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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Nov 12. 2023

택배 배달 일지 4화("기술 장애와 오배송을 넘어서")

"택배 배달사고: 예방과 대처의 기록"

물건을 배송하고 사진촬영을 하고 점검하면서 스캔완료를 잡는다. 그로인해 하루 배송이 끝나는 시간은 지연된다. 하지만 이전에 저녁 12시까지 배송해 본 결과, 속도보다는 정확한 배송이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실제로 이러한 행동을 할 때는 아무리 늦어도 오후 8시 안에 배송을 끝낼 수 있었다. 더 많은 수량임에도 잔실수를 줄이니 허비하는 시간이 줄고 클레임 건도 없어졌다. 왔다갔다 하면서 버리는 시간이 없어지자 이제는 중간에 밥을 먹고 해도 되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었고, 그 점검하는 시간에 잠시 쉬면서 체력도 약간 회복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계속 배달하기 위해 운전하고 걷고 뛰는 행동에는 반드시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빨리 배달해야 되는 압박감에 서두르게 되고, 쉬지 못하면 몸이 금방 지치고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다량의 물건이 있을 때 사진 찍는 행동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건 장사를 할 때 장부와도 비슷하다. 누군가 물건에 대해 물어보면 증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꿀 먹은 벙어리마냥 답변을 제대로 못하거나 그냥 잘 찾아보세요라는 말로 고객을 설득할 생각이라면 큰 오산이다. 고객은 항상 화가 나 있어서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면 난리가 난다. 다른 물건으로 착각하고 물건이 오지 않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본인이 분명 주소를 예전 주소로 잘못 썼음에도 증거가 없으면 일단 아니라고 말부터 하기에 그렇다.


배송 물건이 가장 많은 화요일 배달 시작

화요일의 배달 물량은 231개, 드디어 200개 넘게 배송 시작이다. 번지를 전부 아는 게 아니라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 해내는 수밖에, 오지가 아니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가장 바쁜 날인 오늘 PDA가 고장 나 버렸다. 화면이 멈춰버렸고, 껐다 켜는 것도 안 되고, 배터리를 뺐다 꼈는데도 묵묵부답이었다.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았다.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연락이 또 왔다. 주소와 이름을 보고 즉시 사진 찍은 것을 확인했다. 사진을 보니 정확히 배송했다. 이어서 고객에게 사진을 보내고 확인했다. "남편이 저녁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받았나 보네요." 다른 사람이 받았음에도 본인 눈앞에서 못 봤고 확인해 보지 않은 결과다. 사실 늘상 있는 일이라 그러려니 했다. 한두 명이 그랬어야 확인도 안 했다고 화를 내던지 하지만 무감각했다. 입장을 거꾸로 놓고 생각해도 나도 못 받으면 일단 어디 두었나고 택배사에 확인부터 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는 좀 찾아보고 연락하지라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이번에도 사진이 방어를 했다. 사람의 기억력이라는 것은 믿을 만하지 못하지만 사진은 정확하다. 200개의 배달 물건을 일일이 기억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매일매일 200개라고 생각하면 어디다 두었는지 머리로 모두 기억하는 것은 특별한 일을 겪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난 모두 사진 촬영을 한다. 아파트 입구에서 동호수 사진, 물건 사진, 배달한 위치의 사진 총 3군데의 사진을 항상 찍는다.


그냥 물건만 어디에 두었는지 찍으면 몇 동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정확히 배달했는지 알 수 없다. 문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문도 다 비슷하게 생겼고 결정적으로 내가 몇동에 제대로 배달을 했는지 알기가 힘들다. 항상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올 때 제대로 배송했는지 확인을 한다. 그리고 나오면서도 동이 맞는지 본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실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스캔 완료를 잡을 때도 사진으로 보면서 정확하게 배송했는지 확인하면서 잡는다. 여러 점검 체계를 가지고 배달하기에 오배송의 확률을 줄일 수 있었다.


PDA 고장으로 팀장과 통화를 했고 일단 배송하고 이후에 전산으로 완료스캔을 잡자고 했다. 그 PDA가 시간 지나면 사용이 가능할수도 있다 했다. 스스로 고쳐진다는게 믿기 어려웠지만 많은량의 배달물건이 있기에 다시 배달을 시작 했다. 또한 PDA로 바로 완료 스캔을 잡지 못하더라도 난 모든 물건을 사진찍기 때문에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처리할수 있었다. 단지 문제는 착불비와 모르는 번지대는 고객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그때는 어려움을 겪을수 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방문하면 고객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진행했다. 그렇게 배송을 2시간 정도 하고 있을 무렵에 PDA가 다시 켜졌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덧 밀린 스캔을 잡았다. 그런데 곧 다시 먹통이 되었다. 할 일은 많고 기계는 고장 나고, 일단 고객이 기다리니 배송부터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이게 또 되는 것이다. 일부러 사람 골탕 먹이려고 프로그램된 것처럼 진을 뺐다. 우여곡절 끝에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배송이 끝났다. 원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역이기도 하고, 번지라는 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지만 그래도 몇 번 반복적으로 가게 되면 알게 될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화요일의 PDA와 물량과의 사투는 끝이났다.


