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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Nov 19. 2023

택배 배달 일지 5화(일상적 고충과 극복의 여정)

택배와 건강 그리고 인력이야기

토요일 하루 배송이 끝났다. 이제 일요일과 월요일의 휴식 시간이 있다. 물론 월요일이 쉬는 날이지만 형 일을 도와주기에 사실상 투잡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택배에 비해선 쉬운 일이기에 부담감은 없다. 어쨌든 1주일의 고된 체력 노동으로 인해 힘을 회복해야 할 시간이다. 일요일에는 거의 기절하다시피 잠을 자고 일어났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상쾌한 기분은 들지 않고 더욱 피곤한 상태로 깨게 되었다. 중간에 잠깐씩 깨었다가 잔 거 같기도 하고 숙면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래 잤다.


택배 배달을 하면서 내가 했던 몇 가지의 방법들을 테스트해 보고 결과들로 행동들을 정리하고 보완을 하자 고객 클레임 전화가 사라졌다. 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결과물이라 여기자 나름 뿌듯했다. 내 지역에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는 것을 볼 때면 저기는 이제 내가 들어가게 되는 건가 하면서 기대도 하지만 택배 배송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내게 구역을 줄지는 의문이 든다. 아직까지는 주어진 물량 소화하기에 벅차지만 향후에는 좀 더 해야 수익이 나기에 해야만 할 것이다.


새 건물은 CCTV가 잘 되어 있고 배송하기에도 편한 구조로 되어 있어서 들어가면 좋다. 물량도 많이 나와서 수익이 되어서 서로 들어가려는 구조다. 짧은 거리에 다량의 물건이 있는 곳만큼 좋은 곳이 없기에 그렇다. 반대로 낙후된 아파트, 즉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을 배달할 때면 상대적으로 돈을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항상 주문은 4, 5, 6층에서 주로 한다. 같은 수수료를 받고 일을 할 때면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번은 6층 계단을 타려고 진입하는데 1층 거주민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 배달하셔서 힘드시겠어요라고 물으시기에 "하하 어쩔 수 없죠"라면서 웃어 넘겼다.


5, 6층을 몇 번 안 타면 다행이지만 10번 아니 5번만 타도 체력 부담이 엄청나다. 그것만 하고 끝이 아니고 다른 곳도 계속 해야 하기에 그렇다. 배송이 어려운 지역은 돈을 더 받던가 수수료를 좀 더 받던가 해서 고쳐야 한다. 차별이라고 운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일단 나는 다 배송을 한다. 그렇지만 사람이란 이기적이다. 나부터도 배송하기 좋은 구역 사람들한테 친절해 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6층 계단을 탈 때면 원망스럽다. 양심이 있으면 본인들이 가지고 올라가거나 소형 택배를 시켜야 하지 않나 하면서 반문을 할 때가 많다. 오죽하면 이러한 아파트가 많은 곳은 택배기사들이 기피하는 지역이 되어 다른 곳으로 변경하려 한다. 그러다 보면 배송이 늦어지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나도 배달 시간에 쫓길 때 이러한 곳의 물량이 많으면 화부터 난다.


그래서 전임자가 많을 때는 그냥 경비실에 몰아버리고 갔다는 이야기에 많은 공감을 했다. 하지만 경비실은 분실의 확률도 높고 고객이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 아닐 때면 문제가 생기기에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자 택배 물량이 소폭 증가했다. 추워지면 움츠러들고 움직이기 귀찮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귀찮음 때문에 내가 일을 해서 먹고 산다는 생각을 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추울 때 배달하고 다니면 내가 힘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돈을 벌게 되니 하게 되는 것 같다.


첫 주 화요일은 저녁 12시, 둘째 주는 저녁 10시, 셋째 주는 저녁 9시 차차 시간이 줄어간다. 알고 있는 곳이 많아짐에 따라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상가는 퇴근 전에 받기를 원하고 고객은 집에 귀가할 때 문 앞에 택배가 놓여 있기를 원하니 한시라도 빨리 갔다 줘야 된다. 워낙에 빨라진 시스템 덕분에 이제는 하루 배송이 기준이다.


