 같기는 하다. 너무 많이 오면 일 배우기 힘들 거 같았는데 일단 오지 않는다. 이럴 때는 일기 예보가 틀린 게 다행이라 여겨진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져도 시시각각 바뀌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밥을 안 먹고 일하면 힘들 거 같아 삼각김밥으로 떼웠다. 빈속에 일이 잘 되는 것은 알지만 긴 시간 일을 해야 해서 에너지를 비축해둬야 한다. 정리할 게 많아서 출발이 좀 늦어지나 보다. 난 배달하고 정리하고 그렇게 하는데 미리부터 다 정리하고 나오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직접 남의 물건까지 다 분류해 주느냐고 내꺼 정리할 시간이 없었는데 시간이 남아서 미리 다 정리해서 나오는 모양이다. 나도 그러한 흐름에 맞게 재구성해야 겠다. 그렇게 되면 시간 절약도 가능하고 배달이 좀 더 수월해 질 거 같다. 구역을 인계해주는 전임자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왠걸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다행히 전임자가 우의를 두 개 가지고 있기에 망정이지 쫄딱 젖을 뻔했다. 열과 성의를 다해 알려주는 그 친구의 열의에 또 한 번 놀랬다. 뭐라고 뭐라고 이야기 해주는 거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내가 막상 배달을 시작하면 그때 기억나리라 여기고 듣기만 했다. 결국에는 내가 스스로 구역을 맡아 돌아야 깨우칠 수 있다. 그럼에도 그 전임자가 대응하는 모습을 배우고 많이 배웠다.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많이 없지만 그래도 내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4개월 정도 해보고 쉬었다 하는 것이기에 웬만한 것은 다 안다. 그리고 배달 하기 전에 전산업무도 해보았기 때문에 사고 처리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 고객 응대 방안도 많이 알고 있다.


이전에는 막무가내인 고객과 싸우기 일쑤였고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알게 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에게 물건이 잘 전달되느냐 안되느냐의 차이다. 나도 처음에 일할 때는 빨리 돌고 쉬고 싶은 마음에 막 배달했다. 그러다 잘못 가져다 주기도 하고 응대도 사과만 하다가 끝났었다. 동승자로 일을 같이 도와준 형과 싸우면서 일했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어찌됐든 또 다른 구역을 받았고 내일은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겠다.


1-4화

역시나 새로운 곳은 언제나 생소하다. 전임자와 구역을 같이 돌 때랑 내가 스스로 돌 때는 이곳은 완전히 다른 곳이라 여겨졌다. 물론 이 구역을 수십 번, 수백 번 돌면 구역 구석구석을 모를 수가 없기는 하다. 처음이니까 이런 것임을 안다. 그럼에도 어찌 되었든 오늘은 힘들다. 느긋하게 돌고 싶었지만 역시나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지연되는 시간이 생기면 그 다음 코스가 늦어지게 되어 전체적으로 늦어진다. 늦어지면 좋을 것이 없다. 내 몸의 체력도, 정신력도 떨어지고 고객도 늦게 받아 섭섭해 한다. 택배는 72시간 내에만 배송하면 된다는 규칙이 있지만 하루만에 배송되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 물론 입장 거꾸로 놓고 봐도 나도 내 택배가 이틀 후에 오면 싫기는 하다. 어쨌든 늦어지면 퇴근 시간에 걸리고 그럼 이동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고객들이 집에 돌아와서 주차하기도 어려워진다. 모든 악조건을 이겨내야 하는 상황이 생겨버린다.

그렇다고 서두르면 일은 더욱 안 되니 천천히 해야 하지만 마음이 급해지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제 슬슬 그런 생각도 든다. "괜히 한다고 했나?" 몸이 힘들어지니 마음도 약해져 간다. 아직 본격적인 일은 시작도 안 했는데 어떻게 진행될지 그려지니까 도망치고 싶어진다. 불신도 생겨간다. "거지같은 구역만 남아있는 걸 구역이라고 준 건가? 알짜들은 자기들이 다 가지고 있고?" 별의 별 생각이 다 든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내겐 그것을 요구할 명분이 없다. 설령 수지 타산이 맞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감수해야 한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다.


이곳도 결국 치열한 생존이 걸려있는 전쟁터다. 어찌 되었든 오늘은 물량이 조금씩 늘고 새로운 구역을 받게 되니 여러모로 많이 헤매다 보니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시간보다는 정확히 배송하는 게 중요한 것을 잘 알기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전에는 하도 안 걸어다녀서 밖에 일부러 산책하러 다녔는데 지금은 발이 아파서 걷기가 싫을 정도니 운동은 되는 것 같다. 아니 혹사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주 심하게 힘든 것은 아니니 견딜 만은 하다. 근데 도대체 6층인데 엘레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거주하는 건지 모르겠다.


뭐 옛날 옛적 시대에 비하면 좋은 것이라 하겠지만 역시나 엘베는 있어야 함을 느낀다. 날씨가 별안간 겨울이 되어서 다들 겨울 옷을 급히 꺼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비가 오고 바람 좀 불더니 날씨가 급변경되어 버렸다. 잘 때 난방키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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