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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건 Mar 24. 2024

택배 배달일지 29화 "코로나에 걸리다"

"일상과 싸우는 그림자: 코로나 시대의 배송기사"

어제부터 이상하게 목안이 따가웠다. 지나가는 감기일거라 생각하고 판콜같은걸 사먹고나니 좀 괜찮아 지는거 같길래 그냥 방치 했다. 그런데 왠걸 다음날이 되니 갑자기 몸살과 열이 오르는 것이었다. 혹시 몰라서 마스크를 쓰고 출근했다. 금일은 물량이 별로 없어서 배송을 빨리 마무리하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무거워졌고 가벼운 물건을 들때조차도 너무 힘들었다. 가장 신경쓰인건 두통이었다. 거의 10초마다 바늘로 찌르는듯한 두통은 일을 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내 몸도 이상이 생긴것을 아는지 계속 아무것도 못하고 쉬게하려고만 하는거 같이 피곤이 몰려왔다. 잠깐만 앉아서 쉬려고 하면 금방 잠이 들려했다. 그래도 별로 안된다 생각하고 억지로 배송을 했지만 결국 오전11시쯤이 되자 도저히 안될거 같아 큰형과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엄마와 작은형에게 남은 물량배송을 맡기고 나는 곧장 병원을 향해갔다.


병원에서 진료란 으레 열만 나지 않는다 판단하면 감기라 치부하고 처방만 해주는 모양이다. 이에 나는 의사에게 목이따갑고 두통이 심하며 몸살까지 동반된 상태라 했다. 그러자 코로나 검사 독감확인 피검사 두가지를 할것이냐고 의뢰했고 나는 그렇게 하겠다 했다. 의사가 티비에 나온것처럼 환자의 겉모습만 보고 어떤지 판단하는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검사에 열의를 보였다. 생전 처음받아보는 고통이었고 온도를 잴때 한번은 39도 한번은 36도라 했지만 내 몸은 내가 더 잘 아는법이다. 이상이 생긴줄 알고 36도라고 된것만 보고 의사는 처음에 보통 감기로 치부하는듯 했다. 어째뜬 나의 어필로 검사를 2가지 다했고 수액을 맞으라는 의사의 권유에 맞고 있었다. 그러던중 간호사가 오더니 코로나 양성으로 판별되었으니 절대 마스크를 벗지 말라고 이야기 했다. 역시 코로나 였다. 나도 살면서 감기를 여러번 걸렸지만 A형 독감보다 더욱 고통이 크길래 왠지 코로나 일거라 여겼다. 이어서 팀장에게 코로나 양성판정이 나왔다고 이야기 했다.


그런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코로나가 걸리더라도 예전에는 지원이 나왔지만 이제는 그런지원이 사라진지 오래라 했다. 코로나는 이제 감기수준의 질병이며 마스크만 쓰고 일한다면 전혀 문제가 없다 했다. 아니.. 병에 걸린 사람은 난데 판단은 자기 맘대로 였다. 팀장에게 그러한 결과를 통보받고 이해가 되지 않아 실장에게 다시 문의했다. 그러자 결과는 마찬가지 였다. "마스크 잘 쓰시고 일하시면 됩니다" 이 말에 충격을 받아 다시 이야기 했다. 내 몸은 그렇다 쳐도 나 때문에 다른사람에게 코로나 전파를 하게 될 위험이 있는데도 해야 하냐고 다시 물었지만 전파는 걱정 안해도 된다 했다. 아니 본인이 무슨 의사도 아니고 의사가 전파위험이 강력하다고 쉬는걸 권고 했는데 이해가 안되었다. 회사의 소속이 아니고 개인사업자로 된다는게 모든 위험과 책임을 내가 지는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 아프고 엄연히 일하는 팀이 있는데 이럴땐 개인사업자로 분류해서 니가 알아서 하라는 말에 분개했다.