배송 시간이 오후 9시를 넘겨서 끝냈더니 과로사 방지로 사유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필요에 따라서는 물량 조절이나 구역 조정 등을 통해서 과로사를 방지하도록 하기 위함이라 했다. 조치가 이루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해결 방안은 나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 말고는 없어보인다. 배송이 수월한 구역을 뺏어서 줄 수도 없고 지역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줘봤자 의미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배송 구역 자체가 넓기 때문에 애초에 시간 단축은 많이 어려우며, 빠르게 배송해봐야 사고만 터지고, 그렇다고 뛰거나 과속해봐야 크게 시간 단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구역 이해를 빠르게 하고 어디인지 다 안다면 분명 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하지만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정활한 배송이다.

이미 안정적인 택배 배달 방법을 만들고도 해가 지기 전까지 배달을 끝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스캔 몰아 찍기, 집에서 밥 먹으면서 입력하지 않고 현장에 나가서 배달 물건 보고 직접 입력하기, 밥은 먼 곳 이동할 때 먹기 등 조금이나마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문제점이 발생했다. 시간에 쫓기면서 일하니까 잔실수가 발생하고 그 잔실수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되돌아가고, 같이 일하는 사람과 괜한 말로 싸우게 되고 혼선이 빚어졌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아, 그냥 방법 바꾸지 말아야겠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냥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래 오래 걸리는 일이고 시간을 줄이기는 길은 밥을 안 먹고 일하는 방법밖에 없고 배달 장소가 숙련이 되면 자동으로 단축되는 것이다.


게다가 배달 경력이 되시는 형님이 하는 말이 속도를 줄이기 위해 뛰면 몸이 망가진다 했다. 배달 시간은 2시간 정도 줄일 수 있지만 무릎이 망가지고 밥을 안 먹어서 위가 상한다는 것이다. 바쁜 상황에 내 몸이라도 빨리 움직여서 시간을 단축시키고자 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래 못한다고 했다. 4, 5년 차 되는 경력자는 본인이 배달이 아무리 늦게 끝나도 절대로 뛰지 않는다 했다. 애초에 늦게 끝나는 일이고 일을 끝내고 쉬는 마인드가 아니고 쉬면서 일하는 방식이다. 저녁 늦게 끝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의 방법이다.

일을 단기간만 하고 끝낼 것이라면 뛰어도 상관이 없지만 오래 할 것이라면 그러한 방법을 쓰는 것도 괜찮아 보였다. 실제로 나도 몸을 조금 혹사했던지 무리가 좀 오는 듯했다. 밥도 그냥 대충 먹고 빵이나 삼각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이다 보니 잠을 자도 생각보다 힘이 회복되지 않는 것 같았다. 운동 삼아 계단 탄다고 생각했지만 무릎을 사용해서 연골이 닳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선뜻 뛰는 게 재미있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나는 둘이서 하기에 그나마 부담을 줄였지만 혼자서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얼굴 표정에서 힘듦이 느껴진다. 그런데도 올라가는 김에 내 것까지 해주겠다고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나는 사진을 찍기에 그러한 요청을 수락하지 않지만 본인이 힘든데도 도와주려는 것을 보면 마음이 짠한 것을 느낀다.


원래 오래 걸리는 일이고 급하다고 뛰어봤자 실수만 생긴다. 분명 걸어다니면서 배달하고 밥 먹을 거 다 먹고 쉬면서 하기에는 배달 물량이 많고 하루가 너무 짧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집안의 가장들이 집에 복귀를 시작할 때면 주차를 하거나 이동하기가 어려워진다. 늦어지는 배달에 기다리지 못하는 고객의 전화를 받을 때면 나도 마음이 급해진다. 안 그래도 배달이 빨라진 형국이기 때문에 고객은 기다림을 싫어한다. 간혹 퇴근한 상가에 배달을 해야 할 때면 나도 아쉽다. 물건을 문 앞에 두고 갈 때면 혹시나 없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된다. 없어지면 막말로 기사 책임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내팽개치고 간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물건을 그렇게 두고 가는 사람의 심정을 알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물건만 집 앞에 두고 가는 게 무슨 어려운 일이냐고 할 수 있다. 맞다, 다른 일에 비하면 난이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그래서 가족들이 대거 참여해서 같이 배달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가족들을 컨트롤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남 같으면 안 보면 그만이지만 가족은 그럴 수가 없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무마시키고 화해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물론 어려울수록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 가족이다. 다들 말로는 혼자 한다고 말하지만 보면 동승자가 거의 있다. 그렇기에 해가 지기 전에 일이 끝날 수 있고 퇴근이 가능한 것이다.