주소확인이 안되다
 

배달 중에 주소가 좀 이상한 게 있었다. 주소에 '2층 첫 번째 집'이라 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보니 빌라였고 호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201호를 그렇게 썼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식으로 적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여겨졌다. 그래서 고객에게 확인 전화를 해봤다. 처음에는 받지 않았지만 좀 기다리니 다시 연락이 되었다. 그런데 고객과 통화를 했는데 해당 번지는 카카오맵에도 네이버 지도에도 없었다. 어느 집이라고 설명은 하지만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고객은 지도에 나오는 곳이라 했지만 내가 검색할 때는 나오지 않아서 현재 보고 있는 지도를 캡처해서 내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고객에게 받은 캡처된 지도를 본 나는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신주소를 작성할 때 "△△로"와 "△△로 번길"의 차이였다. 주소에는 무슨 무슨 번길이 없고 "△△로"만 쓰여 있어서 번길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해도 찾을 수 없던 것이다. 분명 고객이 제대로 적지 않은 게 문제였지만 그런 차이가 있을 줄은 처음 알았다. 보통 유사 주소로 연관되어 나올 법한데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귀찮아서 주소는 여기가 맞아 하면서 내 마음대로 결론을 내렸으면 큰일날 뻔 했다. 그냥 빌라에 두고 갔다면 필시 연락이 와서 곤욕을 치를 뻔 했다. 주소 오류로 되돌려 보내는 방법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객에게 전화해본 게 다행이었다.


사진촬영으로 고객 클레임 방어에 성공하다

최종적으로 배송을 다한 후 사진 스캔 완료 작업을 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배달되지 않은 1개가 전산상에 남아 있는 것이었다. 해당 지역은 분명 배달을 완료한 곳이지만 사진 찍은 게 없었다. 그 말은 배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아파트에 잘못 가져다 놓았을 확률이 높아진다. 그로 인해 다른 아파트의 동호수가 같은 곳을 확인했고, 사진으로 확인하니 역시 오배송이었다. 아파트 명은 주소에 적혀 있지 않으며, 다른 점은 도로명 주소 숫자만 달랐다. 도로명만 확인했기에 놓친 것이다.


그와 같은 사실을 알아차린 후 그 지역에 가서 회수 후 다시 재배송을 하였다. 이와 같은 일을 진행하고 또다시 사진 촬영의 중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찍지 않았으면 어느 아파트에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기에 전부 뒤져야 한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확신도 없기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실수는 안 하면 될 일이라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모르는 것이다. 또다시 귀찮고 힘들어 했던 일이 매번 방어에 성공하면서 나의 사진 찍는 행동과 점검하는 행위는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음을 느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그런 사고 한 개쯤은 감수하고 가는 거라고. 하지만 그게 말은 쉽지만 막상 터지고 나면 수습하기가 쉽지 않다. 고객은 무조건 내 물건을 찾아내라고 성화이고, 위에서는 클레임 해결하라고 압박하지.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돈만 물어준다고 끝이 아니다. 고객이 받을 물건이 혹시 재구입이 어려운 물건이거나 무조건 찾아내라는 고객도 있다. 택배 규정상 재구매가 어려운 물건은 배달 규정에 어긋나지만, 고객은 그런 걸 모른다. 일단 화부터 내니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돈으로 물어주면 다행이다. 게다가 돈으로 물어주려고 해도 다 비싸다. 싼 게 없다. 막말로, 오배송 제품이 핸드폰이나 고가의 물건이면 답이 없다. 그러므로 시간이 걸린다 할지라도 반드시 사진을 찍으면서 내가 제대로 가져다 놓았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물론 그런 것을 다 지키면서 하기는 어렵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오래 걸리면 손해 보는 구조이다. 결국 남의 일을 대신해주는 것이기에 이득을 보기 힘들다. 뭐가 어찌 되었든 제대로 가져다 놓아야 한다. 쿠팡 배달 기사는 사진을 찍지만 일반 택배는 안 찍는데 왜 찍냐고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난 나를 위해서 찍는다고 말한다. 물건을 받지 못해 연락이 올 때면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밤잠을 설칠 때가 있었기에 그렇다. 남들이 뭐라 하건 내 방식대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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