분명 코로나가 요새는 5일이면 약처방받고 격리하면 금방 낫는다고 하지만 아무것도 아닌 질병으로 치부하자 화가 났다. 또한 너무 아파서 일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내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를 줘야만 하는 사실은 용납이 안되었다. 동료들이 해줄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냥 내 가족의 힘을 빌어 하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개인사업자이고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냥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쩌면 직장생활했던 기억때문에 더욱 요청을 한 기분이 들었다. 약을 먹고 조금 진정이 되서 그냥 할것이다. 내가 코로나를 주변에 전파하는게 걱정이지만 어쩔수가 없다. 최대한 사람들을 피하고 일하는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 코로나라는게 이렇게 감기수준의 질병으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혹시 몰라서 보건소에 코로나가 걸렸는데 출근해서 다른사람에게 전파하게 되면 내 책임이라 물었지만 이제는 의무가 아니고 권고사항으로 변했기 때문에 그냥 일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만일 우려가 된다면 병가를 쓰라고 했지만 개인사업자인 내게 병가는 없다. 어째뜬 나라자체에서도 코로나를 등한시 하는데 내가 할수 있는건 없었다.


최소한 가족들에게만은 전파를 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서 일하는 수밖에 없다. 언제는 코로나 걸리면 전체 격리에 추적까지 해서 모두 격리시키더니 이제는 아무일도 아닌 모양이다. 코로나에 생전 처음 걸린 나만 괜히 오버한거 같고 그랬다. 하지만 정말 너무 아팠다. 다들 처음에만 아프고 나중에는 괜찮다고 자기들 마음대로 이야기 하는 조언에 상처를 받았지만 원래 나 아니면 다 남인 법이다. 걱정해주는것은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뿐인걸 보고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일단 먹고 살기 위해 하고 있는 일이지만 부당한 처사와 질병에도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다.


또한 마지막에 팀장이 전에도 코로나가 걸린 형님이 있는데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 일을 하라고 한적이 있다 했다. 으레 아무말 없이 일하는게 보통이며 코로나에 걸린 사실조차도 주변 사람들에게 혼란이 생길까봐 이야기 하지 않는다 했다. 아니 그 이야기라도 했으면 마스크라도 쓰고 다녔을텐데 매우 아쉬웠다. 마스크를 써도 전파가 된다고 하는게 코로나 였는데 쓰지도 않았으니 걸리는게 당연하다. 어쩌면 이미 다들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상황임에도 모두 내색하지 않고 일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는것 아닐까


내가 걱정하는건 코로나가 걸리면 매우 아프다는 것이다. 일반 감기랑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 더욱 가족에게 전파를 시키지 않으려고 내가 멀리한다. 아픈걸 참고 하는것이 대단한게 아니라 참으로 답답하게 여겨졌다. 


그리고 결국 출근했다. 출근하라는 통보를 받았으니 나가야 된다. 내 몸이 우선이고 건강이 최고지만 책임감 때문에 나갔다. 다행히 병원에서 수액맞고 약을 먹었더니 조금 나아졌다. 어쩌면 약에 진통성분이 있기에 조금 나았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팀장이 자기선에서 물량을 분배해줄수 있는데까지 나누고 수량을 많이 줄여서 80개정도만 배달하면 되었다. 물론 거의 번지대 이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줄여서 다행이었다. 최대한 다른사람에게 전파하지 않도록 멀리 떨어져 있으려 노력했고 말을 걸어와도 최대한 말수를 줄이고 코로나에 걸렸다고 일러주곤 했다. 


이제는 코로나에 걸려도 감기처럼 대응하는 시대가 되어버리니 결국 고통은 내가 스스로 감내하는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배달이 끝나고도 계속 두통과 목통증이 지속되서 약을 복용하고 테라플루를 복용하니 조금 나아졌다. 이제는 코로나에 걸려도 검사비도 치료비도 온전히 내가 해결해야 하니 부담이 된다. 결제할때 금액이 17만원 이었다. 물론 수액값도 포함된 금액이지만 아무리 코로나가 신종플루와 같은 취급이라 하더라도 싼금액은 아닐것이다. 하필 걸려도 아무지원도 받지 못하는 때에 걸려서 고통 스럽다.


ㅠ 휴식만이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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