날이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시작하면서 택배량이 늘어날 때가 되었다. 많이 배달을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구조지만 이 일도 하루 적정량이라는 게 있는 듯하다. 인간이 해낼 수 있는 양은 혼자하면 100개, 둘이하면 200개다. 그 이상은 구역이 좋거나 자신을 혹사시키는 사람이다. 모든 지역을 마스터했고 코스를 정확히 꿰고 있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계단을 많이 타야 하고 난코스가 많고 지역이 넓기에 시간 단축은 많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오배달을 조심해야 하고 내 건강 챙기는 게 우선이다.


가족과 동료이야기

나보다 먼저 온 친구가 물건을 잃어버려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모습을 보면 나도 안타깝다. 금액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안 찍어서 기억도 안 날 뿐더러 그 고생을 했는데 물어주거나 마음고생하는 것을 볼 때면 씁쓸하다. 하루에 320개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대단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그걸 처리하기 위해 어떻게 했을지 그려졌다. 와이프가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거의 혼자서 했을 것이다. 아쉽지만 와이프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주부로서 할 일도 많고 사진도 찍지 않는다면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어제 뭐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물건을 어디다가 두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물며 특징이 있는 주택도 아니고 다 똑같고 호수만 다른 아파트인데 기억이 나는 게 이상하다.


물론 호수를 잘못 가져다 놓을 확률은 적다. 혹여나 동만 잘못되지 않으면 옆집 사는 고객이기에 가져다 놓기도 한다. 문제는 내가 분류를 할 때 잘못 주거나 고객이 다른 물건으로 착각해서 전화 올 때이다. 못 받았다는 전화를 받으면 신경이 날카롭게 되고 상대를 추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다툼이 시작되고 서로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 하여 싸우는 것이다. 그럼 결론이 그냥 나 혼자 한다이다. 그럼 이제 그 많은 물량을 혼자 하게 되면서 슬픈 결말이 기다리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싸워도 결국 도움주는 것은 가족뿐이다. 내가 혼자 하고 고생한다 생각하면 도와주러 온다. 그리고 다시 하게 된다.


그럴 때 보면 내가 개인사업자를 낸 사장인 것 같기는 했다. 택배를 하기 위해 개인사업자를 낸 거지만 실상은 여러 사람과 할 때 보면 싸우는 것도 컨트롤 하고 일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할 때면 사업하는 것 같았다. 사람 관리가 가장 힘들다는 게 느껴지고 내 생각 하나가 많은 것을 좌우하기에 그런 것 같다. 가끔 친구나 다른 사람들이 나도 택배 체험 시켜달라고 할 때면 고민이 된다. 진짜로 직원처럼 한다고 하면 물량을 더 받아야 되나, 아니면 빨리 끝내고 쉬는 구조로 바꾸는 게 좋을까 하는 고민이다. 그리고 막상 일을 시키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고 사람을 채용해서 고민하는 사장의 느낌이 들었다.


또 한 확실히 숙련자와 비숙련자의 차이도 무시할 수가 없기에 초보라고 하면 겁부터 났다. 사소한 것부터 차이가 나기에 더욱 그렇다. 엘리베이터 타고 물건만 가져다 놓으면 되는데 그걸 어려워 한다. 처음에는 뭐든지 다 어렵다는 게 사실이고 아무리 똑똑해도 실수하는 게 사람이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다른 사람까지 신경쓴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택배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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